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궁궐이 모두 5개가 있답니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景福宮)을 비롯해서, 이궁이였던 창덕궁(昌德宮)과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창경궁(昌慶宮)이 있구요.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경희궁(慶熙宮)이 있지요. 그리고 흔히들 덕수궁으로 알고 있는 경운궁(慶運宮)이 있답니다. 이 모두를 합하면 조선의 남겨진 궁궐은 5개랍니다.
오늘은...
이 궁궐의 정문에 얽혀있는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할까요? 이 5개의 궁궐 정문의 이름에는공통점이 있답니다. 5대 궁궐의 정문에 얽혀있는 공통점을 말씀 드리기 전에 다시 문제를 내 볼까요?...ㅎㅎㅎ
5대 궁궐의 정문 이름을 혹시 다 기억하세요???
후후후...
아마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실거에요.
설명을 들으면서도..또는 답사를 다니면서도 그냥 스쳐 지나치기 급급하다보니 보통 정문은 금방 넘어가 버리고 만답니다. 차근 차근 헤아리며 기억하시길 바랍니다.자~ 하나씩 찾아볼까요?
이걸 기억하신다면 님은 그동안의 산책길에서 제법 많은 것들을 기억하신다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ㅎㅎㅎ
그렇다면 지금은 경희궁의 정문은 무엇인지 기억하세요? 뭐라구요?... 기억이 안나신다구요? 경희궁의 정문은 1920년대 중반, 당시 조선의 조정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목숨을 잃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는 절을 지금의 장충단 인근(지금의 신라호텔 자리)에박문사(博文寺)라는 절을 세우면서 그 절의 정문으로 경희궁의 정문을 뜯어 옮겼답니다.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조선총독부가 경희궁을 헐면서 경희궁의 정문은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해방이 되면서 박문사(博文寺)라는 절 또한 사라지면서 관리부재로 인하여 거의 부서지기 일보직전에70년대 말에 신라호텔이 들어서면서 호텔의 정문으로 자리하고 있다가 얼마전에야 제자리로 돌아 온 비운의 흥화문(興化門)이 있답니다...^^*
이렇게 모아서 놓고보면, 4대 궁궐의 정문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화(化)"자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금방 아셨을거에요. 자, 그렇다면 나머지 궁궐인 경운궁의 대문은 무엇이지요?
뭐라구요?~ 대한문(大漢門)이라구요???
경운궁의 정문이 대한문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실제 경운궁의 정문은 대한문이 아니라 경운궁의 남쪽에 자리하였던 "인화문(仁化門)"이
경운궁의 원래 정문이랍니다.
이로서 서울에 있는 5대궁궐의 문에는 모두가 다 화(化)자가 들어가 있음을 아셨지?...^^*
자~
이렇게 5대 궁궐의 정문에 모두 들어있는 이유를 찾아볼까요? 이 "화(化)"자는 교화(敎化),
또는 덕화(德化)라는 뜻이 있습니다. 즉, 교화, 덕화를 빛나게 하고, 두텁게 하며, 널리 하고, 흥하게 하며, 어질게 하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화(化)"자가 지니고 있는 의미로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연결시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임금님을 일컬어서 밤하늘에서 움직이지 않는 "북극성"에 비유하곤 하였답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밤 하늘의 복판에서 모든 별들의 중심이되는 북극성...^^*
그래서, 임금님의 위치는 상징적으로 북쪽입니다. 즉, 임금님은 늘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보고 계심을 의미하지요. 이렇게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신다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쪽에는 백성들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조선을 개국한 후에 정궁인 경복궁을 창궐 할 당시에도 중국의 궁궐창궐법을 참조하면서도 우리만의 독특한 방법을 자리할 수 있었음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임금님을 중심으로 방향을 생각한다면, 궁궐의 정문은 항상 남쪽이 된답니다.
남쪽은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계절로는 여름이며 불을 뜻합니다.
그래서 남쪽은 화(火)에 해당하지요.
여기서 여러분들은 금방 위에서 이야기 한 "화(化)"자와 연결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음은 같아도 한자가 틀리지요? 그것은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이 나무를 주재료로 하기 때문입니다. 목조 건축물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바로 불입니다. 그래서, 궁궐의 정문에는 불 "화(火)"자를 쓰지 않고 될 "화(化)"자를 쓰는 것이지요.
제가 1월과 2월... 경복궁 답사를 인솔하면서 누누이 말씀 드렸 듯이 당시에 궁궐에 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동원했다고 했지요?
그 중에 몇가지를 복습(?)삼아 말씀드린다면... 우선 지붕의 용마루 끝에 자리한 치미...
지붕 처마 끝선 자락에 나란히 앉아있는 삼장법사를 필두로 손오공과 그 일당(?)들???...ㅎㅎㅎ
처마 깊숙히 자리한 벽체와 이어지는 부분에 삼지창 처럼 가닥을 뽑내는 창살들...그리고 드무...등등
불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도없이 많은 것들이 궁궐의 여기저기에 남아있답니다.
그런 방편과 방법중의 하나로 5대 궁궐의 정문에 모두 다 들어있는 이 "화(化)"자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나란히 들어있답니다.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를 알고서 다시금 궁궐을 산책하노라면 보다 더 가까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궁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