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필리프 드 샹파뉴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루이 13세(Louis Ⅷ)의 어머니
마리아 드 메디치(Marie de Médicis)와
리슐리외 추기경(Cardinal de Richelieu)의 후원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궁정화가이다.
그는 주로 종교화와 초상화를 그렸으며,
플랑드르의 사실성과 프랑스의 기품을 겸비한 화가이고,
우아하고 균형 잡힌 사실적 표현으로 프랑스 고전주의 회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가 1652년경 그린 <최후의 만찬>은 현재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마태오 26,26-30; 마르코 14,22-26; 루카 22,14-20; 1코린 11,23-25이 그 배경이다.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4.17.19)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자들을 불러놓고 성찬례를 제정하시는 장면이다.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식탁에 열두 명의 제자들이 둘러앉아 있다.
흰 식탁보가 씌워진 탁자 위에는 포도주가 담긴 황금빛 성작이 놓여있고,
예수님의 손에는 빵이 들려있으며,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빵을 축복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머리 뒤로 어둠 속 은은하게 빛나는 후광이
그가 거룩한 존재임을 암시해주고 있고,
예수님의 푸른색 튜닉과 붉은색 옷은 하느님의 사랑을 나타낸다.
성체성사는 하느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3-25)
이 작품은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제자들의 개성 넘치는 반응과 몸짓이 돋보인다.
제자들은 깜짝 놀라거나 흠숭하거나 골똘히 생각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수님의 왼편에 앉은 젊은 제자가 사도 요한이다.
그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예수님을 보고 깜짝 놀라며
성체성사의 신비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예수님처럼 빵을 축복하고 있다.
오른편에 앉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머리가 벗어진 제자가 사도 베드로이다.
그도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예수님에게로 가까이 가며
성체성사를 기억하기 위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자들 중 오직 한 사람만이 예수님 맞은편에 앉아 무관심과 냉소를 드러내고 있는데,
바로 좌측 전면에 돈주머니를 쥐고 앉아 있는 제자가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대고 무릎을 굽히고 있어 곧 그 자리를 떠날 태세이다.
특히 개켜 놓은 식탁보의 구김마저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된 점이 눈에 띈다.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신
‘성체 성혈의 신비’의 현장이 사실적으로 고스란히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