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결혼 후 약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두 자녀를 양육했다. 남편은 파주시 소재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받았다. 혼인기간 중 김포시에 상가를 마련하고 예금 등 금융재산도 형성했다. 대부분 재산은 남편 명의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남편은 "재산은 모두 내가 번 돈으로 마련했으니, 당신 몫은 많아야 20~30%"라고 주장했다.
이혼을 앞둔 전업주부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재산분할이다. 오랫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아 왔지만 자신 명의로 된 재산도 없고 별도 소득도 없다면, 배우자가 벌어 모은 재산에서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활동을 해 온 배우자는 "집도 내가 샀고 대출도 내가 갚았는데 왜 절반을 나눠야 하느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혼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는 단순히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배우자는 오랜 혼인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부부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다. 별도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라도 50% 기여도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전업주부라는 이유만로 당연히 50%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혼인기간, 부부 소득과 경제활동, 가사와 육아 부담 정도, 재산 취득 과정, 혼인 전 보유재산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 채무 부담과 상환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예를 들어 20년 이상 혼인생활을 하면서 한쪽 배우자가 계속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고 다른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해 공동재산을 형성했다면, 전업주부의 기여가 상당히 높게 평가될 여지가 있다. 반면 혼인기간이 짧거나 배우자가 혼인 전에 이미 상당한 재산을 보유,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증여·상속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재산 명의가 누구에게 있는지도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 상가가 남편 단독명의이고 예금과 주식도 모두 남편 이름이라도,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면 명의와 관계없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혼 재산분할 사건을 접하는 변호사가 살펴보는 것도 단순히 등기부나 통장 명의만이 아니다. 그 재산이 언제 어떤 자금으로 취득됐으며, 부부가 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전업주부 기여도 역시 혼인생활 전체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 자녀 출산과 양육, 가사 부담, 배우자의 직장생활이나 사업에 대한 지원, 생활비와 대출 관리 등은 모두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혼인 초기에 자신의 자금이 투입되었거나 친정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다면 이러한 사정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상당한 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했다면 단순히 '소득이 없었다'는 이유로 기여도를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경제활동을 한 배우자 소득과 가정을 유지한 배우자의 가사·양육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혼인공동생활과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은 누가 더 많은 월급을 받았는지를 겨루는 절차가 아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온 기간 동안 재산을 누가 어떻게 만들고 지켜왔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통장에는 월급을 받은 사람의 이름만 찍힐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유지한 시간까지 통장에 찍히는 것은 아니다.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급여명세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