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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내림으로 화폭에 담은 '기복 신앙'의 세계 | ||||||||||||||||||||||||
유진수 개인전 '텬문이 열리다', 주민문화센터 '시티몽키'에서 23일까지 | ||||||||||||||||||||||||
붉고 푸른 강렬한 색상의 조각 그림들이 벽면 가득 엇갈려 걸쳐놓은 빨래줄 위에 널려있다. 무속인의 공간과도 신전도 재현해 그대로 전시실이 되었다. 붉은 이미지로 가득한 전시장 한 쪽 벽면엔 절에서 거처하며 수행할 때 작가가 매일 매일 한 장씩 그렸다는 인물 그림이 작은 액자에 담겨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 그림 아래쪽엔 대나무 잎을 모아 만든 붓으로 그렸다는 기복(祈福) 메시지가 가득하다. 작가 유진수의 여덟 번째 개인전 ‘텬문(天門)이 열리다’가 전시되고 있는 ‘시티몽키’의 풍경이다. 시티몽키(夢key)에 들어서는 관객들은 근처 사직동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이다. 시티몽키는 오래동안 영자신문 기자로 일했던 홍선희 대표가 재개발지역에 만든 도시문화사랑방이다. “지나가다 재미있는 안내문을 봤다”거나 “아래집 아줌마가 가 보라고 해서 들렀다”며 주민들이 전시장에 들어선다.
‘텬문이 열리다’라는 개인전 제목을 보고 기자가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하늘 문이 열리면 비라도 쏟아지지 않을까요?” “하하. 그건 모르겠고요. 작품 활동을 통해 예술에 대해, 하늘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줄곧 굿과 살풀이, 태극 등을 소재로 한 영적 주제의식을 담아 무속적 색채가 강한 그림을 그려왔다. 무속적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신에게 편지를 쓰며 논다거나 돌에 새겨져 있는 제 이름을 발견한다거나 하는 영적 세계를 경험하는 체험이 있었어요. 유년시절부터 온갖 사물에 존재하는 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종의 신 내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작품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속인의 방에 함께 전시된 병풍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글자가 가득 쓰여 있다. 유진수씨와 똑같이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의 작품이라고 한다. “제게 병풍을 선물한 분은 붓으로 신이 내린 분입니다. 강필(降筆)이라고 부를 수 있지요. 이 분은 언어장애가 있는 분이어서 말을 하실 수 없는데 한 번 붓을 잡으면 무서운 속도로 이렇게 끝없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원을 그리며 쓴 글씨가 자로 재고 컴퍼스로 그은 듯 정확합니다. 그 형태를 보고 사람이 쓰는 글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제 그림도 영적 기운을 바탕으로 화폭에 담아가고 있습니다.”
“미술을 배울 땐 정확한 구도나 안정적 색채를 추구했지만 계산된 화법을 버리고 나서는 더 이상 머리로 그리는 그림은 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품 활동 역시 영적 기운에 충실한다고 할까요." 그녀는 또 자신이 그림을 통해 다루고 있는 무속과 영성, 종교성이라는 주제가 세계의 일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인간이 어디에서 났는가 하는 본래성에 관한 문제, 전통과 뿌리,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무속과 전통이라는 주제가 현재에도 유의미하기 위해 유진수 작가가 관객에게 던져야 할 주제 의식과 표현 방식은 더 필요한 듯싶다. 다만 세상의 장애를 넘어 평안하게 살고 싶은 기복이라는 주제는 과거이든 현재이든 혹은 앞으로도, 힘든 세상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기도임에는 틀림없으리라. 한편, 전시장이 된 시티몽키는 25년 간 영자신문 기자로 활약하고 서울문화재단 문화사업국장을 역임한 홍 대표의 야심작. 홍선희 대표는 "일상적인 장소를 문화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플레이스메이킹이 화두가 되고 있다"며 그동안 문화행사에 많이 관여해오면서 생각했던 공간을 실현하는 의미에서 시티몽키를 열었다. City Mongkey란 이름도 바쁘게 지내는 도시 사람들의 문화적 꿈(夢)을 풀어주는 열쇠(key)라는 의미에서 홍 대표가 직접 붙인 명칭. 민간 싱크탱크(두뇌집단)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인 홍 대표는 "보통 지자체에서 여는 축제는 외부 기획사가 마련한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문화적인 목적이라면 언제든지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보일 것을 약속했다 다음은 유진수 작가의 전시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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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메밀 꽃 님이 홍선희 님이 였구나 !!! 소리없이 고로콤 살며시 들어오시다니,, ㅎㅎ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