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서 속 헤로데는 모두 동일 인물인가요?
그리스 말 신약성서에 '헤로데'라는 이름이 마흔에 번, 그러니까 예수님 외에는
베드로와 세례자 요한과 모세, 그리고 바오로 다음으로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헤로데라는 인물의 등장 범위가 마태오 복음서 2장부터 사도행전 23장까지 이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삼십 년 이상 됩니다.
그래서 이 이름이 한 사람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지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신약성서에서 '헤로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은 사실 세 사람입니다.
그런데 셋이 모두 한 집안 사람, 곧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입니다.
삼 대가 같은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성서의 세계에서는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이 탄생하여 이름을 지을 때,
이웃과 친척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즈가리야'라고 부르려 합니다.
그런데도 엘리사벳이 아기 이름을 '요한'이라고 정하자,
사람들은 "당신 집안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하며 의아하게 생각합니다(루가 1,59-63).
신약성서에 나오는 첫번째 헤로데는 순수 유다인도 아니고 왕족도 아닙니다.
그러한 그가 능란하고 교활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기원 전 37년, 왕위에 올라 삼십여 년 동안, 로마 제국에 속한
유다와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등 꽤 넓은 지역을 지배합니다.
이 임금이 다스릴 때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께서 탄생하십니다.
그래서 동방 박사의 방문과 아기들의 학살 이야기가 이 헤로데와 관련됩니다
(마태 2장, 루가 1,5).
헤로데는 예루살렘 성전도 장엄하고 화려하게 개축하고 증축하여(마르 13,1),
그것이 '헤로데 성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부인을 열이나 두었던 헤로데가 죽자,
그의 아들 몇이 왕국을 나누어 다스리게 됩니다.
그 가운데 '안티파스'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두 번째 헤로데가
예수님의 고향 갈릴래아의 영주가 됩니다(루가 3,1).
영주일 따름이지만 때로는 '왕'으로도 불리면서(마르 6,14)
예수님의 공생활에 등장하는 헤로데가 바로 이 헤로데 안티파스입니다.
그는 세례자 요한을 투옥하여 처형하고(마태 14,1-12 등),
예수님의 죽음에도 관여합니다(루가 13,31-33; 23,6-12; 사도 4,25-26).
사도행전에는 안티파스의 조카로서 '아그리빠'라는 다른 이름도 가진
세 번째 헤로데가 등장합니다. 41년에 유다와 사마리아 임금으로 임명된
이 헤로데 아그리빠 1세가 예수님의 교회를 박해합니다.
요한의 형 야고보 사도를 죽이고 베드로 사도를 감옥에 가둡니다(사도 12,1-23).
그러나 이러한 박해에도 예수님의 복음은 "더욱 줄기차게 널리 퍼져 나갑니다"(12,24).
- 임 승 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