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옥승철의 초상화 ‘회화의 이름: 초상-카이랄’
입력2024.09.12. 오후 3:01
김효원 기자
서양화가 서용선과 옥승철이 2인전 ‘회화의 이름: 초상-카이랄’을 오는 2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누크갤러리에서 연다.
매년 9월에 열리는 누크갤러리의 기획 전시로, 이번 전시에서는 ‘초상’을 주제로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예술적 시선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의 ‘카이랄’(Chiral)은 그리스어로 ‘손’을 의미하며, 화학 용어로 서로의 거울상이지만 겹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닮았지만 결코 완전히 일치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그리는 초상화 역시 이런 ‘카이랄적’ 성격을 지닌다. 서용선과 옥승철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하며, 그 속에서 서로를 반영하고 있다.
서용선은 주로 실존하는 인물을 그리며, 인물의 외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감정과 심리까지 표현하는 깊이 있는 초상화를 선보인다. 그의 자화상은 특히 자신의 내면과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작업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적 갈등과 정체성을 돌아보게 한다. 서용선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삶과 역사를 담은 생생한 존재들이다.
반면, 옥승철은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내면을 그려낸다. 그의 인물들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안에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드러내며 디지털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호한 표정을 지니고 있어, 관객은 그들의 감정을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옥승철의 작품은 이미지의 재조합을 통해 ‘원본’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소영 미술에세이스트는 “두 작가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초상’이라는 주제에서 공통된 예술적 목표를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두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두 세계의 공명과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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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자화상2020-1220, 2024, 캔버스에 아크릴, 61×50.9cm(왼쪽). 옥승철, Spike,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50×120cm. 사진 | 누크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