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약손처럼…“이것이 바로 仁術”
지난 4월29일 구례 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병불련 의료봉사에서 구례지역 주민이 안과검진을 받고 있다.
병원불자연합회 구례서 ‘자비 실천’ 의료봉사
어르신들 ‘종합검진’ 투정에도 웃음꽃 진료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갑니다”…내달 몽골로
지난 4월29일 오전 9시30분 구례 중앙초등학교 중앙 현관.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실랑이 아닌 실랑이로 소란(?)이 발생했다.
학교에 도착한 한 노 보살은 “사방이 안 아픈 데가 없어. 싹 다 고쳐줘”라며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머님, 그중에 제일 아픈 곳이 어디세요”라는 질문에 노 보살은 “허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고, 하여튼 늙어서 성한 데가 하나도 없다니깐”이라며 다시 한번 진료를 재촉했다. “그러면 한방과부터 가보세요. 보살님, 어머니 좀 안내해주세요.”
전국병원불자연합회(회장 이원철)가 제21차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도착한 한 노 보살이 종합검진식의 진료를 막무가내로 요구해 진료접수대 주변에는 한바탕 웃음이 터진 것이다. 의료봉사단은 모든 중생의 병과 고통을 치유하는 약사여래불의 자비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키며 진료를 이어갔다.
이날 의료봉사활동에는 병불련 진료단장 양동선 국립서울병원 치과과장을 비롯해 내과와 치과, 안과, 한방과 등의 진료과목에 대한 진료와 더불어 발마사지와 약손봉사를 통해 지역민의 누적된 피로를 한방에 풀어줬다. 의료봉사단을 찾은 대다수의 환자들이 고령자임을 반영하듯 한방과가 가장 많은 환자를 맞이했다. 치과나 안과 등의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단을 찾은 사람들도 필수코스를 거쳐 가듯 한방과에 들러 침과 뜸 등의 진료를 받았다.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한방내과 김용형 한의사는 “연세가 많으신데다가 고된 농사일 등을 하셔서 그런지 허리와 무릎관절이 안 좋으신 분들이 많지만 다행히 큰 병을 앓고 계신 분은 없다”면서 “좋은 사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의료봉사도 함께 할 수 있어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과는 환자수적인 면에서는 적었지만 구례지역민에게는 절실한 진료과목이었다. 인구 2만4000여 명인 구례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2번째로 적어 안과병원이 1곳도 없는 지역이다. 허순분(76세)할머니는 “구례에는 안과가 없어 며칠 전부터 병불련을 기다렸다”면서 “너무 고마운데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거듭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병불련 의료봉사단은 200여 명의 환자에게 의술을 베풀며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심을 전했다.
병불련은 의료봉사에 앞서 구례 화엄사에서 춘계수련회를 가졌다. 수련회는 입제식을 시작으로 1080배 정진, 천수경 독송, 참선, 저녁 및 새벽예불, 연기암 참배 등으로 진행돼 회원들의 신심을 진작시켰다.
안과 손경수 전문의는 “수련회에 이어 의료봉사까지 하다보면 몸은 비록 힘들지만 나의 신심을 고취시키고 이웃을 위한 보시행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부처님께 고마울 뿐”이라며 “그동안 했던 것처럼 의료봉사활동에 계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병불련은 오는 6월2일부터 6일까지 몽골 울란바트로 몽골불교대학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떠난다. 15명 남짓한 의료인이 참여하는 해외의료봉사활동은 몽골 고려사 불교대학 개교식과 더불어 서울시약사회와 몽골국약사회간의 자매결연식에 맞춰 거행되며 500여 명의 현지민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갖는다.
병불련 양동선 진료단장은 “수련회와 더불어 열린 이번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소규모로 의료봉사단을 꾸려 낙도 등지로 1, 2달에 한번꼴로 의료봉사를 떠나고 있다”면서 “의술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례=박인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