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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뛰기는 비슷해 보여도 여러모로 다른 운동이다. 원하는 결과에 맞춰 과학적으로 운동해보자.
"5~7km"
매일 1만 걸음을 걸으면 여성은 4.6년, 남성은 4.1년이 젊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만 걸음은 대략 5~7km로 매일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최근 1주일 동안 매일 10분 이상, 주 5일에 30분 이상씩 걸은 남성은 40.6%, 여성은 38.6%에 불과했다. 이는 남녀 모두 10년 전보다 20% 이상 낮아진 수치다.
건강하고 싶다면 걷기만 해도 효과적
걷기보다는 강도 높은 뛰기가 건강에 훨씬 좋을 것 같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률만 놓고 보면 걷기가 뛰기보다 낫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는 규칙적인 뛰기와 걷기의 운동 효과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뛰기 운동은 고혈압 발병 위험률을 4.2%, 고지혈증 4.3%, 당뇨병 12.1%, 심혈관질환 4.5%를 낮췄고 걷기 운동은 각각 7.2%, 7%, 12.3%, 9.3%를 낮췄다.
비슷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대체로 걷기가 뛰기보다 1.5~2배 정도 건강 위험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니‘건강 때문에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걸으면 된다. 무릎관절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많이 걸어서 아픈 게 아니라 너무 안 걸어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영장 물속에서 걷는 것은 수술 직후 초기 재활에서 쓰는 방법이니 걱정 말고 일단 걸어라.
중요한 건 ‘걷기’가 아니라 ‘빠른 걷기’
일상적인 걸음 속도로 걷는 건 운동 효과가 없다. 걷고 건강이 좋아졌다는 연구들은 대부분이‘빠른 걸음’이었을 때다. 빠른 걸음은 약간 숨이 찰 정도로 옆 사람과 대화는 할 수는 있지만 노래는 부르기 힘든 정도다. 걷기가 뛰기나 자전거 타기보다 좋다는 연구가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6~8km/h로 빨리 걸었을 때다. 일상적인 걸음 속도가 4km/h 정도이므로 이 정도면 뛰는 거다.
그러니 단순히 ‘걷는 게 좋다’만 기억해서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면 기분 전환은 되어도 건강검진 수치가 좋아지기는 힘들다.
5분간의 전력 질주는 45분간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건강 효과가 있었다. _호주 커틴대 보건과학부 |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뛰기
빨리 걷기만 해도 건강검진의 수치는 좋아질 수 있지만 심폐지구력 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량 소모량이 적다. 빨리 걷는 것보다는 천천히 뛰는 게 근육을 덜 지치게 하고 운동 효율을 더 높인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별다른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걷기보다 뛰기를 권한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봐도 같은 시간 운동할 경우 걷기보다 뛰기의 운동 효과가 2배가량 높다. 특히 살 빼기에는 걷기보다 뛰기다. 가볍게 뛰어도 걷기의 2배 이상 칼로리를 소모한다. 빨리 걷는 속도가 보통 5~6km/h이므로 여기서 약간만 속도를 올려 7km/h 정도로 천천히 달려보자.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이용한다면 경사각을 높인다. 평평한 상태보다 칼로리 소모를 50%까지 늘릴 수 있다. 엉덩이 근육에도 더 큰 자극을 줘서 히프 업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경사로를 걸으면 칼로리가 더 많이 소비되고 엉덩이 근육도 더 많이 쓴다.
더 좋은 건 뛰다 걷다 반복하기
연구 결과들을 보면 칼로리 소모가 가장 많은 운동은 무조건 뛰기가 아니라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는 것. 1~2분 동안 전력 질주한 뒤 숨이 턱까지 차면 잠깐 걸으면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1~2분 동안 전력 질주를 한다. 이때 뛰기와 걷기는 2대1이 가장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1분 뛰기→ 30초 걷기→ 1분 뛰기→ 30초 걷기를 반복하는 식이다. 이것을 3~7회 반복한다. 이렇게 3회를 반복하면 4분 30초, 7회를 반복하면 10분 30초 만에 운동을 끝낼 수 있다. 강도를 높이면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다. 가장 많이 권고하는 것은 30초 전력 질주, 15초 걷기다. 운동법만 바꾸면 5분으로도 1시간 걷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걷기 효과는 하루,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2~3일
이런 운동법을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라고 하는데, 걷기나 천천히 뛰기는 운동 중에만 지방을 태우지만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운동 후 일상생활에서도 지방을 계속 태우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가 48~72시간 정도 유지된다고 하니 2~3일에 한 번씩만 짧고 굵게 운동하면 된다. 심지어 식이조절 없이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2주간 시행했더니 허리둘레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럼 한 시간 내내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면 살이 더 많이 빠지지 않을까? 그러나 한 시간 동안 한다면 고강도가 아니다. 체력이 좋아져 덜 힘들어졌다면 시간을 늘리지 말고 속도를 높이거나 휴식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강도를 높인다.
뛰기는 식욕억제 호르몬 분비를 촉진했지만 걷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_미국 와이오밍대학 |
‘오래 하기’보다 ‘힘들게 하기’
사실 걷냐, 뛰냐를 결정하는 것은 체력이다. 운동을 해본 적도 없고 처음 시작한 사람이 곧바로 뛸 수는 없다. 문제는 숨이 차든 말든 남녀노소 모두 평보로 걷기만 한다는 데 있다.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해 빨리 걷기, 천천히 뛰기, 중강도 뛰기, 고강도 인터벌 운동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야 한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신의 체력이 허용하는 한 강하게 운동을 해야 운동 효과가 커진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노화가 촉진되고 면역력이 저하된다며 저강도 운동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건 고강도 운동을 과다하게 했을 때의 연구 결과다. 단, 심호흡계 질환자나 복부비만, 흡연자 등은 고강도 운동 전에 의사와 상담하고 결정한다.
"걷기나 뛰기의 운동 효과는 하루 정도 지속된다. 일주일에 2회 이하의 운동으로 건강해지길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소 이틀에 한 번 이상은 해야 한다. 특히 강도가 낮은 걷기는 매일 해야 한다."
• 고강도
전력 질주와 같이 최대 3~4분 이상 못 하겠다고 느끼며 대화가 불가능한 정도.
• 중강도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고 약간 숨이 차거나 땀이 나는 정도.
3분간 고강도 운동을 2주간 실시했더니 인슐린 저항성이 35% 향상되었다. _영국 버밍햄대학 |
걷기로 살을 빼려면 아침 식전에!
체지방을 빼는 데는 확실히 뛰기가 낫지만 운동 시간대를 잘 선택하면 걷기가 뛰기보다 나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침 식사 전 공복에 운동하면 체지방을 20% 더 소모시킨다. 또한 아침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전날 쓰고 남은 에너지를 태운 후, 축적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체지방 감량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이때는 걷기 같은 중강도 운동이 뛰기 같은 고강도 운동보다 낫다. 공복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하면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 먼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 후 식욕이 당길 위험이 있다. 걷기만으로는 체중 감량에 별 효과가 없지만 아침 공복 상태라면 뛰기만큼 효과가 있다.
근육운동은 따로 할 것
걷거나 뛰는 운동은 흔히 유산소운동으로 분류된다. 유산소운동은 일반적으로 체지방 감량에 효과적이다. 물론 걷기나 뛰기도 근육에 좋다. 허리 근육도 튼튼해지고 엉덩이, 다리 근육도 튼튼해진다. 그러나 근육량이 늘어날 정도는 아니다. 40세가 지나면 신체 노화로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 2회 근육운동이 필요하다.
근육운동은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걷기나 뛰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먼저 시작해서 심폐기능을 향상시킨 다음에 근육운동을 병행하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스트레칭은 워밍업 후에 할 것
운동 전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무조건 스트레칭부터 하라는 뜻은 아니다. 워밍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스트레칭을 하면 오히려 근육이나 인대를 다칠 수 있다.
가볍게 뛰어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체온을 올려서 근육이나 인대, 힘줄 등의 탄성을 좋게 만든 뒤 스트레칭을 해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 워밍업으로 가볍게 제자리뛰기를 하고 스트레칭을 한 뒤, 본운동에 들어간다.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본운동이 끝나면 속도를 낮춰 숨을 고른 다음 스트레칭을 한다. 운동 전후로 5~10분씩 하면 적당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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