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3일 대모산 山行을 다녀와서...
참으로 즐거운 하루였다.
적당히 오르는 취기에 doug가 부르던 '그리운 금강산'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땀으로 흠뻑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얼른 샤워를 끝내고 잠을 청하였다.
책을 읽어달라는 손주녀석의 성화에 할수 없이 일어나
'징기스칸의 후회'란 책을 읽어주고 잠이 살짝 들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잘 도착했냐?'는 homusu의 전화였다.
술은 자기가 다 먹구 그래도 걱정이였던 모양...
잠을 설치고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았다.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송송백백암암회 수수산산처처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숲속에 묻혀 숲의 향기에 취하다보니 내가 나무인지
나무가 나인지를 잊고 즐겼다.
숲속의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견딘 나무일수록 더욱 듬직하였다.
그들은 넓은 그늘을 선물하였고, 넘치는 엔돌핀을 일으켜 주었다.
우리들 자즐모 식구들은 결코 리모델링이 필요한 노후한 아파트가 아니고,
숲속의, 수 많은 세월을 겪은 巨木들임이 틀림없다.
東隅已逝,桑楡非晩 (동우이서,상유비만)
이란 글귀가 생각난다.
소년기는 이미 지났지만 서산에 해가 누엿누엿하는 나이 일지라도
결코 늦지않다는 말인 것 같다.
누구도 연륜의 숫자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에 의욕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 의욕과 실천력이 실질적인 나이를 의미하지 않을까.
소년시절에 시작함직한 일 중에서도 나이들어 시작해 즐기며
성취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으리라!
homusu가 거친바다를 헤치고 포클랜드를 향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 식사를 하면서 또 한번의 즐거움에 취했다.
참으로 향내나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살아오면서 저마다의 연륜이 몸에 배고,
인생의 빛과 어둠이 녹아든 양만큼
적절한 빛깔과 향기를 띠고 있다.
사실 나이들고 주름이 늘어간다는 것은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내게 없는 것,
내게서 떠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게 있는 것,
내게로 오는 것에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나무의 나이테같이 세월 앞에
넉넉해지는 나이 덕분임이 틀림없다.
오늘 같이 산을 오른 자즐모 식구들을 생각해 보았다.
doug부부는 啐啄同時(줄탁동시) 하는 부부인 것 같다.
서로가 잘 돕고 사는것같다.
아마도 밖에서 쪼는 역할은 크로바님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니모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으로 아름답다.
닮고싶은 부부상이다.
자즐모 회장부부는 肝膽相照(간담상조) 하는
生死之交의 同伴者 같다.
회장님이 화정댁 화정댁 하고 어께에 힘을주지만 가만히보면
모든 것을 받아주는 쪽은 화정댁이다.
어떤실수도 다 받아줄 것 같다.
넉넉하고 적극적인 부부인 것 같다.
회장님의 힘의 源泉은 화정댁 같다.
결코 이번에 많이 얻어먹어서 아부하는 것은 아니다.
homusu는 만날수록 헤메게한다.
글과 언변과 삶에 내공이 깊은줄은 알고 있었지만
노래가 일품인줄은 몰랐다.
김덕수 사물노리패를 우숩게 보고있다.
요즘은 목에 이상이생겨 발성연습을 하며 치료중이라고 한다.
치료를 잘해 파바로티의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정수라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막 떼를 썼다.
목을 생각해서 참으라고 말리는데 무척 애들을 먹었다.
갱상도 사내의 특이한 매력이 있다.
무척 따뜻하다.
사진을 잘 찍어주어 아부좀 한다.
bj는 철학적이고, 독하다.
시끄므레한 막걸리색 두유 한잔놓고 장시간을 버틴다.
옛날의 술 실력을 잘알고 있는데...
지난날 그 좋아하던 술을 어느날부터 딱 끊고 계속 버틴다.
오늘은 내가 물어봤다.
"왜 술을 끊고 먹지 않느냐고" ....
건강때문인지, 취한후 실수 할까 겁나서인지를 물었는데,
예상밖의 대답을 들었다.
자기는 집착을 잘하는데 술에대한 집착을 끊은거란다.
알쏭달쏭하여 고개를 갸우뚱하며 답을 흘려버렸다.
집에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참으로 의미있는 대답이었다.
건강때문이라면 술이 行爲의 主이고 原因인데, 집착을 끊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行爲의 主라는 말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삶의 主人은 내가 되야 한다는 오만에 가까운 말로 들린다.
삶의 주인은 반드시 '나'만 이여야 하는가?
나의 삶은 나만의 것인가?
그가 설정해놓은 철학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굼하다.
그런데 그는 무척 순수하고 맑다.
아직도 잘모르는것은 그의 마음상태이다.
흐르는 물일까?
明鏡止水일까 !
그는 속에 빛을내는 그 무엇을 갖고 있다.
속에 감추어져 잘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나는 좋아한다.
실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비로서 알게 되었다.
나는 '井中之蛙"이다.
향내나는 이들과 함께
장시간을 山行한 오늘은 무척 행복한 날이다.
뒷풀이의 즐거움속에서 기분좋게 스며든 생각들을
버리기 아까워 욕먹을 각오로 몇자 남겨둔다.
무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일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다.
이런 슬픈날들이 오기전
열심히 살자 !!
열심히 만나야겠다!!
2008년 9월 23일 대모산 산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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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글은 썼지만 무척 망서리다 올립니다. 혹 결례가 된글이 있을 지라도, 그냥 용서를 !! ^^.
허어!!..명문이로고... 골백번 지당한 말씀인데..하나 아쉬운 점은 아무게 지시라니....가당치 않사옵니다..
호오 !!! 날카롭고 명쾌한 글 입니다. 우리 벗님들 面面 才才 ... 늙는게 아깝군요
名門之家의 名文이로군...
yoonil님 ~ 술은 조금하면서 끝까지 함께즐기고 깊게 살펴보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대단하네요. 평생 좋아하던 술의집착에서 이제서 벗어난사람을 이해하려는, 깊은 관심 속에서 ~ 사랑(愛)을 느낍니다.
글의 전개가 프로 수준...yoonil님 놀라워요. 더구나 모임의 찐한 맛을 이렇게 절절하게 그려 내시다니...아름다운 이 모임이 영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