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문풍지 사랑
그리움 쏟아지는
회한(悔恨)에 입김으로
당신 앞에서 하고싶은말
사랑해~사랑해
검정고무신/산사랑
장날 새로 사주신
타이 야표 검정고무신
고무 냄새 풍기는
새것이라 좋았다
두손에 움켜쥔채
앞 개울가로 뛰었다
피라미 모래모지 잡고
지금 아주 먼 추억이 가져 같다
아득해진 그 시절
없는살림 쪼개고 쪼개
사주신 검정고무신
좋아하던 날보고
웃음 짓던 울 엄마
기다리던 엄마 날인데
눈물 속에 맺혀있는
울 엄마 모습
"
부부/산사랑
마주친 눈망울에 콩깍지 씌어놓고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한다
맹세 아닌 맹세
무지갯빛 고운 사랑 허리춤에 걸쳐 놓고
백년가약 맺으니
한두고 개 넘다 보니
꽃길 아닌
가시밭길 등짐만 가득하더라
험한 길 헤쳐가며
아무리 노력하고 살아보려
애를 써도
세상사 부딪치니
그릇이 깨지고 칠팔월
천둥·번개가 일상으로 돼버렸네
분수를 알아야 복이 따르지 정을 주어도
사랑을 모른다면 어이 기쁠까
번뇌가 태산이오
천근만근 등짐에 다리가 휘청이니
이내 신세 한탄 눈물
장마 통에 범람하네
아이고 내 팔자야
능력 없는 서방 잡고
악에 받쳐 발길질
잘된 친구 알고 보니
돈 많아도 번뇌가 태산이요
욕심에 눈물이 바다일세
가진 것 없어도
알고 보면 우리 가제일 이지
티격태격 상처 속에
못할 짓이 무엇 있나
만족하면 천국이요 불평불만 지옥이라
돈 못 버는 이내 신세 마음 고통 뉘 알리오
그 돈으로 알뜰 살림 힘에 겨워
부뚜막에 쏟은 눈물 한강수라 배 띄웠소
아문 상 처바른 약은 어이 태산 비하겠소
새끼 위해 참고 참아
하고 싶은 짓거리가 얼마나 많았던가
방구석 부뚜막을 못 떠나는
당신 앞에
못다 한 약속 아닌 약속은
곱던 얼굴 시린 바람 찬 서리에
서 리꽃이 되었구려
황무지에 뿌리 묻고 살아온 당신
세상 권세 다 주어도 당신 하나 못 지키면
허공 속에 풀 뿌리오
가시밭길 상처여도
당신 말고 뉘 있으리오
팔자 고쳐 떠나려니 웬 수 같은 당신
눈에 밟혀
숨가파도 숨 고르며
살아온 고개 돌아보며
집어던진 콩깍지 다시 쓰고
아웅다웅 고갯길을
사랑, 사랑 사랑하며
바보처럼 웃으면서
걷는 마눌 이 세상 다 준다 해도
당신만은 못하오.
괜한짖/산사랑
안 하던 짓거리로 마눌 눈물 나게
감동 주려 거금 들여
브랜드 옷 한 벌 샀다
요즘 젊은것들이 하는 이벤트 모방
깜짝 놀랄 일 저질러놓고 태연하게
살짝이 건네준
고급스러운 포장 표정도 안 바뀌고
우악스레 뜯어 제친다.
눈알이 뒤집힌다.
난생처음 한 짓거리 감동 받아
눈물이라도 흘리며 좋아할 줄 알았는데
뭐야 이건
여태껏 살면서 내
취향을 그리도 몰라
저걸 서방이라고 치켜뜬 눈동자에
서슬이 시퍼렇다 평생 큰맘 먹고 한 짓이
기뻐하기는커녕
서릿발처럼 세운
매섭고 차가운 동지섣달
나목에 몰아치는
엄동설한이다.
티격태격/산사랑
시집간딸이왔다
. 인생 참 유수 로고
소와 쟁기 호미가 전부였던 옛 시절
반세기 사이에 기계화에 잊혀가는 골동물로 변해가고
부엌 아궁이에 매캐한 연기에서 수돗물
싱크대 입식으로 변했으니
더없는 편한 의식주 디지털은
부부 연도 변모했다.
오랫만에 셋이서 마주한 밥상에
습관처럼 일상이 된 말 이
불씨를 집혔다. 밥맛이 없다
음식이 왜 이러냐
쓰잘머리 없는 한마디가
티격태격 작은 불씨 로
초가삼간을 태울 정도
노발대발이다
그럴 거면 당신이 해 먹어~
어머님은 한마디 말만 하시고는
뾰로통 흥~~ 꿈적하지 않는다
나 원 참 여편네가 이리 드셔서야
짜냐 싱거우냐 물어도 못 보나?
아버님은 시큰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에이 살맛 안 나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게 참말 용하다 용해
큰소리 한번치고 못 참겠다는 말투다.
입었던 작업복 내던지고
외출복을 꺼내입고
허리춤을 매는둥마는둥
획나가면서 방문 닫는 소리가 요란하다.
에이 내다시는 오나 봐라.
너 아녀도 널렸다 이 여편네야
그려! 어디 한 나가벼 두눈을 부라린다.
아버님 그러시면 안 돼요
이밤중에 어디를가시려고요
붙드는 딸 뿌리치고 대문 밖을 나선다
희미한 달빛 아래 늘 걷던 신작로길
가끔 시린 바람이 안겨다 주는
길가 코스모스 향기가 싱그럽다
이 궁색한 자존심이 우리 사이에
이리도 중한 겨 잰걸음 속에
비맞은 중꼴이 된 한마디
에이 꼴도 보기 싫은 여편네
금방이라도 이혼이라도 할 것 같은
잰 걸음은
더 빨라진다
엄마 어떻게 좀 해봐요
아버님 화가 단단히 나신 것 같은데
애야 그냥 내버려둬라.
네 아비 이런 짓이 어디 한두 번이냐?
네 아비 저래도 별일 아니야~
등굽은 아버지 뒷모습이
너무 안스럽다 한참을 걷다
이제 택시라도 잡을 듯
구식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50십평생을 함께 살아온 희미해진 집을
바라보신다
원 지어미 말이 최고인지
딸년 이 말릴때 못이기는척 이라도 할걸
어이구 속 터져
저걸 여편네라고 살았으니
이 밤중에 어디를 가냐고
붙드는 척도 못 하냐
한참을 망설임끝에
연신 헛발질처럼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허긴 쓸데없는 말로
신경을 건드리긴 했지만
멀리 숨어 바라보는 딸 이 빙긋이 웃는다
돌아가는 길가 코스모스 향기가
더더욱 향기롭다
이 길을 둘이 같이 걸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지
주춤주춤 꽃잎을 따서 냄새를 맡다
핵 집어던진다.
머쓱한 기분
구겨진 최면으로
잠시 후 문밖 아버님에 헛기침 소리가
엄마가 켜놓은 대문 앞 환한
전등 불빛이 아버님을
맞이한다 티격태격
싸움 밭이 끈적이는
정이었나
왜 저리 싸우면서도
저고개를 넘지못했는지?
빙긋이웃는 딸이고개를 갸웃한다
걍 만들어보았습니다
<
가난한 농부 아내/산사랑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이 바뀌었는데
바라기 꽃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이름
당신이란 머리엔 하얀 서리 꽃이
향기 잃은 꽃인양 티격태격 살아온
부실한 사랑이
세월간 찬바람앞에
걸려넘지 못하는
저 고갯마루
요즘 흰머리 염색으로 거울 쳐다보며
팔순 다된 핏기 잃은
아픈 곳은 전국구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살아온 구차한 흔적
반짝이던 기억도 깜박이고
윤기 나던 머릿결도
거친 서릿발 처럼 헝클어지고
허리는 도라무깡에 처진 눈매
농촌에서
헌 옷 같이 막다루던 심신
곱던상 어디 가고
오늘도 거울 앞에 궁시렁이다
눈 밑에 쳐진 군더더기 지방
요즘 세월에 돈 몇백이면
수술받아 감쪽같이 젊어진다는데
없는 돈 떼쓰고 지랄해봐야
도로아미타불
가진 것 없는 마음 구석에
바라보는 이내 짠한 맴
세살박이 울보처럼 가슴속은
퍼질러 울고있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