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선 투어 (4)
-모란시장
별내선의 북쪽 종점인 별내역은 두 번이나 가보았지만, 반대편 종착역인 모란역은 가보지 않아 궁금하던 차에, 오늘이 마침 모란시장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하여, 남편을 대동하고 집을 나섰다. 매월 날짜의 끝자리 수가 4일, 9일이 장 서는 날이라고 한다.
붐비기 전에 빨리 다녀올 셈으로 미사를 생략하고, 9시 15분에 집을 나서 역에 도착하니 열차 세 대가 연이어 오고 있었다. 8호선의 승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인가, 2호선에서도 보지 못한 일이었다.
장자호수공원에서 18 정거장, 40분 정도 걸려 모란역에 도착하였다. 3번 출구로 왔더니 길가의 상점들에서 물건들을 문밖에 잔뜩 진열해 놓은 것이 여기서부터도 시장 분위기였다.
우측 횡단보도를 건너 모란전통시장 입구에는 한약재, 염소, 오리, 닭 등을 파는 상점이 있다.
모란 전통시장 입구
좌측 횡단보도 너머 천막들이 보였다. 그곳이 5일 장이 서는 곳임을 짐작하고 길을 건넜다.
5일 장에 들어서자 마자 제일 먼저 대추 쌓아놓은 곳이 보였다. 제사 때 쓸 대추를 이곳에서 샀다.
호랑이콩과 어린고추를 한 되씩 사고,
생땅콩을 한 되 샀다.
모란시장에 오면 칼국수를 먹어야 된다고 해서 칼국수 골목을 찾아 갔다.
이제 겨우 11시밖에 안되었는데, 조금 더 있으면 줄을 서야 된다고 해서, 입구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VJ특공대에도 나왔다는 할머니가 반죽을 밀고 있는 모습이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할머니 모습만 캡쳐 했다.
국수발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고, 다대기도 맵지 않았으며, 배추와 열무를 섞어 만든 김치는 알맞게 익어 맛있었다. 다 먹으니까 더 잡수시겠느냐고 주인이 물었다. 리필이 되는 모양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이른 점심이었고, 사람들이 밀려 올 시간이라 사양하고 일어섰다. 왜 이곳에 오면 칼국수를 먹고 오라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도 그렇고 남편은 더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또 있는 인기 있는 곳이 돼지 부속을 구워 주는 곳이라고 한다. 1인당 1만원인데 구워서 사진 처럼 앞에서 먹기도 하지만 옆에 탁자와 의자가 있어 그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다. 시장에 와서 한 잔 술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선호 할 것 같다.
단감 몇개를 사서 배낭에 넣고 돌아 나오는데, 웬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자세히 보니 '6시 내고향'에 나왔던 도너츠 집이란다.
기름에 튀긴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데다 줄을 서서까지 사고 싶지 않아 뒤돌아서 나오는데 호떡 장사가 그 옆에 있어 1,500원씩 두개를 사서 종이 컵에 담아 달라고 했다. 남편은 싸가지고 가자 하는데, 나는 남들처럼 이렇게 담아서 호호 불며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호떡은 달고 바삭한 것이 내가 생각했던 그 호떡 맛이 아니었다. 팬케익 같은 것이었다. 쫀득거리면서 씹으면 설탕물이 줄줄 흐르는 그 호떡은 요즘 보기가 어렵다.
더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날씨도 추워진다 해서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갔다.
모란 시장가는 길은 지하철 역사에 에스컬레이터가 잘 되어 있고, 다만, 승강장에서 대기실로 올라가는 데에만 층계인데, 대신 엘레베이터를 타면 되니, 교통약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다.
나이를 먹으니 해외여행은 당치도 않고, 국내 관광 여행도 체력이 달려 힘들다. 그렇다고 장자호수공원만 맨날 돌고 있 수도 없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지하철 투어이다. 남편은 새벽 산책으로 할 일을 다 한 사람 처럼 한 낮에는 집에만 있다. 외출을 한다 해도 늘 다니는 장소, 늘 똑같은 사람만 만나니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일상이다. 이런 식의 외출이 주는 작은 자극이라도 늙어 가는 우리에게는 비타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투어를 당분간 계속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