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가 되든지 공동체가 되든지 그것은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달렸습니다

[성은주김승옥부안새순농장]

패거리가 되든지 공동체가 되든지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달렸습니다.

때로 이 카페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들어오고 읽고 그냥 나가는 침묵하는 다수를 생각하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철없는 아이가 마당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니다 이웃집 소녀가 엿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처럼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서 오싹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쓰렵니다. 아마 직업상 술자리를 갖지 못하고 그런 자리에서 주고받지 못하니 이렇게 술과 안주가 없어도 되는 카페 게시판을 애용하는 주사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듭니다만... '1박2일'을 즐겨보면서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누립니다. 거의 발가벗겨진 연예인들의 사생활,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 이것이 그런 재미는 있을 턱이 없지만 그래도 이제 같이 촌사람들이 된 귀농 동지들에게만은 좀 발가벗겨진 모습을 서로 보여드려서 아주 깨알같은 웃음거리라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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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라도 광주 출신이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지역감정과 차별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런데 내가 오래 몸 담고 있는 곳에서, 정작 가장 지역감정이 없어야 할 교회 교단에서 이북 세력, 경상도 세력, 호남 세력이 치열하게 다투고 갈라서는 것을 보았다.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그 상처는 봉합이 되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화해와 회복도 순수한 목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세상을 뜨고, 이제는 반대로 모든 교단들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갖기 위해서 서로의 필요성 때문에 다시 합한 것이다. 분열의 동기도 통합의 동기도 순수한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한번 멀어진 이북 세력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나도 그 광풍에 휘말려서 가까운 사람들을 아주 쉽게 배신하고 어느 한 편에 서야 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결코 천국에 가지 못할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이 의식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다. 아, 나도 그 일부인 치졸한 한국 교회여.... 그래서 나는 목사이면서도 교단이나 교회 조직을 결코 믿지 않는다. 겉으로는 신과 진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의식이 없이 조직 그 자체를 최우선시하는 맹목적인 것이 종교 조직이다. 종교 조직, 그 훌륭한 전통과 위엄과 문화 속에만 있으면 내가 구원받으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직체로서 교회를 믿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는다. 나 자신이, 개인이 치열하게 진리와 사랑을 추구하면서 살지 않으면 구원이란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이런 깨달음에 이렇게 늦게야 도착했다. 진리와 사랑의 참된 신앙생활과 교회 조직 생활을 오래오래 혼동하고 착각했던 것이다. 종교 조직의 그 무게감과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에... 종교 조직이 필요없다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고.       

  내가 아는 불교와 가톨릭의 속 모습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가장 고상한 종교 세력이 이럴진대 나는 어떤 일반 조직에서도,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그 이합집산의 이면에는 인간의 우월감과 자부심,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는 명예욕과 탐욕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명예욕과 탐심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생의 의욕도 생기고 부끄럽지 않은 반듯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약간 지나치면 자신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확실히 지나치면 이제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미화하고 덧붙이기 위해서 남을 무시하고 깎아내리고, 비판하고 파괴하고 짓밟는다. 어느 누구도 자기 명예와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서, 특히 조직의 일에서는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5.18이 일어났을 때 나는 군에 있었다. 나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광주 고향의 폭도들을 진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힘든 군인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놈들에게 이를 갈았다. 나를 보내면 가서 다 기관총으로 쓸어버리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철두철미한 보수 세력이었다. 지금 말하자면 진정한 보수도 아니고 집권세력 편이었지만.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보수적인 교회의 영향 때문에도...  나중에 들으니 대학생이었던 동생들은 데모하면서 목숨 걸고 피해다녔다.  제대하고서 역사와 사상과 교회에 대해서 많이 배우면서 점점 사상적으로 핑크 빛이 되어갔다. 지금은 사상적으로는 완전 좌충우돌이다. 좌도 우도 차선책이지 그것이 최고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지금도 당시 군인으로서 내가 잘못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 군인이었다 해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군인들의 희생도 시민들의 희생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직 아프다. 아무 피해도 입지 않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해서 떠올리기도 싫고 더 알고 싶지도 않은 기억 중의 하나다. 그래서 아직 망월동에는 제 정신으로는 못 간다.

    우리는 때로 내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어느 한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 그 한 편에서 바라보는 나머지 세상은 얼마나 적대적인가? 그러나 내가 내 눈으로 보는 그 세상이, 아니 내게 보이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인간 세상의 일들을  순수선과 절대악으로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와 우리는 선하고 너와 너희들은 나쁘다고 칼같이 구분 짓기를 좋아한다. 내 편은 올바르고 아무 문제 없고 문제는 다 너희들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결속력을 공고히 하는 데 있어서 외부의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처럼 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의 적을 만들어서 자기 편을 보호하고 강화시키는 것은 가장 쉽지만 면역력이 전혀 없는 가장 허약한 편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다른 편을 자기 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해버리면 이것은 편 가르기다. 이렇게 나누어진 양 편은, 겉으로 보기에는 진한 남자들의 세계이고 의리로 똘똘 뭉친 것 같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약육강식의 세계인 조폭 수준의 패거리에 불과하다. 

나는 전북에 대해서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 특히 김제에 대해서....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왜냐하면 거기 출신 어른 한분이 나와 만나기만 하면 늘 김대중을, 후에는 노무현까지 빨갱이라고 내 앞에서 비난했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고 무지 존경받을 만한 분인데 정치적 견해만은 극보수 우익이셨다. 내 언행이 항상 핑크 빛이어서 - 사실 정치적 색깔로 말하자면 빨간 것이 아니라 일곱 색깔 무지개, 좌충우돌이라고 내가 아무리 우겨도- 그분 눈에는 광주 출신인 내가 결국 김대중 광신자로 보였던 것이다. 나는 사실 김대중 선생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안 해도 사람들은 광주 사람이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주니까...  내가 사실 유일하게 좋아했던 정치인은 노무현이다. 유명한 박정희 이후로 그렇게 훌륭한 정치인이 경상도 사람이어서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사람은 어느 시기에 어느 지점에 누구와 함께 있느냐는 것만으로 대부분 자기 입장과 견해와 관점이 정해지고 만다. 삼성 재벌가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그 사람의 입지와 사고와 행동반경은 거의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정해지고 만다. 이런 것은 대부분 내가 선택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다. 그러나 같은 지점에 선 사람들이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패거리가 되느냐 역사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되느냐는 자신들이 선택하고 결단해야 할 문제이다. 같은 지점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존재와 결속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와 한을 이해하고 그들의 실수와 단점까지도 용납하면 함께 공동체가 되는 것이고,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편이 괜시리 기분이 나쁘고 상대편은 항상 음모나 꾸미는 것 같고 상대편의 작은 실수와 허물까지도 항상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패거리가 되는 것이다.

    고창 사람들은 고창 사람들끼리 광주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 재미있게 살려면 고향 사람들끼리 혹은 뜻 맞는 사람끼리 가까운 사람들끼리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너무 좋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나, 우리끼리 똘똘 뭉쳤는데 왜 너희도 똘똘 뭉쳤느냐? 기분 나쁘다. 너희는 똘똘 뭉치지 말고 느슨하게 뭉쳐라 아니 해체해라... 이런 억지가 실제 정치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래서 지역 감정이 되고 차별이 생긴다. 지역이 공동체가 되지를 않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 사람들은 고창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고창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고, 그들의 신음과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배가 아파도 그들의 자랑과 수익에 갈채를 보내야 한다. 이것이 공동체이다. 패거리는 패거리로 답하고 공동체는 공동체로 답한다.         

어느 한 편이 같은 배를 탄 것은 대부분 운명이다. 그러나 그 편이 패거리가 되거나 공동체가 되는 것은 내 선택이고 우리의 결정이다. 상대편을 인정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공동체로 성숙해가는 첫 걸음이다. 상대방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살아온 배경과 경험이 다르므로 각기 독특한 개성이 있고 능력의 차이 곧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어느 편이나 인격적인 혹은 정서적인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논리적인 반면 어떤 사람은 감성적이다. 어떤 사람은 앞장서서 일해야 직성이 풀리고, 어떤 사람은 뒤따라가며 함께 일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어떤 사람은 바로 대응하고 과격하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뒤끝이 없고, 어떤 사람은 끝내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 어떤 사람은 반응이 늦고 깊고 오래 가지만, 어떤 사람은 반응이 빠르고 짧게 간다. 어떤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주로 혼자만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본 경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조직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존심 버리고 비굴하리만치 누구에게나 굽신거리고 사과하고 부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한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처신한다. 이렇게 성향과 관점과 방법의 차이 때문에 일을 함께 하면서 서로 상처를 입고 오해를 하고 결국 관계가 어긋나고 비틀어진다.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면 해답도 없다. 명백하게 법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라면 해결이 쉬운 편이다. 조직 내의 갈등은 대부분 다음 몇 가지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1) 한 편은 이것을 윤리적인 치명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데 반하여, 상대방은 그것을 큰 흠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든지 실수할 수 있고 내 식대로 할 수 있는 법인데, 그것을 꼭 사과하고 해야 하느냐? 너는 그런 실수 안 하라는 법 있느냐?”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런 부분이 내 약점이고 한계인데 그것 때문에 그렇게 불편했다면 내가 사과하겠다. 용서해 달라.” “그것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한 것이라면 내가 이해를 하겠다.” 서로 이렇게 상대방의 약점과 한계를 인정하면 해결이 가능해진다.

2) 나는 이것으로 인하여 큰 인격적인 상해를 입었는데, 상대방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할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 것도 아닌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너의 열등감이나 정서상의 문제이지 내가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렵다.

“그것 때문에 그렇게 상처를 받고 마음이 상했다면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고치도록 노력을 해보겠지만 일단 용서하고 마음을 풀라.” “나도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럴 의도가 정말 아니었다면 나도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겠다.” 서로 이러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동체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1.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갈등을 해소하기로 약속한다. 

2. 갈등 상황에서는 서로 상대방의 판단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양쪽이 인정하는, 권위 있는 제 3자를 선정해서 중재자로 삼는다.  

   중재자의 결론에 순응할 것을 약속한다.  

3. 양쪽이 갈등하는 문제를 각자 설명한다.  

4. 그 문제(들)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하여 중재자의 인도로 토론한다.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은 대부분, 가치관과 행동방식의 충돌,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에서 시작된다.

5. 그 문제들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각자 적는다. 

6. 당사자들이 잠시 동안 냉각기를 가지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7. 함께 모여서 중재자의 판단에 따라 서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는다. 

8. 결과를 공동체 전체에 알리고, 기념으로 체육대회나 등산대회처럼 축제를 연다.           

[비틀맨(송성호)]

공감100
인간본성을 들추어 사회와 조직을 탐구하여 공동체의 존속의 문제로 이끈 아주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성은주김승옥부안새순농장]

감사합니다. 혹시 비틀즙 사장님이십니까? 우리 농산물 가공하려면 신세 많이 져야 하는데 잘 부탁합니다.

[빨간붕어(권오민 한남주)]

또한번 시원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공감하는 바가 크네요^^

[고향지기]

좀 읽어보려 했으나 도저히 눈이 어지러워 못 읽겠네요.글씨체와 색상을 바꿔 주실순 없나요?

[성은주김승옥부안새순농장]

죄송합니다. 고쳤습니다. 기자님의 글 팬이 되었습니다.

[해바라기(최경희)]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읍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우서기]

조금만 더 이해하고 서로를 많이 사랑하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의 갈길을 묵묵히 가며 올해 농사에 집중을 해야할때....

[사랑의하모니(김재극)]

좋은글 감사합니다. 모든것은 단지 시간이 해결해주는것이 아니라 서로의 반성과 이해 그리고 그과정을 통해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것입니다.

[지금부터...(김기숙)]

귀한 글 잘 보았습니다
큰 공감을 보냅니다
언제 시간내어 보이차를 촉촉히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농부다(박보용)]

저희 사무실에 오시면 최고급 보이차를 대접해드리지요~

[고향지기]

요는 진정으로 화해할 마음이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동안 중립적인 자세로 지켜봤지만 교묘한 말로 약속을 뒤집어 버리면서도 전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균형적 사고가 어느정도냐 에도 답이 있잖을까 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엔 똑같은건 없는 것 일 것이고 악과 선,또는 악과 양심 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