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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복싱 前세계챔피언 장정구 |
[속보, 스포츠] 2004년 03월 24일 (수)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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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하면 파마가 어울리지 않아서요…" 특유의 "장정구 파마" 머리를 기름을 듬뿍 발라 뒤로 넘기고 나온 그에게서는 이제 중년 티가 느껴진다. 만 41세. 어느 새 은퇴한 후 13년이 흘렀다..
링을 내려온 후 운동과는 완전 담을 쌓았다면서도 연신 담배를 빨어대는 그는 건강에 대해 묻자 의외로 과잉반등을 보있다.
"장정구는 아직 똘망똘망 합니다. 후유증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옛날 돈이 급한 선배들은 경기가 잡히면 그 때부터 사우나에서 억지로살을 빼고 굶은 후 링에 올라갔기 때문에 펀치를 맞으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은 평소 잘 먹고 70~90일간 충분히 근육과 체력을 만든 후 경기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그는 "펀치의 충격이 아니라 전처에 당한 배신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한창 매 매맞아 번 돈을 다 뺏겼으니 억울해서 어떻게 삽니까. 15년이지났지만 그 분함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챔피언시절 "56평짜리 워커힐 아파트 판 돈 등 수억원을 빼돌렸다"며 아내와 장모를 고소하는 등 가정불화로 고통을 겪었던 그는 "당시 언론에 보도된 것 보다 훨씬 많은 13억원을 벌었지만 애들을 위해 고소를 취하하고 이혼할 때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 5,000만원과 나중에 7,000만원에 판충북 일죽의 땅 밖에 없었다"고.
지금은 재혼한 부인과 그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데리고 일산의 전세 아파트에 살며 선배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주변에 있던 사람의 90%는 저를 배신했어요. 모두 나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잘 나갈 때수천만원을 빌려간 사람도 갚을 돈이 없다며 외면하더군요." 초등학교를 나와 열두살부터 복싱만한 그가 은퇴 후 돈 벌이를 한 것은 자신을 키워 준 심영자회장의 프로모션에서 상무로 일하고 잠시 수입주방가구 회사에 몸담았던 게 전부.
그러나 그는 곧 대형 스포츠센터의 대표가 된다. 웰터급의 간판 스타였던황충재와 함께 운영할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지하의 "황&장 휘트니스 스포츠센터"가 7월에 개장한다.
장정구는 자신은 이름과 얼굴만 투자했으나 1,500평 규모에 사우나와 헬스클럽을 갖추고 복싱에어로빅을 지도할 이곳을 "제2의 링"으로 생각하고몸바치겠다고 다짐한다. 또 황충재와 함께 침체된 복싱의 인기를 높일 새로운 사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귀띔.
링 위를 마구 뛰어 다니며 변칙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경량급에서는 부족한 파워까지 지녀 팬들을 즐겁게 했던 그는 라이트급 타이틀 반납 후 다시 플라이급 왕좌에 도전, 두 번이나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불운을 당했지만 마지막까지 보인 초인적인 투혼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91년 5월 무앙차이(태국)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정말 죽을 힘을 다했어요. 지금 아내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때라 돈이 필요했습니다. 점수가뒤지고 있어서 반드시 KO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11회에 다운을 뺏고도마지막 12회에 마구 밀어 붙이다가 당했지요. 맞아서 못 일어난 게 아니라너무 지쳐서 못 일어났던 거예요."
그는 15방후 타이틀을 반납했던 것은 서초동 빌라에서 도둑을 맞은 후 걸린 불면증이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해졌고, 아내와의 불화까지 겹쳐 연습이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돈을 벌어도 다 뺏어 가니 운동할 의욕이 안났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꿈이자 유일한 취미는 가족과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음식을 먹고, 여행하는 것이라는 장정구는 지금은 돈을 떠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내와 두 딸에게 아무것도 못해주는 게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말한다. 그나마 2000년 말 멕시코에서 열린 "20세기 위대한 복서" 25명에 대한시상식에 아내와 두 딸을 멕시코에 데리고 가 아빠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 준 것으로 조금 보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