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11-06-03 16:35:41
올해 초, 항선달, 솔욱, 나와 함께 하기로 한 청계-우담-바라-백운-광교산행이
솔욱의 허리통증으로 좌절한 후 기회를 엿보던 차에 자주 가지는 않았던 산방의 한 산우가 연락이 왔다
지리산 화대종주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훈련차 청계~광교산 연계산행을 함께 하자한다
산행은 여건이 되면 즉시 떠나는 법...더구나 갓 마흔살 젊은 여성의 청원이니 쾌히 수락해야 한다 ㅎ
화물터미널에서 7시 55분 만나 간단히 준비물 확인하고
08:05 들머리(화물터미널 산행표지판)
올해 들어 이곳 들머리는 벌써 다섯번째로 인연이 진한 편이다
어제, 그제 내린 비로 숲속이 습기에 젖어 금방 땀이 나기 시작한다
깔딱고개는 보통속도로 호흡만 가다듬고
고갯마루 지나 완경사나 평지가 나오면 큰걸음으로 빨리, 호흡조절하고... 장거리 종주산행 호흡법과 보행법을 산우에게 숙달시킨다
08:40 옥녀봉
평일에 비온 이후라서인지 사람이 없다
물 한모금 간단히 마시고 그냥 통과한다
09:18 매바위
산에서는 크고 둥글넙적한 바위가 쉴 때 좋다
10여분 쉬며 사과와 소담을 나눈다
09:35 매바위
바로 통과하다
10:00 혈읍재
오늘도 혈읍재 매점 주인은 휴무이다
10:35 이수봉
유동식과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쉰다
11:05 국사봉
누룽지 찬물에 불린 것과 김치 그리고 약간의 과일로 요기를 한다
다리를 펴고 20여 분을 쉬고 다시 출발~!
11:45 하오고개 구름다리
고속도로위로 구름다리 없던 예전에는 청계톨게이트까지 우회하는 바람에 한시간 정도 더 걸렸다고 한다
동행한 산우는 그제 월요일도 혼자 이 구간 산행을 하였다고 한다
걸음걸이도 제법 가볍고 지리종주에 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선다
13:20 우담산
구름다리 지나 우담산 오는 구간의 깔닥고개가 제법 가파르다
어젯밤 과음을 한 탓인지 다소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
우담산 정상에서 예순살 정도 나이드신 부부를 만난다
7시 20분 경에 화물터미널 출발하셨다 한다
그 나이에도 이런 산행을 할 생각을 하다니....
14:10 바라산
생수 적은 것 두통과 얼린 물 700미리리터를 가져왔는데
어제의 과음 탓인지 물 소비가 빠르다 곧 식수가 동 날 것같다
바라산 고갯길이 힘들기 시작한다
깔닥킬러인 내가 깔닥길이 힘들어 지다니...
몸에 수분이 부족하니 탈수증세가 시작되어 원기도 떨어지나보다
주말에 있던 중간중간의 매점들이 오늘따라 모두 모두 휴업...
이 구간이 샘터가 없다고 들었었는데 자신만만, 또 매점을 너무 믿고 준비부족한 탓이다
15:05 백운산
바라산에서 백운산 가는 길도 힘들게 진행한다
동행 산우가 자신의 물도 나에게 나눠주며 나를 독려한다
마지막 계단길 올라가면서 백운산 정상에 가서는 10분 정도 자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무슨 창피인가? 준비부족으로 인한 고생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드디어 정상 벤치에서 쉬는데 앞 벤치에 앉은 젊은 아낙 두사람이 맛있게 사과를 먹고 있다
두사람 사이에 비닐 봉지에 사과가 하나 있다
염치불구하고 사과를 안먹을 거면 나 달라하니 선뜻 내준다, 물도 나눠 준다
백운사로 내려간다기에 안산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을 드린다 고마웠다
16:10 형제봉
백운산에서 노루목을 지나 형제봉까지 가는 길도 이미 탈수증세로 신체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힘들기만 하다
형제봉에 막걸리 파는 매점이 문 열었을 확율 70%라며 동행이 격려를 한다
물 때문에 고생하였던 과거 두번의 산행이 기억속에 떠오른다
사패산가서 갑작스런 구토로 전해질을 다 쏟아버리고 가져간 물 다 먹고도 탈진하였던 일,
수년 전 치악산 갔다가 가져간 오이와 식수를 다 먹고도 탈수현장이 심해 사촌형의 물까지 얻어 먹었던 일~~!
이 모든 것이 전 날의 과음에서 비롯된 일이였다 ㅎㅎ
아직 정신 못 차린 모양이다 불쑥 베낭만 챙기고 나가면 산행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원인이다
"축하합니다" 먼저 형제봉 도착한 산우가 나를 향해 웃으며 전해준다
드디어 발견한 막걸리 매점... 매점이 오늘처럼 반가운 날은 처음이다
먼저 시원한 생수 한통을 달라하여 맛깔나게 들이킨다
그리고 막걸리 각 한 잔씩~~!
탈수증세에 힘들었던 온 몸이 막걸리와 생수 마시며 쉬니 생기를 찾는다
산행 전날은 과음을 피하고 아침식사도 짜지 않은 것으로 먹어야 한다는 경고를 또....
16:53 반딧불이화장실
무려 28㎞, 8시간 48분의 산행을 마무리 짓고 세면과 환의를 위하여 화장실로...
동행산우가 보통 8시간 걸리던 산행구간인데 오늘은 많이 늦은 편이다
자기 탓 25분, 내탓 23분이라며 살짝 웃어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젊은 여자분이 월요일 28㎞ 산행하고 수요일 또 같은 구간을 산행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
동행산우의 지리산 화대종주가 무사히 성공하길 빌어본다
동행산우가 오늘의 복수전을 하라한다
다음주 화요일경 다시 산행 하자기에 복수열전을 약속하며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