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축제 끄트머리 달빛에 취해서
지금 안흥외항(신진도)엔 가을 닮은 오징어가 풍년일세~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서 참 좋다. 따갑지 않은 햇살이 온갖 들판을 적셔주어 더욱 좋다.
이 밤, 청명한 하늘 구름 사이로 흐르는 달빛이 너무도 꽉 찬 아름다움에 가을을 느낀다. 뾰족한 꽃잎에 갖가지 색깔을 입히고 모가지 길게 드리운 모습으로 그 누구를 향한 그리움인지 불어오는 바람 따라 잘도 흔들어댄다 길가에 핀 고고한 자태의 코스모스가.
제법 선선해진 절기를 가슴에 안고 안흥항을 향해 달린다. 지난 8월 2일부터 9일까지 안흥외항에서 제1회 오징어 축제가 개최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복잡함을 피해 뒤늦은 현장을 찾아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의 방문으로 북적대고 있는 모습이다.
오징어가 이렇듯 대풍년인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이다. 동해에서만 잡히던 것이 안흥항 바다의 수온이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하루 최대 만 상자 이상이 잡히는 싱싱한 오징어. 팔딱거리는 몸통에 뒤틀리는 듯 발악을 하며 짧은 다리를 꼬아댄다. 앞으로 추석 때까지는 이렇게 맛깔 나는 오징어를 접할 수 있단다.
안흥외항은 신진도를 일컫는데 이곳은 연육교가 연결되면서 섬이 육지로 변한 곳이다. 맨 처음 계획한 것만큼 호응이 좋지 않아 관광객들에게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를 보여주곤 하였는데 지금 안흥항 신진도에는 사람 사는 냄새와 활기찬 어부들의 모습이 자랑이다.
수협공판장을 둘러싼 수산물센터와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주변엔 밤이 새도록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밤에도 불을 밝혀 오징어잡이에 물이 오른 까닭이다.
요즘처럼 신진도항에 배가 많이 정박하고 있는 모습도 새롭다. 동해안 어선들이 서해안으로 모두 내려왔기 때문이다. 비치파라솔 아래 간이 탁자가 마련되어 있어 번개탄에 구워 먹을 수도 있는데 양념장 값으로 1인당 2천 원을 받는다.
일단 수산물센터에서 활어 오징어를 직접 사면 기계에서 한입에 쏙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썰어져 나온다. 1만 원으로 오징어 중치 4마리를 살 수가 있는데 둘이서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또한, 은박지에 싸서 숯불에 구운 통오징어를 살수도 있다. 역시 1만 원에 3마리를 주므로 그리 적지 않은 양을 맛볼 수가 있게 된다.
축제 기간에는 물량이 적어서 2마리에 1만 원씩 팔았다지만 마침 운이 좋아서 오징어 맛을 넉넉히 즐기고도 남았으니 복 있는 女子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쫀득쫀득 쫄깃쫄깃 혀끝에 닿을 때마다 단맛이 일품인 오징어. 2만 원만 있으면 호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고도 한 테이블에 4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술안주이던가. 아이스박스에 냉장을 잘 해 놓은 소주 덕분에 쓴 줄도 모르고 홀짝홀짝 단숨에 한 병을 비워 버린다.
끼룩끼룩 간헐적인 울음으로 시선을 제압하는 갈매기 떼. 낭만과 추억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는 고깃배와 바다. 은은한 향기 품어내어 알싸한 詩라도 한 수 읊어대면 이 세상 부러운 것이 무엇일쏘냐.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한 햇살 두 눈에 가득 담아가리. 아직도 늦지 않았다. 오히려 한적하고 여유로워 그곳을 찾기에 더욱 좋다. 이제는 철 지난 바닷가가 되어 밀물의 충만함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다정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훌쩍 떠나 볼 일이다.
황금빛 보름달을 껴안은 나, 가을 속으로 자꾸만 빠져들어 가는 이 밤. 달빛 참 청아하고 곱다. 보고픈 임 닮은 보름달 밤새도록 껴안고 싶다.
작성일: 200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