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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바둑 랭킹을 2010년 4월부터 3개월마다 발표해 왔던 배태일박사가 2010년 말까지의 전적에 의한 2011년 1월의 세계 랭킹을 발표했다.
세계랭킹 계산방식
세계 랭킹은 3 단계로 계산한다. 제1단계에서 각 기사들의 전적을 “최대 개연성 방법”을 사용하여 계산하여 랭킹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이렇게 계산된 점수는 국가 간의 경쟁력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각 기사들이 국제 기전에서 외국 기사들과 두는 대국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장쉬가 2005년에 엘지배에서 우승하였고, 그 때의 랭킹이 세계 5위 쯤 되었는데, 그 이후 그의 국제 대회의 대국은 많지 않았고, 일본 기사들과의 대국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렸으므로 일본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장쉬의 세계 랭킹이 아직도 높게 나올 것이다.
다른 일본 기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유럽 바둑 연맹의 랭킹 제도를 개발한 씨플리 박사가 계산한 2008년도 세계 랭킹에 일본 기사들 여러 명이 상위 랭킹에 있게 되었고, 씨플리 박사는 그 후에 세계 랭킹 계산을 중단했다.
국제 경쟁력에 의한 각국의 점수 조정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각 국가별로 활동하는 기사들이 외국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집합적으로 어떤 성적을 내었는가를 계산하여서 각 국가별 기사들의 점수를 전체적으로 조정한다.
▲(재)한국기원 랭킹위원회 전문위원 배태일 박사(물리학, 스탠퍼드대학)
이를 위해서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기사들 사이에 지난 3년 동안에 대국한 결과를 사용하고, 시간이 오래된 대국에는 시간 가중치를 두어서 (1년 전의 대국은 가중치가 0.5이고 2년 전의 대국은 가중치가 0.25, 이런 식으로 줄어가는) 최근의 실력을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면, 2010년 전반에 중국 기사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을 때에는 그들의 점수가 전체적으로 올라갔고, 후반기에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에서 한국 기사들의 전체적 전적이 좋으면 한국 기사들의 점수가 약간 상향 조정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지난 몇 년 동안에 일본의 국제 경쟁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지역 마다 가까운 곳에 사는 회원 끼리의 대국이 많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과는 대국이 많지 않은 경우에, 지역에 따른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자가 개발한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동북부에 사는 미국 바둑 협회 회원들과 서부에 사는 바둑 협회 회원들은 전국 대회에 자주 나가는 상위 랭커들을 제외하고는 서로 대국할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서부에 사는 회원들의 점수와 동북부에 사는 회원들의 점수가 서로 다른 실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것은 유럽 바둑 연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국제적 시합에 자주 참여하는 상위 랭커들을 제외하고는 대개 자기 국가 안의 토너먼트나 자기 도시의 토너먼트에 참여하고 먼 곳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유럽 연맹의 점수가 국가 별로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세돌, 콩지에, 박정환의 순
표1 2011년 1월 세계 랭킹 상위 60명
표1에서 보듯이, 2011년 1월의 세계 랭킹에서도 이세돌이 콩지에를 제치고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정환이 3위로 올라간 것이 주목할만 하다.
이번 세계 랭킹을 보면 한국 기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올라간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두 가지 요인에 근거한다.
첫째는 한국 기사들이 2010년 10, 11, 12월에 국제 기전과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이 향상하여 한국 기사들의 점수가 전체적으로 약간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박정환, 허영호, 강동윤, 등이 국내 대국에서 뿐 아니라 외국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이들의 점수가 올라간 것이다.
표1에 있는 외국 기사들의 점수가 한국기원의 2, 3, 4월의 공식 랭킹을 계산할 때에 사용될 것이다. 이 표의 승 패는 지난 12개월 동안의 승국과 패국의 수를 나타낸다.
작년 10월 랭킹에서는 장쉬가 40위 이하였는데, 이번에 34위로 올라간 것은 일본 기사들이 아시안 게임과 농심배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서 일본의 국제 경쟁력이 조금 향상되어서 일본 기사들의 점수가 전체적으로 약간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표2 세계 랭킹 상위 15위 명단
표2에 매 3개월 간격의 랭킹에서 상위 15위에 드는 기사들의 이름과 점수가 적혀 있다. 이것을 통해서 상위 기사들의 세계 랭킹의 부침을 알 수 있다.
콩지에와 구리의 전적
세계 랭킹을 매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의 경쟁 상대인 중국 기사들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등수 놀이를 하여 이세돌이 1등으로 나왔으니까 좋다고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콩지에와 구리의 전적을 자세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콩지에가 이세돌보다 국제 타이틀이 많은데도 왜 이세돌보다 점수가 낮은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통계적 랭킹 제도는 타이틀에 보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승패와 대국 상대자들의 실력을 감안하여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즉 콩지에가 타이틀 개수는 많지만 여러 대국에서 져서 이세돌보다 승률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표3에서 보듯이 콩지에의 2010년 10, 11, 12월의 전적은 10승 8패로 별로 좋지 않다. 이에 비해 이 기간 동안의 이세돌의 전적은 18승 10패이고, 박정환의 전적은 16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표3 콩지에의 2010년 10, 11, 12월 대국 내역 (10승 8패)
콩지에의 지난 18개월 동안의 월별과 분기별 전적을 표4에서 살펴보자.
콩지에가 2009년 4분기에 무척 좋은 전적을 거두었고, 2010년 3분기까지도 전적이 비교적 좋았지만 2010년 4분기에는 기세가 꺾여서 전적이 좋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표3에서 보듯이 콩지에는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김지석에게 막혔고, 춘란배 8강전에서 허영호에게 막혔다.
표4 콩지에와 구리의 월별 및 분기별 전적
구리가 삼성화재배의 타이틀을 땄는데도, 순위가 내려간 것은 표5에서 보듯이 그가 지난 3개월 동안에 13승 13패로 최상급 기사로서는 승률이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 기간에 쟝웨이지에에게 중국 명인전 결승에서 2승 3패로 져서 타이틀을 잃었다.
최종라운드는 우승 국가가 언제 나올지 모르므로 긴장 속에 결산 기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좀더 긴장하게 되는 것. 1차전이라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취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표5 구리의 2010년 10, 11, 12월의 대국 내역 (13승 13패)
업적과 이길 가능성
과거의 랭킹 제도는 무슨 타이틀을 가지고 있느냐, 준우승을 몇 번 했느냐, 4강에 몇 번 올라간 적이 있느냐는 것을 따져서 과거의 업적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업적에 의한 평가를 한다면 현재 국제 기전 타이틀을 세개를 가지고 있는 콩지에가 세계 1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은 업적으로 평가한다면 옳은 것이겠지만, 여기서 왜 국제 타이틀만 세느냐? 한국과 중국의 국내 타이틀은 세지 않느냐? 단판 승부로 결정되는 후지쯔배나 티브이 바둑아시아 타이틀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어야하느냐는 등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참고로 2008년 하반기부터의 국제 타이틀 보유 현황을 표6에 보인다.
표6 국제 타이틀 보유 현황
그러나 타이틀을 개수를 세어서 최강자를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 어느 기사들이 더 이길 가능성이 높은가를 잘 알 수 없다. 통계적 랭킹 제도는 기사들이 이기고 지는 것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누가 더 이길 가능성이 높은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번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콩지에가 탈락했는데, 세계 타이틀 수만 가지고 보았을 때에는 그것이 이변처럼 보이지만, 그의 최근의 전적을 보면 그가 자주 지기 때문에 그것이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자주 지는 것이 통계적 랭킹에 반영되는 것이다.
2011년의 전망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중국의 최상위 기사인 콩지에와 구리의 전적이 별로 좋지 않다.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싹쓸이했고, 농심배에서 한국이 우승하여서 한국의 사기는 높아졌고 중국의 사기는 낮아졌다. 특히 콩지에가 최철한에게 농심배 마지막 판에 진 것이 그의 자신감을 떨어드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콩지에와 구리가 한국의 상위 기사들에에 때때로 졌고, 자국의 상위 기사들에게도 자주 졌다는 것은 그들이 앞으로 국제 기전에서 중도에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신예 유망주의 하나인 퉈지아시는 작년 10월에 박지연에게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퇴패하여 내상을 입은 탓인지 최근에 6연패를 하고 있고, 점수도 많이 내려갔다.
저우루이양은 최근에 중국 랭킹 1위로 매겨졌지만, 거기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고, 작년 10월에는 퉈지아시에게 창기배 결승에서 졌다.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박정환에게 졌고 16강전에서 원성진에게 졌고, 아시안 게임에서는 박정환과 최철한에게 졌고, 갑조리그에서 이영구에게 졌고, 최근에 농심배에서 최철한에게 졌다.
이처럼 그는 한국 기사들에게 6연패하다가 이번 비씨카드배에서 김일환과 진시영과 이상훈(대)에게 이겼다. 그 외의 신예 중에서 구링이도 요즈음 별로 신통치 않다. 이제 중견 기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천야오예와 박문요도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쟝웨이지에나 멍타이링이나 스위에 같은 신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서 이세돌은 잠깐 동안 부진했으나 쉽게 지지 않고 있고, 상대 대국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도하고있다. 중견인 최철한과 원성진도 요즈음 성적이 좋아졌다.
그리고 박정환, 허영호, 김지석이 매우 활발하고, 나이는 적지만 이미 국제 타이틀을 땄고 한 때 2위까지 올라가서 중량감이 있는 강동윤도 슬럼프를 벗어났다. 그리고 진시영, 강유택, 김승재, 안국현, 등이 주목할 신예들이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의 상위 기사들과 신예들의 최근의 활동을 비교해 보면 2011년도의 한국 바둑의 국제 무대에서의 전망은 좋아 보인다. 중국은 실력이 늘고 있는 신예의 수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박정환, 강동윤, 허영호, 김지석, 등이 한국 신예들의 자랑이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우려할 점이 있다. 지난 번에 분석했듯이, 1989년 1월 1일 이후에 출생한 신진 기사들 중에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드는 유망주들을 살펴보면, 중국에는 10명이 있고, 한국에는 박정환, 강동윤, 김지석, 강유택, 진시영의 5명 밖에 없다.
게다가 작년 3월에 중국 신인왕전 결승에서 옌환을 2대 0으로 물리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딴 판팅위는 1996년 생이다. 그나마 15세 이하의 바둑 지망생들을 조기 입단 시키도록 한국기원이 입단제도를 개혁한 것이 다행이다.
다만 15세 이하의 입단자 수를 두 명에서 시작하여 늘여갈 것이 아니라 다섯 명에서 시작하여 늘여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럴 경우에 나이가 찬 원생들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서 일반 입단자 수를 갑자기 줄이지 말고 앞으로 2, 3년 간은 12명보다 많은 입단자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