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구정 연휴도 지나고, 그동안에도 우리 WKBL과 여자프로배구에 많은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바쁘다고 계속 미뤄왔었던, 여러 주제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1. IBK기업은행, GS칼텍스와 트레이드 단행
지난 1월 13일,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 간에 2대2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GS칼텍스가 김현정(센터, 왼쪽사진 순서대로), 박민지(레프트)를 보내고, 문지윤(라이트)과
김해빈(리베로) 선수를 받아들이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GS팬임을 떠나서,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성사였습니다. 관련 보도의 수많은 댓글을 읽으며 팬심 동향을 파악해보았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박민지 선수는 지난 2018 KOVO컵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백업자원이고, 김현정 선수는 지난 2018-19시즌에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던 센터 유망주입니다(정규시즌 89득점, 42블로킹). 반면 IBK쪽에서 김해빈 선수는 원포인트 서버 역할에 후위 수비를 강화해주던 빈도 높은 교체멤버였고, 그리고 문지윤 선수죠.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부상으로 정체된 느낌을 주는 문명화 선수보다 김현정 선수의 가치를 더 높게 봅니다. 또 GS의 레프트 자원이 아주 풍족한 셈 치더라도 박민지 선수는 아깝죠. 2017-18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차지했던 한수진 선수도 기회가 없는 마당에, 이와 비슷한 롤(role)의 김해빈 선수를 데려온 것도 중복이고요. 정말 가끔씩 코트를 밟아온 문지윤 선수에 대해서는 (아직 본 것이 거의 없어) 판단할 수가 없네요.
관련 기사 댓글에서 IBK팬분들은 벌써부터 "김현정 선수를 주전 센터로 기용하고, 김희진 선수는 본래 포지션인 라이트로 바로 복귀시킬 수 있겠다"며 대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트레이드 후 두 번 정도 본 IBK 경기에서, 실제 김현정 선수가 많은 기회를 얻어가고 있더군요. 물론 트레이드의 승패는 시간이 흘러봐야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유로 '김현정 & 박민지에게 선수 개개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기회를 열어주는) 놓아준 것'이라면, 차상현 감독은 아주 큰 오판(誤判)을 하신 것 같네요.
IBK기업은행의 가려운 곳만 적시(適時)에 딱 맞춰 긁어준, 확실히 그런 느낌의 '아쉬운 트레이드'였습니다.
[관련보도] [The Spike] IBK 김우재 감독 “김현정, 미들블로커 운영에 큰 도움 될 선수” (20.01.14)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530&aid=0000005192
■ 여자배구, 각팀의 순위권 싸움에 확실히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선수 문제'
올시즌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도로공사가 너무 뒤늦게 새 외국인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앞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지명한 셰리단 앳킨슨(Sherridan Atkinson)은 정규시즌에서 단 한 번 제대로 가동조차 못해봤고, 대체선수로 데려온 테일러 쿡은 '삼세판 먹튀'를 시전하며 구단과 동료, 팬들에게 확실하게 물을 먹였죠. 이제 팀은 5위(현재 7승 12패, 승점 21점)로 내려앉았고, 그제서야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다야미 산체스(사진)를 데려왔습니다.
전새얀 선수가 다시 한 번 반등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동안 외국인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정아 선수에게 많은 부담(부하)이 가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다들 지칠 수밖에 없었죠? 우선 도로공사 구단의 판단이 너무 늦은 느낌입니다. 대체자원으로 테일러를 선택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지만, '아니구나' 판단이 들었다면 최대한 빨리 버렸어야죠. 이래저래 차라리 듀크 선수가 나았겠습니다.
188cm의 신장으로 윙과 아포짓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산체스 선수는 어떻게든지 팀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벌써 3경기를 치뤘고 45득점(12세트)을 기록하고 있네요. 뭐, 도로공사팀이 대대적인 역전을 이루리라 바라진 않습니다.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만을 바라봅니다.
반대로 시즌 초반에 빠른 판단을 했던 현대건설(마야와 계약해지 & 헤일리 영입)은 현재 선두를 달리며 잘나가고 있습니다(15승 4패). 두고 두고 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도로공사쪽이네요.
[관련보도] [중앙일보] 마지막 승부수 던진 도로공사, 쿠바 출신 산체스 영입 (20.01.15)
https://news.joins.com/article/23682851
[관련보도] [SBS] 여자배구 현대건설, 마야와 계약해지…득점왕 출신 헤일리 영입 (19.11.23)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55&aid=0000774208
WKBL에서도 오늘, 3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은행의 승부수가 뉴스로 전해졌습니다.
2019-20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했던 엘레나 스미스(Alanna Smith)가 결국 방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무대 경험이 풍부한 아이샤 서덜랜드 선수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네요.
신한은행 경기를 계속 봐왔지만, 참 애매했던 스미스 선수였습니다. WNBA에서 보여준 가능성,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는 미련...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 보여준 전부였습니다.
관련 기사 댓글로 이런 게 눈에 띄더군요. "비키바흐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욕심내다가... 한국에서 다재다능한 3번 용병은 안통해요. 정통 센터가 가장 나은 선택지에 가까움." 확실히 공감합니다. 박지수 선수가 건재한 KB빼고는 말이죠. 꼭 단타스나 예전 존 쿠엘 존스 같은 특급 말고도, 요즘 우리은행에서 엄청 잘해주고 있는 그레이 선수만 봐도 알 수 있죠. KDB생명에서 뛸 때부터 강조했던 부분입니다. 서덜랜드(Aishah Sutherland) 선수도 충분히 잘 할겁니다.
■ 4년 연속 WKBL 올스타 투표 1위 김단비, "팬 서비스, 특별할 거 없어요"
지난 1월 12일에 부산에서 펼쳐진 WKBL 올스타전, 저도 TV를 통해 시청한 바 있습니다. 박지수 선수의 3점포에 이은 트월킹(twerking) 댄스, 인상 깊었고요. 12번째 선수로 실제 경기에도 나섰던 일반인 이혜수, 임수빈씨의 플레이도 신선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올스타전을 되돌아 언급하는 이유는 문득 김단비 선수가 했던 말 때문이고요. 제가 알고 있는 명언 하나를 추가합니다.
마라톤 이봉주 선수의 말 "사인은 나를 좋아해서 망설이다가 요청하는 것.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요청을 거부한 적이 없다"
가끔씩 타 종목 선수들에게서 '팬 서비스' 관련으로 안좋은 뉴스가 보도 되곤 하죠. 물론 멋진 팬서비스와 선행으로 기사화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저의 학창시절과 관통하고 있는 프로야구 레전드 이승O 선수는 아직까지도 '인색했던 사인'으로 회자되고 있죠?
반대로 우리 여자배구, 농구 선수들은 적극적이고 다정다감한 팬 친화적 서비스로 인기 상승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어느 종목의 프로 선수이든, 앞서 적은 김단비 선수와 이봉주 선수의 말을 잘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해주면 좋겠습니다. 변함 없이.
문득 또 생각나네요. 최희암 감독님의 말씀.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대접 받는 건 다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련보도] [엠스플뉴스, 이근승의 박스아웃] 4연속 올스타 투표 1위 김단비 “팬 서비스, 특별할 거 없어요" (20.01.03)
https://www.mbcsportsplus.com/news/index.php?mode=view&cate=30&b_idx=99822187.000#07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