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이름을 떨친 부자들의 씀씀이는 땅 넓이만큼 대단하고 거칠 것이 없다. 서진(西晉: 265∼316) 시대 부자들의 이야기는 부(富)의 화려함과 스케일을 잘 말해준다. 당시 황제의 사위 왕제(王濟)는 사람의 젖으로 키운 돼지를 요리해 먹을 정도로 사치했다. 당시 거부였던 석숭(石崇)과 왕개(王愷)는 ‘투부(鬪富)’라는 고사를 남겼다. 석숭은 행차하면서 50리에 걸쳐 최고급 비단장막으로 가리개를 두름으로써 40리에 걸쳐 비단을 친 왕개를 눌러 우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귀족사회의 경쟁적 소비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중국 부자들의 씀씀이는 어떨까. 그들의 소비행태는 간혹 빙산의 일각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공공연하게 알려지면 집권 공산당의 견제와 압박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리포트가 최근 나왔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胡潤百富)’ 최신호는 ‘2009년 중국 신(新)귀족 소비현황’을 실었다. 잡지에는 베이징·상하이·선전(深<5733>)·항저우(杭州)·청두(成都)·선양(瀋陽) 6대 도시의 신흥 억만장자 2만1940명의 거침없는 씀씀이 실태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여기에 나타난 중국 부호들의 왕성한 소비열은 사치로 유명했던 남북조(南北朝) 시대 귀족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 ‘신귀족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통신·물류·광고·문화사업을 망라하는 홍자오(宏兆)기업집단 야오치융(姚其湧·40) 회장은 중국의 전형적인 억만장자(1억 위안·한국 돈 181억원 이상의 자산가)다. 그는 에르메스와 조르조 아르마니 양복을 즐겨 입으며 해마다 한 달씩 유럽여행을 즐긴다. 돌아오는 길에는 영국 유학 중인 딸을 만난다. 베이징에 사는 그는 부모님을 겨울엔 남부 선전 별장에, 여름에는 베이징 아파트로 모신다. 중국에는 현재 야오 회장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5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에 사는 ‘신귀족’들의 평균 재산총액은 157억5100만원에 이른다. 가상인물 왕(王)사장은 왕푸징(王府井) 부근의 호텔급 아파트 궁위안(貢院) 6호에 산다. 억만장자들의 대표적인 집단 거주지다. 시가 43억4400만원 상당의 베이징 교외 별장 쯔위산장(紫玉山莊)과 24억9800만원을 호가하는 허우하이(後海) 부근의 사합원(四合院:중국식 전통가옥)은 황제의 풍취를 흠모하는 이들의 필수 재산목록이다. 그들의 아파트와 별장에는 청(淸) 건륭제의 친필 서화(書畵), 청대 유명 문인 정판교(鄭板橋)의 삼우도(三友圖), 유명 산수화가 리커란(李可染)의 1963년 작품, 현대 유명 화가 장샤오강(張曉剛)의 진품 그림이 걸려 있다. 청대 중기에 제작된 죽조매화(竹雕梅花:대나무에 조각한 매화)와 법랑 등 고가의 전통 예술품도 가득하다. 집안의 각종 예술 작품들을 돈으로 따지면 총 15억4200만원에 이른다. 그들의 가족용 승용차는 벤츠 SUV R500이며 자신은 허머와 벤트리 두 대를 번갈아 탄다. 스위스의 비밀 계좌에는 미화 300만 달러 이상이 예치돼 있다. 그뿐 아니다. 가장이 한 해 쓰는 돈은 평균 8억7100만원이다. 40대에 들어선 부인들은 옷과 장식품 구입을 위해 한 해 4900만원을 쓴다. 그들은 자선사업에 한 해 1800만원을 기부한다. 상하이 억만장자들의 씀씀이는 베이징 부자에 비해 총액에선 약간 뒤지지만 화려함은 단연 중국 최고다. 상하이 신귀족의 평균 자산가인 가상인물 리(李) 사장은 상하이 푸둥(浦東)의 톰슨(湯臣)컨트리클럽에 478㎡의 최고급 별장을 갖고 있다. 시가는 39억8200만원. 평소에는 도심 신톈디(新天地) 쇼핑가와 마주한 레이크빌 리젠시에 산다. 이 고급 아파트는 17억4800만원을 호가한다. 그의 거실 벽면에는 13억4300만원짜리 현대 유명 화가 쩡판즈(曾梵志)의 대표작 얼굴 시리즈가 걸려 있다. 2억6400만원대 스타인웨이 피아노, 90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산 샹들리에를 비롯해 1700만원짜리 비단잉어와 고급 어항이 거실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가족용 차량은 포르셰 카이옌과 BMW 750Li 두 대다. 각각 3억원을 호가한다. 리는 네덜란드 은행에 미화 300만 달러를 예치해 두고 있다. 중국 초상(招商)은행에 예치한 현금 자산 5억4300만원은 프라이빗 뱅커가 관리한다. 그는 올해 자선사업에 2억71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미국 최고 사립학교 필립 엑시터에 다니는 14세 자녀에게 학비로 6300만원을 송금했다. 지난 춘절(春節:설날) 연휴에는 이탈리아·프랑스로 가족여행을 하느라 3600만원을 썼다. 올해 10월 1일 국경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1590만원짜리 몰디브 여행 상품을 미리 예약했다. 리는 상하이-바르셀로나-보스턴을 오가며 강의가 이뤄지는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의 글로벌 CEO 과정에 등록했다. 1년 학비는 6300만원. 그는 5000만원짜리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을 비롯해 바쉐론 콘스탄틴·IWC 등 세 개의 손목시계를 갖고 있다. 올해에만 25만 달러의 브리오니 정장 두 벌을 맞췄다. 그는 최고급 철관음차, 다비도프 시가, 샤토 라피트, 코냑 루이 13세 등 차·술·담배를 사는 데만 연 5600만원을 쓴다. 부인은 BMW Z4 쿠페를 타고, 티파니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다. 그녀는 올해 친구와 다녀온 일본 여행(교토, 하코네 온천)에 1000만원을 썼다. 리가 한 해 쓰는 돈만 13억6400만원이다. 잡지 발행인인 영국인 후룬(胡潤:본명 Rupert Hoogewerf·39)은 지난달 29일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 신귀족들은 사회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자선사업에 점차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자는 과거 왕조 권력과 손 잡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기괴한 소비형태를 보이곤 했다. 서진 시대의 석숭과 왕개가 대표적인 사례다. 권력형 부는 절제되지 않는 씀씀이로 나타날 수 있다. 그로 인한 중국 갑부의 몰락도 잦다. 지난해 최고 갑부 순위에 올랐던 황광위(黃光裕) 궈메이(國美)그룹 회장, 2002년 포브스 잡지 선정 중국 부자 11위에 올랐던 상하이 갑부 저우정이(周正毅) 눙카이(農凱)그룹 회장은 주가조작과 각종 탈·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중국 사회 일각에서 부자들의 행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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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짜리 포르셰 몰고, 네덜란드 은행에 300만 달러 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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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원(海園)의 누리보듬 원문보기 글쓴이: 레이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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