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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왜 가냐? 산에 네 애미가 있냐? 네 애비가 있냐? 아니면 돈이 있냐?"
노모께서 저에게 하시던 말씀입니다.
예전에 산은 민초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고 성리학자에게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구하고자 하는 배움의 길이기도 했지만 반면 외포심의 대상이기도 했을 겁니다.
아마 그 의식의 반영이라고도 보여집니다.
혹여 사랑하는 자식이 그 무시무시하기만 한 산에 가서 어떤 변고라도 당하연 어떨까.
어미 품에 가만히 있으면 될 텐데 그 밤중에 짐승들이 횡횡하는 어미가 없는 곳에서 혹시나 잘못이라도 된다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 때문이라 이해합니다.
그럼요.
당신 몸에서 나온 자식인데....
그런데 그놈의 자식들이 그 어미의 말을 제대로 안 들을 때가 있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그때가 꼭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하고 싶은 것이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혹은 막연하게 생각은 했지만 그게 현실로 다가왔을 때,
온갖 힘듦을 이겨내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감흥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그것을 환희라고도 부를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에 대한 보답인가?
산은 그걸 주는가 봅니다.
그러면 은전의 결과물인가?
2014. 11. 08.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이 조금 더 지난 늦가을.
사랑하는 후배 아라미스, 자룡 등 3인은 그동안 꿈으로만 꾸어 왔던 소위 '충북알프스'라 불리는 구병산 ~ 속리산 ~ 묘봉을 잇는 약 43km의 구간을 계획합니다.
우리나라의 4대 알프스 즉 영남알프스. 호남알프스, 경기알프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 난 곳이기 때문이죠.
그때도 그런 제약 때문에 ‘구병산 ~ 문장대’ 구간만 진행했던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장감독이다. 충북알프스는 1999년 5월 17일 충청북도 보은군이 관광 상품으로 널리 홍보를 하기 위하여 ‘업무표장 등록’까지 마친 산줄기의 이음이다. 즉 보은군 장안면, 마로면, 속리산면 그리고 산외면까지 걸쳐 있는 속리산의 산줄기다. 구병산을 지나 잠시 경상북도 상주시 화남면을 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된 구역은 보은군이다. 누구는 46km, 어느 사람은 47km, 보은군에서는 43.9km라고 하는데 필자가 직접 걸은 서원리 ~ 활목고개까지의 실거리는 38.8km였다.
충북알프스는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 서원교를 들머리로 하여 구병산 ~ 형제봉 ~ 피앗재까지의 18.49km를 1구간, 피앗재 ~ 천왕봉 ~ 문장대 ~ 북가치 ~ 묘봉 ~ 활목고개까지의 20.39km를 2구간으로 나눠 진행하면 큰 무리가 없는 코스이다. 중간 기착지로 피앗재에서 0.9km 가량 떨어져있는 숙박이 가능한 ‘피앗재 산장’을 이용하면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피로를 푸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코스 대부분이 속리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여 있으므로 공단의 통제 하에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고로 문장대 ~ 북가치 구간은 비탐방구간이므로 완주를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215쪽
하지만 정작 그곳을 진행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1구간 고도표
이유인즉슨 위 고도표에서 보는바와같이 빨래판 즉 up-down이 심하여 상당한 체력이 아니면 전 구간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두 구간으로 진행하기가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세 구간으로 나누기에는 좀 짧기도 하며 문장대 ~ 북가치 구간이 속리산 국립공원에 소속되어있으면서 비탐구간으로 지정되어 있어 단속당할 염려도 상존한다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보다는 위험한 구간이 산재해 있어 자칫 발못하여 긴장의 끈을 놓칠 경우 인명사고와 직결된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팀의 리더는 항상 이런 점을 숙지하여 하산을 완료할 때까지 길을 제대로 안내하여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방지하면서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절대적으로 발휘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그런 봉사와 희생 그리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리딩 대장을 맡는다면 그 팀의 참여는 반드시 재고를 해야할 것입니다.
2018. 12. 01. 지리동부능선에 들은 7인은 멋진 지리 하봉의 영랑대에서 다음 산행을 논의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잡힌 곳이 '충북알프스'.
그곳의 아름다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저는 대원들에게 '보은군'을 대신해 열심히 홍보를 하고....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준비는 결과적으로 산수대장님의 몫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작업은 산수대장님의 손에서 나왔으니까 말입니다.
인원도 확정됩니다.
대전의 청풍명월(이하 존칭 생략), 산한구비, 날다람쥐, 산수 등 4인.
남원의 고남.
수지, 분당의 노고단, 복이언니, 송암, 록키 문, 산그리며, 강산 등 6인.
서울의 금수강산 그리고 저 등 2인.
총 13명으로 구성된 대부대입니다.
D-day는 3. 1. ~ 3. 2.
3. 1.절 연휴기간입니다.
중간 숙박은 '홀대모' 다정님의 피앗재산장을 이용하기로 하였으니 산행 후 샤워는 물론 밥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늘 오리지널 비박을 즐기시는 노고단님은 적당한 곳에서 비박을 하신다고 하시는군요.
그 난코스를 20kg에 가까운 가방을 매고 진행하면서.....
그게 가능할까?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9. 03. 01. 금요일
2. 동행한 이 : 산수,금수강산, 고남, 날다람쥐, 강산, 록키문, 복이언니, 산그리며, 청풍명월, 노고단, 송암, 산한구비, 현오
3. 산행 구간 : 충북알프스 1구간(서원리~구병산~신선대~장고개~못재~갈령3거리~현제봉~피앗재~만수동)
4. 산행거리 : 19.4km
산 행 기 록
지도 #1
대전에서 대원들과 합류해 충북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로 갑니다.
대전팀이 먼저 도착하여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군요.
삼가천을 건너 충북알프스 들머리로 들어갑니다.
이 삼가천은 적암천과 합쳐져 보청천으로 흡수되는 보청천의 지천입니다.
중간에 물이 부족할 것을 대비하여 장고개에 23리터의 물과 맥주 1.8리터 세 통을 묻어두고 날머리인 신정리에 회수용 차량 1대를 주차시키고 왔으니 이른 새벽부터 잠 한숨 못자고 대원들을 위해 준비들을 하신 겁니다.
다시 한 번 대전팀과 산수대장님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 말씀드립니다.
누구는 46km, 어느 사람은 47km, 보은군에서는 43.9km.
들쭉날쭉한 소위 충북알프스의 총거리입니다.
1999. 5. 17. 보은군에서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마쳤다는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산외면 활목고개를 잇는 충북알프스는 구병산 구간과 천왕봉이 있는 속리산 구간 그리고 관음봉, 묘봉, 비로봉 등 암벽구간으로 이루어진 북속리 구간 등 세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북속리 구간은 아무래도 알바 구간이 많아, 가는 이들에 따라 그 거리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구간을 나누는 것도 두 구간, 세 구간으로 나누는 게 보통이지만 어떤 분은 한 방에 진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암봉 구간을 야간에 진행한다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런 멋진 구간을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진행을 할 바에야 아예 속리산태극 종주를 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그 구간을 만수동에 위치한 피앗재산장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하고 두 구간으로 나눠 후배 아라미스님, 자룡님과 동행하기로 합니다.
아울러 제대로 맞지 않는 그 구간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해 보기 위하여 각자 가지고 있는 다른 기종의 GPS를 사용하여 측정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알바를 하지 않는다면 거의 정확한 수치가 나오리라고 기대를 하고.....
결과로 본다면 제가 사용하는 오룩스 프로그램으로는 피앗재 삼거리까지의 거리가 18.72km였고 다른 대원들의 기종도 10m 단위의 편차를 보였는데 거리의 정확성에 저희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소요시간도 휴식시간 포함 거의 10시간이나 소요되었으니 구간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충북알프스 구간.
일반 다른 산행에 비해 30% 정도의 체력이 더 소요된다고 하는 그 구간을 시작합니다.
07:10
대장정의 발걸음을 뗍니다.
형제봉까지 16.9km가 위압감을 주는군요.
일반 산행 16.9km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오늘 날씨.
"미세 먼지 가득 외출을 삼가해 주십시오!"
긴급재난문자까지 뜰 정도이니 거의 최악입니다.
530.1봉이 오늘 산행의 첫 봉우리입니다.
서원리 들머리가 200m가 채 되지 않는 곳이니 거의 340m를 올려야 하니 자연스럽게 머리에는 용마산이 떠오릅니다.
용마산 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그렇게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런 로프는 자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07:45
그 530.1봉 전위봉에서 3인의 여성대원이 포즈를 취하십니다.
세 분은 모두 낙남정맥 진행 중이시죠.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추셨으니 오늘 산행은 별 무리가 없으실 겁니다.
저는 두 달여의 공백으로 3일 전 관악산 11국기봉 종주(20km)로 워밍업은 하였으나 떨어진 체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07:58
아예 이 구간이 처음이었으면 구간에 대한 공포감(?)이 없겠지만 이미 이 지형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 터여서 약간 압박이 됩니다.
오르락 내리락....
08:01
530.1봉을 내려오고....
08:06
봉비리 갈림길을 지나,
정면으로 다가오는 구병산 일대를 바라봅니다.
역광속에 미레먼지로 인하여 뿌옇긴하지만 그래도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등로는 대부분이 능선이지만 사면치기로 ㅈ니행하는 곳도 자주 나옵니다.
험준한 지형때문입니다.
오늘 산행에 너무 많은 수고를 하여 주신 산수대장님.
대원들의 모습을 멋진 곳에서 담기 위해 반대 방향까지 달음박질을 하는 노고도 아끼지 않으시고....
늘 붙어다니시는 안방마님 날다람쥐님.
걸으면서 그리고 잠자리 전에 들었던 '산수-날다'님의 로맨스 스토리.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더욱이 오늘이 두 분의 결혼기념일이라니!
그 주례를 보셨던 청풍명월님도 오늘 산행에 참석하셨으니 두 분에게는 오늘 이 자리가 너무도 뜻깊은 날이었을 겁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축하드립니다.
...........
이런 구간들은 우회하고....
09:01
687봉에 오릅니다.
여기서 보은군 마로면을 만나면서 이제부터는 마로면과 장안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히말라야까지 다녀오신 강산님.
그렇게 충분히 연습이 되셨으니 늘 선두에서 진행하십니다.
건강하게 만수를 누리십시오.
5분 정도 쉬었다 일어납니다.
09:34
백지미재는 755.8봉 입구에 고개입니다.
119 구조목이 세워져 있는데 고개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 곳입니다.
좌측 속리산 부근은 아직도 이 정도이고....
잦은 바위 구간이긴 하지만 조망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바위 봉들의 연속이라 구병산九屛山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4년 전 이곳을 지날 때 달아놓았던 제 표지띠.
상당히 반갑습니다.
대원들에게 잘난 척 좀 하고.......
10:21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구병리로 하산할 수 있고.....
비룡댐은 삼가저수지를 말하는 게 아니고 그 저수지로 유입되는 삼가천을 막아놓은 조금만 댐이 아닌가 기억을 해봅니다.
구병산까지는 0.8km
3시간 15분을 걸어 6.9km를 왔으니 예상했던 대로 시속 2km 정도 안팎에서 들락날락하는 수치입니다.
직진하여,
10:37
구병산 오르기 바로 전에 있는 풍혈風穴 구경도 하고....
노고단님 저 가방만 보면 제 어깨가 뻐근해집니다.
저 무게를 지고도 우리보다 더 빠른 걸음을 걸으시니....
계단을 올라,
10:42
드디어 삼가저수지가 있는 삼가리 일대입니다.
우측으로 천왕봉이 희미하게나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는 하는군요.
그런데 사진으로는 영.....
지나온 연봉.
가야할 봉우리들.....
3등급삼각점(관기302)을 확인하고,
대원들 모두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무탈하게 계획된 구간을 완주하자는 다짐입니다.
노고단님.
여러 차례 함산을 해쑈지만 서로의 거친 숨소리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말로 대단한 분임을 확인합니다.
이정표 상 11km 떨어진 853봉 정확하게는 852.8봉을 향합니다.
이 봉우리는 우회하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봉우리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들 중 뒤에 보이는 그 봉우리입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암봉입니다.
11:05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면,
그 852.8봉이 위용偉容을 드러냅니다.
11:24
그 전위봉을 이렇게 오르는 것은 어쩌면 애교 정도이고....
이럴 때 뒤를 놓치면 안 되죠?
뒤를 돌아 구병산을 봅니다.
두 개의 봉우리가 겹친 거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왼쪽 봉이 더 멀리 있는 구병산입니다.
11:31
문제의 82.8봉을 오릅니다.
조금 난이도가 있는 곳입니다.
산수대장님이 먼저 올라 발 디딜 곳이니 손을 잡을 곳 등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안내를 합니다.
11:40
그렇게 852.8봉에 오릅니다.
그런데 누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해놨습니다.
누가 여길 학봉이라고 불렀는지....
그냥 852.8봉 혹은 853봉이라고 하면 됩니다.
대원들 사진 촬영에 바쁩니다.
11:43
852.8봉을 내려오자마자 만나는 삼거리.
아까 우횟길을 따르면 니 삼거리에로 나온다는 얘기죠.
지도 #2
11:52
이제 로프를 잡고 오르는 일은 기본!
구병리.
좌측으로 천왕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는 형제봉이 보입니다.
그 형제봉ㅣ 미세 먼지로 인해 일견 볼 때에는 작은 잡봉 같이 보일 정도입니다.
형제봉 우측 뒤로는 이안지맥의 두루봉874m이 높게 서 있고....
저 이안지맥을 신산경표에서는 작약지맥이라고 부릅니다.
이따 갈령삼거리에서 다시 보게 될 겁니다.
12:01
신선대가 가까워져 거기서 점심을 먹고 가려고 했는데,
12:09
신선대786.1m에 도착합니다.
충북알프스에는 신선대神仙臺가 두 군데 있죠,
이곳과 대한민국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민간인에 의해 매점이 운영되고 있는 속리산 신선대.
그런데 이 신선대에는,
선점하고 있는 이들이 비킬 생각을 하지 않아 부득이 우리가 그곳을 나와,
12:16
지도 #2의 '다'의 곳에서 먹고 가기로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곳에는 우리가 하루 머물고 갈 피앗재산장의 홍보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충청북도 보은군 마로면과 경상북도 상주시 화남면의 도계인 곳이기도 합니다.
수다를 떨면서 30분 가량 오찬을 즐깁니다.
12:55
밥을 먹고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도계를 벗어나 온전하게 상주시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까보다 한결 나아졌습니다.
드디어 백두대간 라인이 선명해지면서 형제봉이 확실해졌습니다.
우측 뒤로 두루봉도 명백해지고.....
그 우측으로 보청지맥 라인이 보이고....
뒤로는 조금 전 내려온 신선대.
13:19
671.8봉에 오릅니다.
13:26
지도 #2의 '라'의 곳인 헬기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일어납니다.
13:33
지도 #2의'마'의 곳에서 형제봉을 따릅니다.
그런데 아까 이정표에 의하면 구병산에서 형제봉까지의 거리가 9.2km였었는데 이 이정표에 의하면 11km가 되는군요.
신뢰감 상실입니다.
522.7봉을 넘어,
기억속의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면,
13:59
장고개382.3m입니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삼가저수지가 있는 만수리이고 우측으로 가면 화남면 동관리가 나옵니다.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기도 한 비재도 멀지 않고....
그런데 이 장고개에는 존경하는 산수대장님께서 오늘 새벽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는 대원들을 위하여 물과 맥주를 묻어놓은 곳이기도 합니다.
쓸데없이 뭐하러 그렇게 품을 팔았냐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고마웠던지...
다른 대원들이 마음도 다 같았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대원들의 짐을 가볍게 해주고 싶어하는 그 큰 마음을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까지 물을 먹지 못하여 뒤에 오는 산꾼들을 위하여 물은 놔두고 맥주만 마시고 갑니다.
"존경하는 한수 대장님. 그 큰 뜻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마음 속으로 그 시원한 물 잘 먹었습니다."
가파른 된비알을 한참이나 치고 올라갑니다.
하긴 382m에서 518까지 고도를 높여야 하니 무조건 고개 숙이고 올라가는 수밖에....
그러다 좀 힘에 버거우면 뒤를 돌아보며 충북과 경북의 행정구역을 가르는 줄기도 보면서 숨을 골라봅니다.
적절하게 호흡도 고르면서.....
광주 산꾼 유목민 대장님도 뵙고....
14:38
516.4봉을 지나 헬기장을 만납니다.
여기서 좌틀하여 내려가니,
율령산왕각이라는 퇴색된 현판이 붙어 있는 산신각입니다.
동관음과 장자동을 잇는 고갯마루에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고개가 율령栗嶺 즉 밤고개로군요.
산왕각은 곧 산신각이겠죠?
15:26
또 고도를 낮추고....
그러고는 ㅈ;도 #2의 '바'의 곳을 지납니다.
뒤를 돌아보며 구병산부터 지나온 구간을 더듬어 봅니다.
부서지는 흙이 있는 구간을 로프를 이용하여 오르고....
바로 옆 우측으로 백두대간이 올라오는 모습입니다.
이안지맥은,
동관리로 떨어지고...
중앙 낮은 산줄기가 백두대간이고....
그 줄기는 우측으로 551.9봉을 지나 봉황산740.6m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16:18
드디어 지도 #3의 '사'의 곳에 접속하면서 백두대간을 만납니다.
지도 #3
친절한 대장님께[서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충북알프스' 안내판을 제대로 세워주시고....
이제부터 문장대까지는 백두대간 루트를 이용하게 됩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사실 그냥 우리땅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상주 땅을 밟건 보은 땅을 밟건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산꾼들은 타이틀에 목을 매는 것 같습니다.
명예나 자존심 같은....
그러니까 이 충북알프스도 그 어려움을 딛고 아니 일부러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도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16:23
못재입니다.
“형. 그리고 이 못제는 못재가 아니네? 견훤과도 관련된 것이라면서?”
“그래. 이 못제는 고개(岾)라는 뜻이 아니라 한자 지(池)의 변형이라고 봐. 그러니까 굳이 한자로 표기하자면 ‘泉池’ 정도로 표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 황간 견씨의 시조인 견훤은 본시 지렁이의 자손이어서 이 못제에서 목욕만 하면 강력한 힘을 얻었다고 해. 결국 그와 세력 다툼을 벌이던 보은의 호족 황충은 이 비밀을 알아내고는 소금 300석을 이 못에 풀고는 견훤에 이길 수 있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지.”
“그렇군. 그 전설이 예전에는 이 못에 물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네. 이런 분수령이 되는 능선에 물이 많았었다는 것도 특이하네. 그리고 승리한 영웅은 용으로 비유가 되지만 패배한 영웅은 용이 아닌 지렁이로 묘사가 되는군. 그게 역사겠지.”
- 조저 전게서 216쪽
기념 촬영을 하고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16:31
헬기장을 지나고...
서서히 피로가 엄습해 옵니다.
어쩌면 못재 ~ 갈령 삼거리 구간이 제1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일 것입니다.
그 잦은 오르내림 중 만만찮게 고도를 올려야 하고 거기에 시간은 막판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신음을 내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다들 정맥을 하고 있는 분들이니 다른 말은 불필요한 허언입니다.
더욱이 그 큰 박배남泊背囊을 매고 진행하는 노고단님을 보면 자신의 힘듦이 곧 엄살이기 때문이기도 하니 힘들더라도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게 낫습니다.
17:06
그러고는 갈령삼거리입니다.
칡이 많이 나는 고개여서 갈령인가?
“형. 이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갈령(葛嶺)이란 고개는 칡이 많이 나와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우리말 ‘갈’에서 온 거라고 봐야지? 그러니까 대간이라는 큰 줄기에서 갈라진 줄기에 있는 고개라는 의미의 ‘갈령(嶺)’이었는데 이걸 억지로 한자를 갖다 쓰다(借字) 보니 葛嶺이 되었다?”
“세종대왕 이전까지 우리말을 쓸 수 있는 글자가 없다보니 하는 수없이 중국의 한자를 빌려다 글을 썼잖아. 한자로 우리말을 쓰는 방법으로는 ⓵해당 한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우리말과 음(音)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를 가져다 쓰는 방법 가령 한강의 옛 이름이 ‘아리ᄀᆞᄅᆞ’여서 ‘ᄀᆞᄅᆞ’가 강이니 아리수(阿利水)라고 쓴 경우, ⓶한자의 뜻만 가져다 쓰는 방법 가령 ‘새벌’이라는 우리말을 신라(新羅)로 쓴 경우, ⓷음과 뜻을 섞어서 쓰는 방법 등 다양해.”
- 졸저 전게서 216쪽 이하
저의 사부님이신 준희선생님의 산패입니다.
이곳에서 이안지맥이 분기하게 되죠.
참고도 #1 이안지맥
이 이안지맥은 백두대간의 이 갈령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한 줄기가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이안천이라는 물줄기가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물줄기인 내성천과 만나는 그 합수점에서 맥을 다 할 때 그 산줄기의 도상거리가 35km가 넘을 때에는枝脈이라는 계급을 부여해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산줄기는 도상거리가 47.9km에 이르고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게 되니 지맥의 요건을 충족하여 지맥이라는 계급을 부여해 주면서 그 물줄기의 이름 따 이안지맥이라 부르게 됩니다.
존경하는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에서는 이 산줄기 중에서 최고봉인 작약산774m의 이름을 따 작약지맥이라 부릅니다.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17:11
5분 간의 휴식을 마치고 일어납니다.
이제 형제봉만지나면 오늘 구간은 끝입니다.
이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무슨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닌데.....
17:34
드디어 형제봉으로 오릅니다.
정상석이 있고...
그런데 받침대에 천황봉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지금은 천왕봉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천황봉으로 불렸던 봉우리라는 간접 증거물입니다.
대간 라인.....
이안지맥은 중앙 두루봉에서 좌측 뒤로 흐를 것이고....
서둘러 하산을 합니다.
그래도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피앗재로 가는 도중 지도 #3의 '아'의 곳에서 노고단님은 일단 멈추십니다.
비박 장소로 내심 마음 먹은 곳입니다.
"저녁이나 같이 먹고 다시 올라오면 안 되겠느냐.
그냥 오늘 만큼은 룰을 어기고 같이 자자.
소주 한 잔만 마시고...."고 등은 노고단님에게는 쓸데없는 수식어이고 허언에 불과합니다.
그 스타일을 아는지라 "별 구경 잘 하소!"라는 말을 남깁니다.
노고단 님은 오늘 밤 별을 보며 침낭 안에서 나름 하루의 피로를 녹이며 대간의 기를 받아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사람.
반인반선인 그를 반선半仙이라 부르렵니다.
18:21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산수대장님.
山과 물水을 벗삼으며 살고 있으니 별명 만큼이나 그렇게 맑고 푸르게 사실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뵙지요.
18:21
비둘기 가족.
금수강산, 고남, 날다람쥐, 강산, 록키문, 복이언니, 산그리며, 청풍명월.
후미도 도착했으니 내려가시죠.
피앗재 산장의 '다정'님 내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까지 쉬고 노는 시간 포함 11시간이 걸렸군요.
좌틀하여 하산합니다.
다정님이 반겨주십니다.
다정님은 제가오는 줄 모르고 있었으니 사뭇 놀라는 눈치.
"왜 오신다고 연락 주지 않으셨습니까!"
깨끗하게 단장된 피앗재 산장은 이미 방이 뜨끈뜨끈하게 불이 지펴져 있었고....
우선 먹고 씼자는 의견에 따라 간단히 옷을 털고 황토방인 스머프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막걸리파는 막걸리로, 소맥파는 소맥으로 소주파는 소주파로 나뉩니다.
각자 오늘 산행 소감을 밝히고 소회를 나눕니다.
그런데 오늘이 산수님과 날다람쥐님의 결혼기념일!
두 사람의 로맨스 스토리가 상당합니다.
축하하는 덕담이 이어집니다.
얘기는 밤이 샐 것 같고....
뜨끈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남은 술을 비웁니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해하고,
저 산 위에서 동물들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별을 헤는 노고단님은 나름 행복을 즐기시고....
잘들 주무소.
내일 03시에 기상이외다.
- 2부에 이어집니다.
첫댓글 각지에서 모여 연합팀으로 산행을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