“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깨요”
5일, 현대모비스 연습체육관. 불과 며칠 전까지 가슴 한편에 태극마크를 달고서 항저우를 누비던 이원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예상과 달리 그는 너무나 해맑은 미소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 사이에서 워밍업 중이었다.
그 반대편엔 최근까지 동고동락을 이어오던 서명진도 보였다. 애써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한 이원석. 하지만 그 역시도 계속해 당시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지만 아직 그 시간의 쳇바퀴는 너무나 천천히 흘러가고 있나 보다.
“요즘도 자다가 꿈인가 해요. 이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힘들 것 같거든요. 팀에 오니 형들이 챙겨주긴 했는데 사실 동정심이 크지 않았을까요”
주장 서명진을 필두로 이원석, 이두원, 김동현으로 구성됐던 3대3 대표팀은 대만과 몽골에 연달아 패하면서 4위로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심지어 두 경기 모두 3점, 2점도 아닌 단 1점이 부족했다. 그래서 한국 농구 팬들은 더욱 가슴 아파했다. 물론 선수 본인들이 가장 아쉬웠겠지만.
이원석 본인도 이러한 상황은 난생처음이었다. 현재 몸은 한국에 있음에도 머릿속은 온통 항저우, 항저우였다. 하지만 현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항저우에서의 경험은 파릇파릇한 청춘 이원석에게 성장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현대모비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이원석은 상반기 이원석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플레이에 여유가 묻어 나왔고,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득점 가담에 적극적이었다. 또 터프한 3대3 경기가 몸에 배어서인지, 게이지 프림과 케베 알루마를 상대로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항저우에서 전력을 쏟아내며 연속 2경기를 가뿐히 소화해 내던 이원석이 출전 5분도 채 되지 않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유를 듣고 바로 납득이 갔다.
“항저우에서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3경기를 소화했어요. 경기 끝나고 새벽 4시에 출발해 스케줄도 타이트했고요. 그래서 월,수요일은 하루 종일 잤어요. 또 오랜만에 넓게 코트를 사용하니 힘드네요”
태극마크에서 삼성으로 넘어온 이원석은 이제 소속팀을 위해 질주한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그 사이에 팀 전술, 새로 합류한 신인과 외국 선수와도 합을 맞춰야 한다. 당연히 쉴 틈 없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숙제 거리도 있다. 이원석은 삼성 입단 이후, 정통 센터와 합을 맞춘 시간이 드물었다. 갓 프로에 입단한 이원석이 외국 선수 수비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기에, 그도 플레이에 혼동이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피지컬과 높이를 갖춘 코피 코번이라는 선수가 든든히 골밑을 수호한다. 이날은 이원석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코번과 처음으로 합을 맞춘 날. 이원석도 코번의 위력을 몸소 느끼고선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선수단끼리 얘기했을 때 엄청 잘한다,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어마어마해봤자 어느 정도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뛰어 보니 진짜네요”
이원석 포함 모든 선수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어주던 코번. 이날 코번은 직전 시즌 자밀 워니, 아셈 마레이와 함께 골밑의 왕으로 군림했던 프림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프림은 코번-이원석 트윈타워에 고전했고, 몸싸움과 파울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본인 공격을 하면서 동료를 찾아주고 시야가 좋아서 뛰기 편했어요. 무엇보다 뛰어 들어가면 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처음이었지만 이원석은 코번과의 공존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 동료를 살려주면서 3대3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본인도 더욱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자 노력했다. 분명히 예전이었으면 시도하기 어려웠던 플레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여유로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원석과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코앞에 서명진이 등장했다. 서명진을 곁눈질한 이원석은 서명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필자에게 이러한 말을 남겼다.
“명진이 형한테 너무 고맙다 말하고 싶어요. 감독이기도 했고, 멘탈 코치 등 여러 부분을 케어해줬거든요. 스케줄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짜주셨고, 정해진 패턴 외에 개인 운동까지 잘 이끌어주셨어요. 성격이 내성적이신데, 주장 서명진은 반대로 리더십도 있었고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이원석은 서로를 바라보면 안 좋은 기억이 계속 떠오르고 아련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안 좋은 기억은 분명히 그들의 농구 인생에 있어 성장통이자, 반전의 모멘텀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원석과 서명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웃음 지었다.
첫댓글 김낙현의 그날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서명진 이원석은 잘 버텨줬죠. 3대3에서 익힌 터프함을 리그에서도 잘 써먹길 바랍니다. 아쉽지만 이제 리그에 집중해야죠.
222 결과는 아쉽지만 레벨업 했을겁니다. 이제 리그에 집중 해야죠!
이원석 좋더라고요 흥해라
KT나KCC랑 연습경기였다는 기사의 결이 조금은 다르게 흘러갔으려나요.
이창수 선수 아들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