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아름답다는 귀절이 떠오느는군요.
임시장애우가 된 사연 잘 읽었습니다.
일주일동안 전대병원 피부과에 오신다구요?
오시면 연락하셔야 합니다.
피부과 옆에 공중전화가 있습니다.
그곳에 햐얀전화가 있답니다.
그전화로 국번없이 6053,6055로 하시면 됩니다.
환자가 되어서 오는 병원과 그냥 오는 병원의 느낌은 엄청 다르다고
하던데, 손동신동지로 부터 그런 소감을 듣고 싶네요.
임시장애우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 [원본 메세지] ---------------------
임시장애우라...
너무 과분한 대접(?)인 것 같군요.
하긴, 발톱이 살속 깊숙이 파고드는 그 짜릿한(!) 고통을 체험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생활상의 불편은 적잖더군요.
더우기 엄지발톱이 신체의 중요한 약점처럼 여겨지면,
저처럼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온갖 스포츠(특히 발로 하는)로부터 소외되어야 하고,
각종 집회시 몸싸움이라도 발생하면 차라리 얼굴을 맞고 말지, 발을 밟히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죠.
또, 아장아장 걷는 어린 아이의 재롱을 보고 흐믓해하다가도 제 발쪽을 향해 다가올 때면 움찔해지는 긴장감이란...
그렇다면, 엄지발톱이 이렇게 된 사연은?
당연히 궁금하실 줄로 알고(제 맘대로 해석..)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7~8년전 김영삼군대에서 멎어있는 국방부시계를 돌리고자 발버둥칠 때(참고로 저는 기갑병-전차정비병), 무거운 부품을 들다가 그만 문제의 엄지발가락쪽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부대에서는 발톱정도는 만병통지약(!)인 '안티프라민'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저 또한 고통은 있었지만, 빈발하는 사망사고나 폭발사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구요.
문제는 제대후에 나타났습니다.
한번 부러졌던 발톱은 두번다시 부러지지 않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이 두껍게 자라기 시작했고, 어지간한 발톱깎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지요.
결국, 살을 파고는 발톱의 압박에 인내의 한계를 시험당하고 재작년초 전대병원 피부과에 있는 친구녀석을 찾아갔습니다.
친구녀석은 제가 고통스러워 소리라도 지를까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를 시술대위로 앉혔고, 저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발톱 양옆의 민감한 피부에 숭숭 파고드는 마취주사의 예리함을 눈물을 머금고 소리없이 참아야 했답니다.
그 당시는 학원강의를 나갈 때였는데, 엄지발가락은 붕대로 감겨진 채 절뚝거리며 일주일이상 병원과 학원을 오가야 했구요.
아 그런데, 인간의 망각이란...
레테의 강은 정말 대단합니다. 2년전의 그 고통을 까마득하게 잊다니..
관리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지만, 발톱깍기로 너무 깊이 발톱을 제거하다보니 이 엄지발톱이란 놈이 성을 내기 시작했답니다.
'어라 2년전의 고통을 잊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또 당해 봐라'는 듯이..
결국, 엄지발가락에 붙은 살로 하여금 피고름을 토하게 만들었고
선택의 기로에 선 저는,
이미 '화해하고 협력할 대상'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엄지발톱에 대해 고통(실은 가물가물했습니다)이 따르더라도 도려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또 다시 의사친구를 찾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 엽기적인 친구녀석이 순진한 저로 하여금 양자택일의 제안을 하지 뭡니까?
'내가 보기엔 살까지 도려내는 절개수술을 해야할 것 같은데, 네가 선택해라'
발톱제거 시술의 고통이 가물가물했던 저로서는 이주일 이상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많이 아플 거라는 말에
턱하니 "발톱만 제거하자"라고 얘기했지요. 그것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친구녀석은 이번만큼은 환자가 없는 시간에 하자고 제안하더니, 정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발톱제거를 시작했고, 두번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 확실한 아픔을 느끼도록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결코 소리지르지 않았습니다. 가끔 희미한 신음소리는 냈지만...
시술이 끝난 후, 미안했던지 친구녀석은 알아서 접수창구와 약국을 뛰어다니더군요. 머리가 아주 좋은 녀석입니다. 공짜로 모든 걸 해결하고 나서 이 녀석왈, "청첩장 나왔다. 내일 소독하러 오면, 주마"...
코 뀌었다는 게 이런 경우일까...
어쨌든 오늘 소독하러 갔더랬습니다. 여전히 아프게 하더군요.
이녀석 웃으며 한마디. "편안한 시간에 와. 내가 직접 소독해 줄께"...
앞으로 일주일은 더 가야 합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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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임시장애우라...
황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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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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