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일제 안중근에 사형을 선고 2008/07/02 08:00 김삼웅
이날 미조부치는 장문의 논고장을 낭독했다.
"안중근과 우덕순의 이번 범죄는 자기의 분수역량과 자국의 영고성쇠와 그 유래에 대한 정당한 지식의 결핍으로부터 생긴 오해와, 다른 사람, 더구나 이토 공의 인격과 일본의 국시선언 및 열국 교섭과 국제법규 자체에 대한 지식의 결핍으로부터 생긴 오해로부터, 어리석고 잘난 체하는 배일신문(排日新聞)과 논객의 말을 맹종한 결과, 한국의 은인인 이토 공을 원수로 생각하여 그의 과거의 시정에 대해 복수하려 한 것이 바로 그 동기이다. 피고, 특히 안중근과 우덕순은 지사인 또는 우국지사로 자임하지만, 그 뜻만 공연히 거대하지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스스로 영웅이라 자부하여 나폴레옹에 비교하기도 하고 혹은 이토 공과 동등한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사람들로부터 금품을 강탈하고 무전투식하는 등을 평범한 일상사로 생각하는 자들이다"라고 헐뜯었다. (주석 9)
미조부치의 논고는 지극히 유치하고 감정적이었다. 마치 안중근과 우덕순이 이토에 대한 오해와 영웅심에서 거사한 것처럼 왜곡ㆍ폄하하는 내용의 논고로 일관했다. 미조부치가 '철저하게' 조사한 안중근의 이토 처단 실상은 당일의 진상을 아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안중근이 사용한 총기는 정교한 브라우닝식 칠연발 권총으로, 총알 한 발이 남아 장전돼 있었다. 피고는 권총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노련한 자로, 빗나간 총알이 한 발도 없었다. 세 발이 이토 공에게 명중했는데, 피고가 필살을 기한 가공할 십자 모양이 새겨진 총알은 인체의 견부와 접촉하면서 납과 니켈 껍질의 분리를 촉성하는 효과를 가져와 상처를 크게 했으며, 폐를 관통한 두 발의 총알은 흉강(胸腔) 내에서 대출혈을 일으켜 십수 분 만에 절명케 했다.
어느 증인의 말에 의하면, 이토 공은 자기를 쏜 흉한이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고, '어리석은 놈'이라고 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토 공은 흉한의 국적 취조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서거하신 것이다. 이토 공을 저격한 그 외의 결과로 공과 피고의 사이에 있었던 가와카미 총영사가 다른 총알 한 발에 의해 좌상박(左上膊)에 부상을 당한 것은, 관계자의 증언과 감정에 의한 것으로 긴 말이 필요없다.
피고는 공작이라고 생각한 선두에 있던 사람에게 총구를 향하여 네 발을 발사한 후, 혹시 공작이 반대 방향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한 치의 착오도 없게 하려고 방향을 바꿔 세 발을 발사했다. 그래서 그 총알은 모리와 다나카 두 사람을 부상당하게 한 것이다. 그 부상은 감정과 같아 별로 열거할 필요가 없다. 남은 한 발은 플랫폼에 있었다는데, 십자 모양이 새겨진 부분에 옷감의 털이 끼어 있었다. 이는 러시아 관헌으로부터 송치돼 왔는데, 이 역시 증거물로 제출된 것이다. 이 탄환이 바로 나카무라와 무로다 두 사람의 바지를 관통한 탄환일 것이다.(주석 10)
미조부치는 논고장에서 안중근 의거에 대해 이들이 형제 처자와 친구들에게 면목이 없어서,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이토 암살을 기도했다고 폄하했다.
"만약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과대망상에 걸린 미친 사람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악담도 서슴지 않았다. 검사의 논고라기보다는 삼류 작가의 소설과 같았다.
미조부치는 또 한국에서는 '불량도배'들의 살인사건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있어서 유사 사건이 재발한다면서 스티븐스를 살해한 장인환이 유기 25년의 금고형을 받은 것과, 이재명이 이완용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 안중근이 본보기로 삼은 것이라면서 중형 선고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안중근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따라서 국법이 존재하는 이상 형의 응보적인 본질을 발휘하여 본건이 가장 흉악한 사건임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유동하에 대해서는 어린 나이로 안중근에게 유혹됐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니 가급적 감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본인의 구형은, 첫째 안중근에 대해서는 사형, 둘째 우덕순과 조도선에 대해서는 예비의 극형, 즉 징역 2년, 셋째 유동하는 본 형을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하고, 법률 종범(從犯)의 감형, 즉 형법 제62조와 제71조 그리고 제63조 제3항에 의해 형기 이분의 일을 감등하여 1년 6월 이상의 징역에 처해야 하지만, 정상작량(情狀酌量)의 여지가 있으므로 형법 제66조와 제67조에 의해 최단기인 징역 1년 6월에 처해주기 바라며, 또 범죄에 사용했거나 사용하려고 했던 권총에 대해서는 형법 제19조 제2항에 의거 처리하고, 이에 대해 각각 언도 있기 바란다.(주석 11)
주석
9 - 앞의 책
10 - 앞의 책, 293~294쪽.
11 - 앞의 책, 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