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 경영의 선두주자이자 자타공인(自他共認) 국내 1·2위 그룹의 후계자. 이재용(45)
삼성전자(005930) (1,386,000원▼ 39,000 -2.74%)부회장과 정의선(43)
현대자동차(005380) (256,500원▲ 1,000 0.39%)부회장 얘기다. 1968년생과 1970년생으로 두 살 터울인 두 사람은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데다 아버지 세대의 성장을 이어가야 할 숙명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역이자 자동차와 정보통신(IT)간 융합시대를 맞아 경쟁해야 할 ‘재계 맞수’이기도 하다.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두 사람은 직접 만나 속 얘기도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회사 모두 신성장동력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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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재계 3세 경영 선두주자이자 맞수인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각 그룹 제공
◆ 자산은 정의선 부회장, 승계는 이재용 부회장 우위국내 재계에서 부동의 1위는 삼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보유 자산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과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 등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주식자산가치는 3조856억원(8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이재용 부회장(2조6045억원) 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에버랜드 등 비상장사 보유 지분 비중이 큰 탓이다. 이를 ‘자산승계율’로 따져보면 정의선 부회장은 30.2%, 이재용 부회장은 22.8%로 집계됐다. 자산승계율이란 경영권이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 등 가족 전체 자산 가운데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자산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승계구도 측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정의선 부회장보다 탄탄한 입지를 갖췄다는 게 재계 평가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순환출자 꼭지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이건희 회장보다 7배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방식은 에버랜드에서 시작돼
삼성생명(032830) (103,000원▲ 0 0.00%)과 삼성전자,
삼성SDI(006400) (169,500원▼ 1,500 -0.88%),
삼성물산(000830) (61,100원▼ 200 -0.33%)을 거쳐 다시 에버랜드로 귀결되는 구조다. 에버랜드 주식 62만7390주(25.1%)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삼성을 지배할 수 있는 요건을 보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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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ceo스코어 제공
반면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012330) (292,000원▲ 3,000 1.04%)에 대한 지분율이 미미한 수준이라 본격적인 승계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 보유 주식자산 가운데
현대글로비스(086280) (197,000원▲ 1,000 0.51%)가 7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기아차 비중은 15%였고 현대차는 0.05%에 불과했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31.88%)이긴 하지만 현대차 지분율이 미미하고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004020) (83,700원▼ 300 -0.36%)주식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 2인자 굳히기 vs 격(格) 업그레이드이재용 부회장은 활발한 대외 업무를 통해 ‘2인자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 포럼’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돼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차세대 지도자뿐 아니라 아시아권 정·재계 실력자들이 참석한 이 포럼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거물(巨物)들과 교류하면서 삼성 후계자로서의 대외적 입지를 다졌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기간에는 산시성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며 현장 안내를 맡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대통령 첫 수행을 통해 삼성 후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분구조와는 별개로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09년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제철 상근이사 및 기아차·현대오토에버·현대엔지비 비상근 이사를 맡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를 회생시킨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디자인 혁신으로 품격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게 그룹 내부의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력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가 아반떼·소나타에서 그랜저로 옮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브랜드 품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라며 “현대제철 3기 고로 준공으로 완성차로부터 원료까지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면서 정의선 부회장 경영 활동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