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46)
56세의 H씨는 평소에 가슴이 답답하면서 뒷머리가 아픈 증세 때문에 가끔씩 한의원에 와서 침치료를 받고 가시던 분이었다. 무려 10년 전부터 내원하신 환자분인데,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치료를 받아온 것이, 그 동안 10년이나 되었던 것이다. 올해도 역시 한의원에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머리가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잠깐씩 멍해지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일과성 뇌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s)’이라는 병이 의심된다고 설명을 하고, 정밀검사를 받아보길 권유하였다. 하지만 H씨는 예년과 비슷한 상황일거라고 얘기하면서 그냥 집에 돌아갔었다.
<진단과 치료>
일반적으로 중풍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뉘게 된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그 중에서 뇌경색과 상관성이 있는 질환이다. 말 그대로 잠시 동안 뇌의 혈액 흐름이 잠깐 막혔다가 다시 풀리는 증상을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빈혈을 일으키는 뇌의 국소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일어났다가 24시간 이내에 소실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수초에서 수분 동안 의식이 없어지거나 기억이 소실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일과성으로 일어나는 증상으로서는 시력장애나 언어장애 및 음식을 삼키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반신이 저리고 아픈 감각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모두 후유증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여러 가지 정도의 반신마비, 경련, 의식장애, 혼수 등이 나타날 때도 있는데, 역시 24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되지는 않으며, 증상이 사라지면 완전히 정상상태가 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환자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다. 잠깐 동안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질병의 위험도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경고증상을 무시하고 방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 뇌혈관이 막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앞으로 중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알 수 있는 중요한 전조 증상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을 가지는 사람들 중 약 30%에서 5년 이내에 중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풍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 다시 중풍이 생길 가능성이 중풍이 한 번도 없던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과 같은 얘기라고 하겠다. 통계적으로 새로 중풍이 발생한 환자의 약 50%가 전에 중풍의 과거력이 있거나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의심되면, 중풍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대비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H씨의 경우에도, 이미 이 때 나타난 증상은 일과성 뇌허혈 발작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 달 뒤에 다시 찾아온 H씨는 필자의 경고가 계속 맘에 걸려 결국 대학병원에서 MRI촬영을 했다고 한다. 진단은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진행되어, 뇌경색 초기단계까지 간 상태였다고 한다. 이후 양방 혈전용해제와 더불어 한방치료를 받겠다고 찾아왔다. 다행히 증상은 크게 심한 편이 아니었다. 양방에서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치료밖에 할 수 없었지만, 한방으로는 다양한 원인치료가 가능했다.
일단 H씨의 경우에는 머리 위로 뻗쳐 올라오는 상열감이 항상 있었다. 이는 열이 항상 폭주한다는 뜻이었는데, 이로 인해 뒷목이 뻣뻣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또한 소화불량이 항상 있었는데, 이는 반대로 아래쪽과 배는 차가운 편이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부 열은 식혀주고, 하부 냉감은 따뜻하게 해주는 ‘수승화강(水昇火降)’ 치료법의 처방을 투약하였다. 또한 기혈순환이 잘 될 수 있게끔 침구치료를 병행하였으며, 긴장된 경추경근을 풀기위해 추나 지압 요법도 병행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가끔씩 한의원에 와서 예방 차원의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의심되는 증세가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중풍에 대한 예방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