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호흡의 효능
서예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데 좋은 효능이 있다. 왜 서예를 하면 마음의 산만함이 치유되고 침착한 사람이 될까? 논자는 서예를 하면서 나타나는 心身의 변화를 심도있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서예의 호흡에서 발견한다. 이와같은 문제제기는 서예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하고, 서예치료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흡이라고 하는 것은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어서 평상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 호흡임을 깨닫게 된다. 연령을 통해볼 때 호흡은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은 복식호흡을 하고, 어른이 될수록 흉식호흡을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가쁘게 숨을 쉰다. 그것은 그만큼 호흡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로가 지나치게 쌓이면 호흡이 얕아지고 거칠어지는데, 이것은 바로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알려주는 赤信號이다.
근육치료학자 김애숙 선생은 서예가 호흡에 미치는 영향을 서예의 자세와 관련지어 설명했는데,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근골격계의 관점에서 볼 때, 서예의 자세는 호흡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붓글씨를 쓸 때
어깨의 각도는 견갑골이 정상적인 위치에 갈 수 있도록 견갑골에 부착된 근육의 힘을 증강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일상생활 동작의 대부분은 주로 팔을 앞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견갑골이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척추에서 견갑골 쪽으로 부착되어진 등의 근육들이 이완되고,
반대로 가슴 쪽 근육들은 수축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요즘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Round Shoulder(둥근어깨)라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는 호흡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호흡기능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신체내의 서로 다른 체계들의 섬세한 조화가 필요한데,
즉 심혈관계․신경계․근골격계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서예 자세의 관점에서 보면, 골격근에 포함된 수용체(리셉터)들은
각각의 척수 분절의 근육운동을
조절한다. 이러한 수용체로부터의 신호들은 다시 척수를 따라 上行하여뇌에 이르러 호흡조절에 영향을 준다.
정상적인 호흡운동은 흉곽의 장기(심장․폐)들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흉곽의 정상적인 생리적 작용은 충분한 동맥혈을 공급하고 적당한 정맥혈 배출․효과적인
림프배출,정상적인 자율신경을 조절한다.
그리고, 또 호흡에서 횡격막의 운동을 빼놓을 수 없는데 횡격막의 운동은 폐기능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호흡에 따른 횡격막 운동은 복부장기 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 오장육부의 기능을
원활히 하는 최적조건을 이루게 한다. 횡격막의 운동은 일차적으로 장의 자율적인 맛사지 기능을 일으킨다.
또, 횡격막은 흉골림프절에 노폐물을 배출하고, 늑골 사이의 호흡근육들은 척추 앞쪽에 있는
흉관으로 림프배출을 하기 때문에 횡격막 운동이 억제되면 폐의 가스교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가스교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혈액내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집중력이 저하되어
질병으로 가는 조건을 만들어준다.
요즈음 현대인들은 복부근육의 문제점들이 가장 많이 표출된다.
붓글씨 쓰는 자세는 복부근육의 힘이 필요한데, 인체에서 어떤 동작을
취하든 간에 (예 : 서 있는 자세에 팔을 들어 올려도) 가장 먼저 근육의 활동이 일어나는것은
복부 가장 안쪽에 있는 복횡근이다. 복횡근은 명치 밑에 있는 검상돌기에 붙어 있는데
이 검상돌기 위로는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과 ?붙어 있는 흉횡근․횡격막,
그리고 아래로는 골반횡격막(골반저근육)이 같이 붙어 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붓글씨 자세에서 볼 수 있는 복횡근 운동은 인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복부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인체 밸런스를 최대한 유지 시켜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호흡의 밸런스가 유지되고, 또한 호흡의 밸런스는 흉곽의 정상적 움직임을 만들며,
이로 인해 흉곽의 자율신경계의 원활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자율신경계는 인체에 가해지는 외부자극을 수용할 뿐 아니라,
내장기관의 정상적인 활동 리듬도 유지시켜주고, 통제한다.
시상하부자체는 내분비와 면역계를 포함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밀접히 통합된다.
뇌의 시상하부는 인체의 생리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런 맞물리는 신경내분비-면역네트워크라 불리는데 살아가면서
고도의 스트레스적인 환경은 전신 적응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면역계의 상태를 명백히 변화시킨다.
위의 김애숙 선생의 견해를 요약하면 ‘서예의 현완법은 견갑골주위근육과 복횡근에 영향을 주고 그것을 강화시켜 호흡에 유리한 인체환경을 조성한다고 보았다. 견갑골주위근육이 강화되면, 호흡에 악영향을 주는 둥근어깨(Round soulder)가 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교정하여 흉곽장기인 심폐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예의 현완법은 복횡근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복횡근이 강화되면 횡격막의 자연스러운 승강운동활동으로 인해 胸腔과 腹腔․骨盤腔등 體腔안에 있는 오장육부가 활발하게 운동하고, 자율신경의 벨런스가 유지되며, 시상하부의 활동이 정상화되어 신경․내분비․면역계의 네트워크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충분한 동맥혈의 공급을 통한 적절한 영양의 공급과, 정맥혈과 림프액의 월활한 배출을 통해 노폐물이 제거되며, 자율신경의 밸런스는 내장기의 항상성을 유지시키고 시상하부의 정상화는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근육학적 견지에서 본 김애숙 선생의 서예자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지는 앞으로 제Ⅳ장에서 논의될 서예의 다양한 치료효과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호흡은 육체의 건강을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격수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호흡을 수련하는 것을 마음을 도야하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했다. 단적인 예가 道家들의 수행법에 자주 등장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호흡수행법을 기록한 『安般守意經』은 호흡이 수행자의 수행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3)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특히 엘리트는 기본적으로 호흡을 해왔다. 매월당 김시습․황희 정승․퇴계 이황․ 화담 서경덕 등이 호흡을 행하였다. 퇴계 이황 선생의 문집에 『活人心方』이라 하여 수행한 기록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4)
高尙仁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서예를 할 때의 호흡이 靜坐할 때보다 더 길게 나타났다.5) 서예를 할 때의 호흡이 길어진다는 것은 심신수양적인 측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이유는 호흡의 長短이 사람의 건강과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6) 최근에 논자는 서예의 호흡이 심신건강에 미치는 근거를 단전호흡과 관련지으면서 서예호흡의 탁월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체험한 바에 의하면, 단전호흡은 “가늘고․고르고․깊고․길고․부드럽게․止息”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호흡의 원칙은 붓을 잡고 글씨를 쓸 때의 호흡에도 적용된다.
서예의 호흡에 대해서는 각자가 글씨 쓸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논자의 주장에 대해 진위를 살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단전호흡과 서예호흡의 일치성, 이것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믿어왔던 서예의 심신수양에 대한 믿음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단전호흡에서 요구되는 양질의 호흡을 지키며 오랫동안 호흡수련을 하다보면 氣의 순환이 원활하여 건강해지고 인격수양에 까지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양질의 호흡이 서예를 할 때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예가 心身에 좋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서예가들은 서예를 하면서 단전체험을 한 사람이 많으며, 숨을 어떻게 쉬는가에 따라 작품의 우열이 가리어질 정도로 서예에 있어서의 호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7)
그러면, 단전호흡과 서예호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두 호흡은 모두 인간의 心身을 건강하게 하는 양질의 호흡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단전호흡이 호흡을 염두에 둔 의식적인 호흡인데 반해, 서예의 호흡은 호흡자체를 잊은 상태에서 하는 무의식적인 호흡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단전호흡에 있어서는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정신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호흡이 흐트러진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단전호흡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적인 호흡이 아니라 의도적인 호흡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서예를 할 때의 호흡은 호흡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단전호흡에서 행하는 호흡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서예를 할 때의 호흡이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호흡이 아니라, 완전히 무의식적인 자연호흡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도 붓만 들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양질의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밝힌 서예의 효능에 대한 검토분석은 미력하나마 서예치료를 학문화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외에도 더 많은 이론들이 제시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와같은 이론적인 근거를 계속해서 확보해나가는 것은 서예치료학을 좀더 윤택하고 힘있는 학문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첫댓글 글을 쓰면서 건강도 챙길수 있네요,,,,ㅎㅎㅎ
이런 일거양득의 효능의, 유익함이 잇었네요. 이왕이면 붓글씨 쓸때 신경써 보아야 겠습니다.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