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도 해역이 다시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정지시킬 때부터 예견되어 왔던 것입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우리 NLL과 북 주장 경계선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에서는 위 아래로 겹치면서 중첩되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사이의 교전, 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은 모두 그 부분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NLL 아래가 모두 ‘우리 수역’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12해리 영해'가 연평도 수역에서는 NLL 아래까지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적으로 보면 북한의 주장을 무조건 배척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서해 해상은 남북의 화약고와 같은 곳입니다. 그리하여 그 동안 남북은 상호 충돌을 방지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보여 준 대표적 지도자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의 수역 NLL이 우리 영해선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서해 수역에 어떤 경계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남북 평화수역 그리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 것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방침을 계승하여 마침내 9.19 공동합의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서해를 비롯하여 남북 접경 지역 전체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자 넓은 영역에서 군사행동과 군사작전을 제거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한국 전쟁 이후 남북 긴장 완화에 있어서 획기적이고 소중한 성과였다고 하겠습니다. 9.19 군사합의의 지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북 강경 군부 세력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은 그 합의의 효력 정지를 지시하였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먼저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 미사일과 정찰위성을 개발하는데, 9.19 군사 합의로 인하여 대북 정찰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이 그 효력을 정지시킬 정도의 중대한 것이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9.19 군사합의에서 우리 측의 대북 정찰활동에 제약이 있다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제약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이유로 군사합의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대북 정찰 활동에서 우리는 미군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미국의 정찰과 정보활동은 세계 최고의 수준인데, 무엇이 열세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측의 효력 정지 선언에 맞서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아예 파기하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조치에 돌입하였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 일대에 부대를 재배치하였으며, DMZ에 GP 초소를 복구하였으며, 경의선 육로 통행 북측 구역에 지뢰를 다시 매설하였으며, 그리고 서해 상에서 군사훈련도 재개하였습니다.
북한군은 2024년 1월 5일 서해 연평도, 백령도 근처 바다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으며, 이에 연평도 등의 우리 해병대도 케이(K)-9 자주포 등을 바다로 쏴 맞대응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오후 한 때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상기됩니다. 당시에는 우리 군이 사격훈련을 먼저 실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NLL 이남에 대고 쏘았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자신들 12해리 영해 위쪽으로 사격이 이루어졌다고 항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였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훈련에 나셨습니다. 그런데 북한 포탄의 탄착점은 NLL 북쪽이라고 합니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 탄착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북한의 사격이 NLL 이남에 떨어진다거나, 아니면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이 북한 12해리 영해 안쪽으로 떨어진다고 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예측불허입니다. 북한은 2010년처럼 남측이 자신들 영해에 대한 공격을 가하였다는 이유로 공격에 나설 수도 있고, 우리 군도 NLL 이남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공격에 나설지 모르겠습니다...그렇게 되면 이는 곧 또 하나의 국지전이 될 것입니다.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북의 적대와 원한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9.19 군사합의는 유지되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