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 살을 돋우려는 고육지책’
종로구의회가 마비되는 모습이다. 종로구 지방자치가 붕괴되는 소리이기도 하다. 종로 사회 민주화가 퇴보하면서 구민의 권익마저 흔들리는 양태다.
지난 8일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종로구의회 파견된 구청 직원들을 원대 복귀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4급 사무국장과 5급 전문위원(과장)을 비롯해서 팀장 및 주무관 등 모두 12명을 구청으로 불러들였다. 종로구는 구의회가 파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 인사권 독립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구청 직원 파견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명분은 그렇지만 아주 전격적 단행이다. 종로 지방자치 32년 동안 최초의 일이기도 하다.
종로구의회 직원은 대략 31명이다. 구의회 소속 직원이 19명이고, 그 나머지 12명이 구청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그 12명 모두를 파견 중지시키고 구청으로 인사 발령을 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종로구의회 사무국에는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구청장이 구의회와 업무협약에 따라 구청 일반행정직을 파견하는 형태로 시작됐지만 30년이 넘은 지금은 다양한 부류의 직원들이 혼재되어 있다.
우선 구의회 내에는 늘 공무원인 ‘늘공’과 어쩌다 공무원인 ‘어공’으로 크게 나눠진다. ‘늘공’은 소위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말한다. 7급 또는 9급같은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임용된 직원이다. ‘어공’은 전문위원과 정책지원관 등으로 별정직 또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된다. 그리고 특수직의 독립적 지위를 가진 속기사들이 있다. 그들은 1991년도부터 자리매김하는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별정직 또는 임기제 형식의 기술직과 영상담당직, 운전식, 비서직 등도 있다.
지난해 2022년도부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보장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구의회가 자체적으로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채용할 수가 있게 됐지만 아직도 여전히 종로구청에서 일반행정직을 파견하는 형식이 본류다. 그래서 이번에 종로구청장이 구의회 파견 일반행정직원들을 구청으로 원대 복귀시키는 일은 거의 예상치 못하는 일이다. 총 31명 중 약 40%인 12명이 구청으로 원대 복귀하면 구의회 업무는 마비되기 때문이다. 사무국장이 부재하고 의정팀장과 홍보팀장 등 핵심 부서 보직 팀장이 없는 구의회 업무는 운영될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서별 주무관도 없이 무슨 기안을 하고, 누가 업무 수행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업무 중단, 마비 상태가 되는 셈이다.
종로구는 최근 구의회가 원 구성 불발과 함께 운영 공백으로 많은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기간 구의회 업무가 파행되면서 종로 구정이 크게 장애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민생을 위해 긴급히 예산집행을 해야 하는 추가경정에산(안)의 표류처럼 자치행정의 공백마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의회의 운영중단으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민생현안 업무에 보강하여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조속한 구의회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번 종로구청장의 파견직원 복귀 인사는 불가피한 국면의 엄정한 조치다. 지속적으로 파행하는 구의회에 대한 경종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난 1월부터 8개월간 계속 파행되는 구의회를 더 이상 방치시키지 말라는 토로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 종로구의회는 심각하다. 의장단 구성이 본류인 원 구성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 대 당’ 진흙 싸움을 벌이는 광경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기껏해야 자리다툼에 불과한 정쟁이건만, 무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의회주의를 운운하고 있는지 참으로 위선적 ‘내로남불’과 다름 아닐 뿐이다. 더군다나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혐의에 대해 경찰서에 고발까지 한 상황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막가자’는 행태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의장단 불법 선거 시비가 종래는 업무추진비 때문 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래놓고는 계속해서 의회 임시회의에 불참하면서 의장 사퇴안건을 부결시키는 모습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구의회인지, 무엇을 하는 구의원인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의정이 마비되고 그로인해 종로구 자치행정마저 심각한 장애를 받으면서 시급한 민생현안은 미뤄진 채 종로 지방자치는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종로구청장은 이러한 종로구의회의 진흙탕 싸움을 구민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구민의 여론으로 조속한 종로구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단처럼 인식된다. 이른바 “곪은 상처를 터뜨려 새 살을 돋게 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종로구의회는 바로 알아야 한다. “억지로 하면 실패하고 집착하면 잃는다” 노자의 도덕경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