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5월 26일 미국 배우 존 웨인이 태어났다. 그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는 아마도 〈지상 최대의 작전〉이 아닐까 여겨진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44년 6월 6일,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 파리 서북부 노르망디 해안이다. 이날 하루 동안 미·영 연합군 17만 명이 노르망디에 상륙했다.
그 이후에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계속되어 8월 29일까지 백만 명의 병력과 17만 대 이상의 차량들이 프랑스 땅에 올랐다. 역사에 없었던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은 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 작전 중에 벌써 파리를 탈환했고, 종당에는 독일을 굴복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독일 장군 롬멜은 연합군 상륙 작전의 성공과 실패는 24시간 안에 결정난다며 “그 날은 독일군에게든 연합군에게든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가장 긴 하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의 원작 실록 소설을 쓴 코넬리어스 라이언은 롬멜의 말에서 작품 제목을 얻어 〈The longest day(가장 긴 날)〉로 정했다.
〈가장 긴 날〉이 우리나라에서 〈지상 최대의 작전〉으로 변질되었다. 화이허강[淮河]남쪽의 귤을 강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枳]로 바뀐다[化]는 사자성어 귤화위지橘化爲枳도 있지만, 〈가장 긴 날〉과 〈지상 최대의 작전〉은 뜻도 어감도 전혀 다르다. 문학과 철학이 깃들어 있는 〈가장 긴 날〉과 딴판으로 〈지상 최대의 작전〉은 그저 무미건조한 개념어에 지나지 않는다.
‘왜 엉뚱한 제목을 붙였을까?’라고 묻는다면 그야말로 우문현답이 될 터이다. 그 모양으로 바꾸는 게 관객 유인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리라는 점은 너무나 뻔하다. 영화수입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기호를 그렇게 ‘무식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1693년 5월 25일 세상을 떠난 마들렌 드 라파예트는 소설 〈클레브 공작 부인〉을 익명으로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여성이 소설 작가로 이름을 드러내면 해로울 뿐인 시절이었다. 이 프랑스 여류작가의 ‘시대와의 불화’를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의 노랫말은 너무도 단적으로 묘사했다.
“많은 남자들이 이곳에 군인으로 왔어 / 가장 긴 하루를 살면서 / 그들 중 상당수는 일몰을 보지 못하겠지….” 그런데 우리는 ‘가장 긴 날’은 못 보고 ‘지상 최대의 작전’만 보았다. 다음 세상이 있어 노르망디 병사들이 노을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리라. 이는 시대와의 불화도 아니니 무엇이라고 개념화를 하는 것이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