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태백산맥 고원 야생화 트레킹
금대봉 능선길
최근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태백산맥 줄기의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으로 이어지는 고원 야생화 길을 걸었다. 대덕산은 매봉산과 금대봉을 포함하는 총 126만 평의 면적에 환경부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우리나라 야생화의 보고다. 이곳에는 광대수염과 쥐오름풀과 졸방제비꽃, 노랑장대와 요강나물, 눈개승마, 범꼬리꽃 등 수많은 야생화가 봄부터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곳이다.
이곳은 국립공원 예약 시스템으로 탐방 예약을 받아 하루 500명만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야생화의 천국으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곰배령이다. 곰배령 트레킹은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면적으로나 자라고 있는 야생화 종류로나 대덕산과 금대봉이 월등히 뛰어나 보인다. 1300m를 넘나드는 고원 야생화 트레킹의 즐거움은 국내 최고가 아닐까.
금대봉 고원 능선길
푸른 하늘 맞닿은 능선들 펼쳐져
트레킹은 1268m 두문동재부터 시작한다. 그리 어려운 트레킹 코스는 아니다. 리무진버스에서 내려 두문동재 금대봉 입구에서 예약 확인받고서 전광 안내판으로 설명을 듣고 숲속 길을 걷기 시작했다.
1418m 금대봉은 입구에서 1.2㎞ 정도 구간으로 약간의 땀만 빼면 정상에 다다른다. 나무로 우거진 숲길은 아주 좁은 길이 대부분이어서 숲속 깊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700m쯤 오르자 숲길 삼거리가 나왔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제법 경사진 숲길을 올라 금대봉에 올랐다.
인증샷 찍고 정상석 통나무 울타리 옆길로 밀림 숲길을 헤치며 내려와 고원 트레킹 길을 만났다. 이곳부터 대덕산 정상까지 4.6㎞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1300m쯤 되는 고원 능선에 나 있는 걷기 길옆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조금 걷자 시야가 탁 트이며 파란 하늘이 눈에 닿을 듯 다가왔다.
낙엽송 군락 나무 끝에 구름이 걸린 듯이 멋진 풍광이 나타났다. 왼쪽의 데크 계단으로 능선에 올라서자 드높은 파란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 능선들이 광활하게 펼쳐지며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능선 데크 계단을 내려가 숲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산자락으로 연결되는 데크 계단이 숲길에 잘 설치돼 있어 걷기에 아주 좋았다. 길 위아래로 쭉쭉 뻗은 원시림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피어있는 꽃과 필 때를 기다리는 야생화 군락들이 지천으로 숲을 메우고 있었다.
금대봉 능선 자락 숲길
흙길에 피톤치드 뿜는 숲길 상쾌
나무숲 그늘로 이어지는 길이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흙길에다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마시는 걷기 길이라서 기분은 더없이 즐겁고 상쾌했다. 당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 능선 길을 계속 걸었다. 일본잎갈나무 군락지를 지났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요리조리 걷기 길이 연결됐다. 신갈나무 군락지 사잇길로 걸었다. 고로쇠 군락지를 지났다.
오르막이 얼마간 이어지다 다시 한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옆으로 쭉 뻗은 나뭇가지가 독특한 커다란 피나무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대덕산 2.8㎞, 분주령 1.3㎞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났다. 30~40년 넘은 듯한 낙엽송 군락 사이를 한참을 걸었다.
능선 자락을 돌던 길이 낙엽송 숲을 빠져나오자 능선을 따라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물박달나무 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숲길에서 파란 하늘이 뚫려 보이는 듯한 개활지인 넓은 분주령에 닿았다. 대덕산 정상까지 오르기가 벅찬 도보여행자는 이 고개에서 검룡소 방향 이정표를 따라 옆길로 빠지면 된다.
분주령에서 간단하게 휴식 겸 요기를 하고 대덕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 가기 시작했다. 대덕산 정상까지 1.5㎞ 정도에다 경사 심한 190m 표고차가 있어 땀을 많이 흘려야 했다. 숲길로 급한 오름길이 100m쯤 이어졌다. 숲이 뚫린 개활지를 지나 산자락으로 비스듬하게 난 길을 1㎞ 넘게 올랐다.
대덕산 정상 전경
대덕산 정상 360도 파노라마 뷰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갈매나무 군락지 사잇길을 지났다. 능선에 넓은 분지가 나왔다. 하얗게 덮여있을 개망초꽃을 기대했는데 보이질 않아 아쉬웠다. 대신 새롭게 건설된 풍력발전기 날개와 거대한 하얀 기둥이 반겨줬다.
왼쪽부터 백당나무꽃, 쥐오름꽃, 범오리꽃
분지를 지나 숲길로 다시 들어섰다. 한 발 한 발 가쁜 숨을 내뱉으며 발을 내디뎠다. 1307m 대덕산 정상에 닿았다. 사방으로 360° 파노라마 뷰 전망이 펼쳐졌다. 건너편 매봉산과 풍력발전 시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정상 인증샷을 찍고 검룡소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리막이 심한 길이었는데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어 걷기에 아주 좋았다. 계단 옆으로 아름드리 낙엽송이 빽빽하게 밀림을 이루고 있었다. 데크 계단이 끝나고도 밀림 속으로 길이 한창이 이어졌다. 세 번째 걷는 길이지만 올 때마다 행복감에 젖게 만드는 녹색 장원이 반겨줬다.
하루 1만여톤 물이 땅속서 분출
검룡소
숲길을 계속 내려오다가 분주령에서 검룡소로 내려오는 삼거리를 지났다. 숲속 흙길이 이어지다 자갈이 섞여 있는 흙길을 걸었다. 다시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짧은 데크 길을 걸었다. 흙길을 한참을 내려가다가 탐방안내소 삼거리에서 검룡소를 탐방하러 다시 올라 걸었다. 계곡 옆으로 난 넓은 길을 600m쯤 걸어 검룡소에 도착했다. 하루에 1만여 톤 정도의 물이 땅속에서 콸콸 분출된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올라오면서 본 계곡은 가물어 선지 물이 바짝 말라 있었는데 검룡소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생태자원 보호를 위해서 설치했다는 데크 시설 전망대에서 물이 용출하는 곳의 모습을 찍고 내려왔다. 1㎞ 아래쪽 입구에는 거대한 검룡소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두문동재부터 검룡소 탐방 입구까지 11㎞여 되는 걷기 길은 거의 전 구간이 숲속 길로 이어지는 고원 트레킹 코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걷기 길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