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대화하면서 요리솜씨 늘어
서울 힐튼호텔 개관 첫해인 1983년에 문을 연 전문 이탈리아 식당 일폰테는 순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서는 국내 1호점. 현재 시중에서 팔고 있는 스파게티와 피자는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깝다.
힐튼 호텔은 초창 기부터 이탈리아 현지에서 주방장을 초빙해 와 정통 이탈리안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 양고기 요리, 각종 해산물 요리 등 다양 한 이탈리아 요리를 현지의 맛 그대로 재현했다. 지금도 외국인 주방장이 일폰테를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業長(업장)은 鄭燦大(정찬대·36) 副(부)주방장.
그는 일폰테가 길러낸 한국인 이탈리아 음식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鄭燦大 부주방장은 해전전문대 관광과를 졸업한 후 웨이터로 출발했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1987년에 사보이호텔 아메리칸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1년8개월간 근무했다. 그는 남자만 4형제여서 어릴 때 부터 스스로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그런 습관이 요리사를 열망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사보이호텔에서는 감자 깎는 일 부터 시작했는데 누가 가르쳐주기보다는 알아서 해야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사보이호텔은 철판요리, 일명 데빵야키가 유명하다는데 그는 그곳에서 철판요리에 대 해서는 제대로 배웠다고 자신했다. 1988년도에 힐튼호텔 공채에 합격해서 처음 에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 1990년도부터 이탈리아 식당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요리사 생활을 몇년 했지만, 생소한 이탈리아 식당에 오자 깜깜한 거예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 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배웠죠』
당시 주방장인 보스코씨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일폰테는 일식당 처럼 주방을 개방시켰는데 주방 바로 앞에 스탠드가 마련되어 있다. 요리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드의 다섯 자리는 예약을 해야만 앉을 수 있을 만큼 인기석이다.
鄭부주방장은 손님과 대화하면서 요리를 만들다 보니 손님의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利點(이점)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요리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얘기한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위도에 위치하 고 있는데다 반도국가여서 비슷한 점이 많다. 4계절이 뚜렷하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食性(식성), 쌀로 만든 요리가 많다는 것 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송아지가 主요리 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폰테 정찬대 주방장(2)
이탈리아 음식은 각 지방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밀라노 스타일, 베네치아 스타일, 나폴리 스타일이 다 다른데 처음에는 각 지방 의 특성을 몰라 당황한 적이 많다고 한다.
『잘 모를 때는 무조건 물어보는 겁니다. 이탈리아 주방장께도 물어보지만 손님들에게 자세히 물어보기도 하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요리를 익혔습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다양한 소스는 네 가지 기본 스타일을 변형한 것이다. 토마토 소스, 치킨 스탁, 미트 소스, 조개국물이 그것인 데 이 네 가지 소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스를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鄭燦大 부주방장은 수많은 시도 끝에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된 방식대로 요리한다. 예를 들어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 때 기본 요리 순서는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볶다가 해물을 넣고 해물을 볶다가 토마토 소스를 넣은 다음 허브와 국수를 넣으면 된다. 그가 개발한 방법은 올리브油에 마늘을 넣고 볶다가 허브를 먼저 넣는다. 그렇게 하면 향이 더 짙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 소금과 후추로 1차 간을 한 다음 해물과 토마토 소스를 넣는다. 다시 소금과 후추를 넣은 다음 국수를 넣는다. 손님에게 음식이 배달되기 직전 올리브 오일 한 방울을 떨어 뜨리는 것이 鄭燦大 부주방장만의 秘法. 그렇게 하면 고소한 맛이 나면서 빛깔도 좋다 고 한다.
조개를 삶을 때 처음에는 조개만 끓여 진한 국물을 만들어 두었다가 다시 물을 약간 넣고 끓이면 맛도 좋고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치킨은 다 끓여놓았다가 손님에게 내가기 직전에 허브를 넣어 다시 끓이면 향도 좋고 맛도 있다고 한다.
호텔 내 이탈리아 식당이나 프랑스 식당 등이 외부 식당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식자재 구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호텔은 대량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개인이 운영하다 보면 자주 쓰지 않는 식자재를 구입하는 일이 부담 이 될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희귀 음식점 을 차렸다가 실패한 사람이 많다며 음식점을 차릴 때는 충분히 검토한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탈리아 요리정책 본받아야
鄭燦大 부주방장의 음식만들기 비법은 「모든 음식은 원조대로 하는 게 가장 낫다」는 평범한 진리. 독특한 맛을 내는 것 보다 그 나라 음식 고유의 맛을 내는 것이 가장 음식을 잘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
그는 1999년 2월25일 세계 대회를 앞두고 벌인 7 개 특1급 호텔 이탈리아 요리사 요리 경연 대회에서 1위로 입상했다. 지난해 4월12일 부터 16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 지방에서 개최된 쌀문화권 8개국(한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브라질) 초청 세계 쌀요리 축제에서 참가해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8명 모두에게 같은 조리 법을 요구한 지정음식과 자유경쟁음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 식자재 준비가 늦어 30분 늦게 완성하는 바람에 2등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입상기념으로 대회 참가 요리인 「허브와 양고기를 이용한 리조토」 를 주문하는 사람에게 특별히 만들어 주고 있다.
鄭燦大 부주방장은 이탈리아에 갔을 때 사람들이 코리아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기가 막혔다」고 전한다.
『국내에서 이탈리아 패션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탈리아 음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을 잘 모르고 韓食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니 정말 허탈하더군요. 이탈리아에 한국인 성악 도가 2천명이나 된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무역역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나마 입상을 해서 코리아를 알렸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며 韓食을 全세계에 보급해야 함을 강조한다.
『全세계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배우려고 이탈리아로 연수를 갑니다. 또 대부분의 식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지만 반드시 이탈리아에서 사와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이 두 가지로만 이탈리아가 거두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날 겁니다. 韓食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면 세계의 요리사들 이 우리나라에 연수를 받으러 올테고, 또 우리나라 식자재를 수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마치 韓食 요리사처럼 심각하게 고민 했다. 全세계적으로 이탈리아, 일식, 中食 순으로 많이 퍼져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자기 고장에서 나는 재료를 최 대한 활용하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왕궁을 요리학원에 대여해주고 全세계 요리전문가들을 초청해 자기 고장 음식을 선 보이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 등 요리 상 품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있더군요. 외국 신문에서 이탈리아 파스타가 全세계 식탁을 덮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서울시내 유명 이탈리아 음식점 주방장 중에는 힐튼호텔 일폰데 출신들이 많다. 鄭燦大씨에게도 그동안 유혹의 손길이 많았지만 자신이 실력을 닦은 일폰데에 情(정)도 들었지만 아직은 갈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유혹을 뿌리쳤다고 말한다. 鄭燦大 부주방장은 요리법을 배우기는 하되 자기 것을 만들어야 진정한 요리사라고 말 한다. 그는 재료와 요리법을 적은 레시피를 원한다면 나누어 줄 수는 있지만 그대로 한다고 해도 결코 일폰테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온도와 시간, 성실성 , 이탈리아 각 지역의 맛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자신만의 키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당신은 최고라고 생각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