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0차 삼각산 정기산행기(구기터널-비봉-승가사-구기동 탐방센터)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2)
2012-11-26 12:23:51
제 420차 삼각산 정기산행기 - 산지기
1. 일시 : 2012. 11. 24(토)
2. 곳 : 삼각산(불광역 2번 10시 35분 - 구기터널 입구 11시 5분 - 탕춘대능선 - 비봉 지나서 식사 - 승가사 - 구기동 탐방센터 오후 2시 10분) - 마포역(당구대회 응원)
3. 참가 : 상국, 진운, 재일, 영수(뒷풀이 당구 선수 9명 +은수, 민영, 택술, 학희)
본래 산행대장을 신청했을 때의 마음은 분당에서 가까운 산으로 가볍게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지난 불암산 산행에서 진운이가 다음 산행은 당구대회에 응원가는 걸 공식일정으로 잡아두었다고 은근히 압박을 주더라. 제대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야 하는 산우회 8공대장 진운이,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해서 나도 산행지를 마포역과 가까운 삼각산으로 잡았다. 당구대회땜에 산행에 참가하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라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진운이가 재일이에게 호객행위를 했다고 자수를 한다. 3명이서 단출하게 불광역을 떠난 게 10시 40분 경, 구기터널 입구에서 좌회전, 근래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냇가에 맑은 물이 소리내어 흘러가면서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지난 달 학교 등산팀을 이 코스로 안내해 갔는데 그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날은 맑고 하늘은 푸르고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
탕춘대 능선을 오르는 도중에 불광역에서 늦게 출발했다는 영수의 전화를 받는다. 비봉 좀 지나서 만나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4명이서 오붓하게 식사. 지난 주 산행에 막걸리 한 병도 안 사왔다고 택술이한테 핀잔들은 게 있어서 막걸리 한 통 사갔는데도 진운이가 가져온 ‘혹시 썩었을지도 모른다던 더덕술’에 밀려 병을 따지도 못하고... 영수는 2시 반까지 강남으로 가야한다하고, 우리도 마포역으로 가야하니 본래는 응봉능선을 타고 진관사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장 가까운 승가사 코스로 방향을 틀었다.
버스로 광화문 이동, 지하철로 마포역. 당구장에 가니 담배 연기가 자욱한 게 한참 불이 붙었더구먼. 승자 준준결승부터 직접 고수들의 시합을 구경할 수 있었다. 23회, 24회 선배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 진출 확정. 한편 저쪽의 패자부활전 준결승에서는 38회 후배들에게 1:2로 아깝게 패배. (그 38회가 패자전에서 우승했네.)
20회 선배님들과 결승전은 맨 마지막에 당구장 한 복판에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그 중 석주 상대방이 경고 총동문 중에 당구 최고수 선배님. 초반 1점 차로 계속 앞서가던 석주, 어느 순간 선배님이 한 큐에 5개를 치면서 역전, 그 때부터 초박빙의 경기,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8강전에서는 한 큐에 10개의 공을 연속으로 쳐서 하이-런을 기록한 석주, 이상하게 이번엔 살짝살짝 키스가 네댓 번 나면서 실패를 하자 지켜보던 우리들 모두 불길한 느낌. 속이 타고 입술이 바짝빠짝 마른단다. 급히 냉수 두 잔 받아와서 선배님 먼저 드리고, 석주에게도 한 잔. 하나는 종이컵이고 하나는 플라스틱 컵, 완전히 다른 것인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좀 있다보니 컵을 바꿔 마시고 있더라.
그 와중에 에이스 석주가 승리를 따내며 축하 인사를 받고, 저 쪽 도다리 상대는 아까 화장실에서 전화하던 그 선배님이구먼.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레 들은 내용, 그 분이 집에다 전화를 하면서 “결승 올라갔어. 우리가 이길거야! 우승 할끼구만!”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던 바로 그 선배님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성깔이 좀 있어 뵈는 야무진 인상이던데 잘 치는 모양이다. 도다리가 계속 끌려다니다가 패배, 이제 1:1 이다.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재봉이, 계속 리드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1개, 집중하는 재봉이 눈알이 당구공만큼 커진다. 정확히 들어간다. 우승이다! 그것도 2년 연속 우승이고, 현재 회장과 차기 회장이 같이 선수로 뛰어 우승을 이끌어냈다는 것. 대단한 성과다. 우승 트로피와 상패, 상금을 받고, 하이-런 상도 받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옆에 있던 선배님들이 한 마디씩 한다. “쪽수를 보니 30회가 우승하고도 남겠네.” 부러워서 그러는 말일게다. 예약된 호프집에서 치킨과 골뱅이로 한 잔 한다. 우리 옆자리 선배들이 20회인 모양, 하필이면 30회 옆에 앉았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하면서 웃는다.
술이 좀 모자라 우리끼리 2차로 장소 이동, 굴전과 생굴을 놓고 한 잔. 마지막엔 노래방에서 간단히 노래 한곡씩, 잘 노는 재봉이, 놀봉이 별명답게 몸을 흔들고, 저 멀리 싱가포르노에서 맨날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던 민영이는 아까 당구장에서 자기랑 이름 똑 같은 재경동창회 사무를 보는 아가씨 ‘이민영’을 만나 서로 반갑다고 서양식으로 껴안고 인사를 하더니만,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싸이의 말춤을 추고 싶었던 모양. 임기 말년의 도다리 모철 회장, 기꺼이 말(馬)이 되어 엎드리고, 본래 촬영이 한 번 만에 잘 되진 않는다. NG가 나서 다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닫으면서 찍은 사진. 민영이는 도다리 말 타고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음 주 산우회 송년회에 참석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