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홍주, 토하젓, 흑산도 홍어…남도음식 총출동이요!
겨울이 오면 홍어가 온다.
홍어는 영산강을 추억한다. 흑산도 홍어라지만 정작 흑산도에는 삭힌 홍어를 만나기 어렵다. 나주 영산포에 와야 된다. 흑산도 사람들은 생 홍어회를 즐긴다.
전남 강진 사람인 이양수 사장. 봉덕동 중동교 서쪽 초입에서 '영산강'이란 남도음식점을 운영한다. 15년간 각설이 인생을 살며 전국을 돌다가 5년전 수성구 시지 대구스타디움(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전라도'란 홍어집을 냈다. 텃세가 셌다. 홍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닥터시설까지 마련해야만 했다. 그런데 한국축구대표 감독 박종환, 프로씨름선수 이봉걸, 매생이를 무척 좋아하는 가수 인순이 등이 찾아온 뒤부터 사정이 좀 나아졌다. 지난해 8월 장소를 옮겼다.
사실 대구의 남도음식점은 살아남기 참 힘들다. 구색을 갖춰놓아도 제대로 음식을 먹을 줄 아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한약재 차소를 넣은 진도 명주 홍주(한병에 5만원)가 손님을 맨먼저 맞이한다. 홍주를 매실주 정도로 얕봤다간 입천장 다 데인다. 50도가 넘는 증류주다. 그가 태양과 노을주 시범을 보인다. 태양주는 사이다를 부은 컵 위에 작은 티스푼을 놓고 그 위에 홍주를 살그머니 방울방울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 위에 불을 붙인다. 사이다와 홍주의 비중 때문에 붉은층이 태양처럼 보였다.
웬만하면 남도 재료를 사용한다. 여수 돌산 갓김치, 젓갈류 등은 물론 일반 식당에서 흔한 새코막 대신 2~3배 큰 보성 벌교 참꼬막(한 접시 2만원)을 낸다. 그가 80℃에서 참꼬막 삶는 비법을 공개한다. 여느 조개처럼 입이 쩍 벌어지도록 삶으면 참꼬막의 진미인 핏물이 다 빠져나가버린다.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한 방향으로 저어줘야 조갯살이 더 졸깃해진단다. 바코드가 찍힌 흑산도 홍어는 현지에서 오고 가끔 국내 연안에서 잡힌 국내산(5만원)은 식당 옆에서 열흘 이상 삭혀 낸다. 칠레산(2만5천원)은 가격이 싸다. 세발 낙지 요리도 풍부하다. 낙지숙회와 양념을 먹여 나무젓가락에 덩굴처럼 갈아 내는 '낙지호롱'도 별미. 여기선 홍어를 이렇게 먹는다. 김 위에 홍어 깔고, 그 위에 삼겹살, 강진 옴천 토하젓과 묵은지를 얹어 먹는다. 완도 고금면에서 올라온 매생이로 끓인 탕(7천원)은 속풀이국이다. 이집 요리를 모두 코스식으로 즐기려면 1인분 3만원만 쏘면 된다. 점심 특선은 1만원. 낙지는 시세.
연중무휴이고 낮 12시 문 열어 밤 12시 문닫는다. 흑산도 한접시 10만원. 1인분 3만원 내면 코스로 이 집 다양한 메뉴 다 맛볼 수 있다. (053)471-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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