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시골일기
문산마을도서관 안녕!
짱뚱이(이덕숙)
2012년 12월 29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행사를 준비합니다. 문산마을도서관 겨울독서캠프.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를 했습니다. 다들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가 될까 관심 두던 19일에 자원활동하는 수수샘과 저는 도서관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멀리 일산에 사는, 느티나무공부방의 전 자원교사였던 엄정원(미술) 선생님이 아이들을 만나러 오셨습니다. 서천의 철새선생님인 김억수 국장님도 오셔서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철새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12월의 밤을 하얗게 밝히며 도서관을 제 집삼아 시간을 보낸 짱뚱은 아이들과 함께 할 문집 글을 모았습니다. 솜씨 좋은 수수샘은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과 만두를 빚고, 참치전을 부쳐주었고요. 새로 온 사서샘은 고구마를 먹기 좋게 구워주셨습니다. 부모님들도 맛난 간식을 사서 보내주셨고요.
까르르 웃던 아이들과 저녁밥을 지어 먹고 책상에 둘러 앉아 『아픈 바다』책을 읽습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바다는 검은 빛으로 변해 어른들은 떠나고, 아이만 남아 바다 앞에 서서 아빠를 그리며 웁니다. 엄정원 선생님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임을 일깨워줍니다. 밀랍 초를 켜고, 어두컴컴한 도서관에서 새해 소망을 빌어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빕니다. 도서관 아이들 중 유난히 까불대던 민혁이는 짱뚱과 수수가 도서관에서 떠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해줍니다. 눈물방울이 또르르…… 고마운 아이들과 그동안 써둔 글을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2년 전, 문 닫힌 문산마을도서관 공간이 못내 아쉬워 시작한 자원 활동 그리고 아이들과 만남. 부추를 베다 흙이 더덕더덕 묻은 허름한 옷으로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와도 방긋 웃어주던 아이들. 제 모자란 점을 말없이 채워주던 책 선생님 수수샘은 아이들과 한판 팔씨름으로 재미난 하루를 만들어 주셨어요. 책정리가 잘 되지 않는 넓은 도서관에 와서 천여 권의 책을 정리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 준 영집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도서관을 통해 만난 부모님들, 동섭스님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겁니다. 멀리 의정부 느티나무선생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과샘, 막둥이샘, 자원교사샘들이 계셔서 저는 힘을 낼 수 있었답니다.
교육활동을 함께 하려는 선한 사람들이 있고,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으니, 문산마을도서관을 떠나더라도 저는 마음 한편이 뿌듯합니다. 교육공동체 공부방 활동을 구체적으로 해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있겠지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고 싶은 1월의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 짱뚱이는 지난 2년 동안 문산마을도서관에서 교육활동을 했습니다. 올해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요?
132호 짱뚱이의 시골일기-문산마을도서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