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알드 달 (Roald Dahl)
그는 의자를 움직이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손닿는 범위 안에 놓여 있었다. 그는 노란 레걸 페이퍼에 좋아하는 종류의 연필로만 글을 썼다. 연필 한 움큼을 뾰족하게 깎아두고서 일을 시작하곤 했다. 그는 담배도 피웠다. 재떨이와 담배꽁초들이 지금까지 옛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그가 앉았을 때 오른쪽이 되는 탁자 위에는 온갖 기묘한 기념품들이 놓여 있다. 수술로 제거한 그의 엉덩이뼈도 하나 있고, 그가 어릴 때부터 모은 초콜릿바 은박지들을 뭉쳐서 점점 더 큰 공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앤서니 브라운 (Anthony Browne)
"빛이 환한 이곳은 나의 멋진 스튜디오다. 켄트에 있는 내 집 뒤편에 붙은 온실이다. 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전부 이곳에서 한다. 하지만 글은 어디에서나 불쑥 머리에 떠오른다. 나는 꽤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는데, 오전 9:30에 시작해서 대개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에 마친다. 근사한 앵글포이즈 램프가 두 개나 있긴 하지만, 자연광에서 일하는 편이 훨씬 좋다.종이반죽으로 빚은 프리다 칼로 그림은 딸 엘렌이 만든 것이고, 그 아래 내 초상은 아들 조와 엘렌이 내 50살 생일을 기념해서 함께 만든 것이다. 아이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색과 이미지에서 영향을 받았다. 창틀에 있는 곡예사 윌리 인형은 콜롬비아의 한 어린 팬이 준 것이다. 그 옆, 손으로 뜬 스웨터를 입은 윌리 봉제인형은 보고타의 한 아름다운 인도 할머니가 만들어준 것이다. 장미가 그려진 달력은 내 여자친구 한네가 제작한 것인데, 그녀는 멋진 도시 코펜하겐에 사는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다. 침팬지 얼굴이 인쇄된 쿠션은 베네수엘라에서 열렸던 작품 전시회에서 왔다.나는 대부분의 시간에 서서 일한다. 그게 등에 가장 좋은 자세라는 이야기를 언젠가 읽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주로 음악을 틀어놓는 용도로 쓴다. 재즈, 클래식, 팝을 내키는 대로 섞어 듣는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여전히 종이와 물감과 연필을 사랑하니까 괜찮다.책상에 놓인 그림은 다음 책이 될 <너와 나>의 한 장면이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를 재해석한 이야기다. 나는 원래 이야기에서 골디락스가 너무 나쁘게 묘사되었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에, 균형을 바로잡고 싶다. 그 아이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소녀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그 아이가 곰들의 집에 들어간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나는 서로 다른 두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아기곰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는 따스하고 차분한 색연필로 그릴 것이고, 골디락스의 눈으로 본 만만찮은 현실은 그래픽 노블 스타일의 세피아톤으로 그릴 것이다."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자기 방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이 작은 앞문 근처에 제 자리를 마련했고, 여기서 '쉽게 치울 수 있거나 압지로 간단히 덮어 가릴 수 있는 작은 종이들에 글을 썼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로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문이 삐걱대는 것을 수리하지 않고 버텼다."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이 작가용 오두막에서, 울프는 <댈러웨어 부인>부터 <막간>까지 모든 주요한 소설들의 일부를 집필했고, 많은 에세이와 리뷰와 편지를 썼다. [남편] 레너드가 1931년 7월에 그녀에게 달려와서 방금 다 읽은 <파도>가 정말 걸작이라고 말한 곳도 이곳이었다. 그녀가 <세월>을 마무리하려고 몇 달이나 고군분투하면서 한편 담배를 줄이려고 노력한 곳도 이곳이었다(오전에 예닐곱 대씩 피우던 것을 1934년에는 한 대로 줄였다). 1941년 3월 28일 금요일, 싸늘한 봄날 아침에, 그녀가 레너드에게 작별 편지를 써두고, 우즈 강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해 일어선 곳도 이곳이었다. 종이들을 어지럽게 흩어두고, 마지막 에세이인 '스레일 부인'을 여러 차례 교정한 원고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고, 방 바닥에 타이프친 용지들을 엄청나게 많이 흩뿌려둔 채 말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아주 단정한 것이다."

샬롯 브론테 (Charlotte Bronte)
하녀는 세 자매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면서 이 탁자 주변을 걸어다녔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에밀리 아가씨는 기력이 남아 있는 마지막까지 줄곧 왔다갔다 하셨고, 아가씨가 죽은 뒤에는 앤 아가씨와 브론테 아가씨[샬롯]가 그 버릇을 이어갔지요. 이제 브론테 아가씨 혼자 걷고 또 걷는 소리를 들으면 제 마음이 찢어진답니다.'"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어떤 면에서, 이 성소는 '닥터 후'의 날으는 공중전화박스를 닮았다. 겉에서 보기엔 작지만 내부는 넓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공간 역시 세상을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주는데, 왜냐하면 아침과 오후에 두어 번 힘껏 밀면 헛간 자체가 회전해서 태양을 따라 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안에 이렇게 많은 기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누가 짐작하겠는가? 전기 히터, 타자기, 나폴레옹처럼 낮잠을 잘 수 있는 침상, 응급상황, 가령 점심식사 같은 일을 처리할 때 본채에 연락하기 위한 전화. 작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셈이다."

찰스 다윈 (Charles Darwin)
그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아이들이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를 타고서 자기 지팡이를 노처럼 저으면서 온 방을 누비는 것도 내버려두었다. 그는 정해진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일어나 모자를 쓴 채 짧게 정원을 거닐었다.하지만 그는 아팠다. 자주 구역질을 했고, 그럴 때면 사진 왼쪽 구석에 보일락말락하는 저 세면대를 사용했다. 그가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G. 우드하우스가 목격했듯, 키플링의 글은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누비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흘러 나왔지만, 키플링의 아내는 '그를 세상으로부터 엄격하게 격리시키려고 했다.' 번쩍번쩍 아름다운 서재이지만 그에게는 일종의 감옥이었다."

12. 앤드류 오헤이건 (Andrew O'Hagan)
"꽃이 중요하다. 나는 꽃 사기를 좋아한다. 특히 건너편 꽃집에 히아신스가 들어와 있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
이 양반은 나하고 취향이 같다. 그림 액자를 많이 건 것과 꽃이 있어야 한다는 것, 책상 위가 정리 되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
첫댓글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거나 혼자 끄적거릴 수 있는 작은 책상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 만을 위한 공간..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