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댁 파마가 풀려도 목포집 홍어는 짱짱하네
하지만 이 취약점만 견뎌낼 수 있다면, 당신은 항아리에서 보름 동안 촉진제 없이 삭힌 홍어, 이른 봄에 난 보리싹·쑥으로 끓인 홍어탕, 그리고 기막히게 달고 시원한 물김치(너무 달아 싫다는 이도 있다)와 국수를 즐길 수 있다. 한창때는 손님들의 부부싸움까지 일으켰다던 목포댁의 미모는 무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붙임성, 그리고 도심 최저 수준의 착한 가격은 덤이다.
홍어에 대처하는 당신의 자세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역시 기본은 삼합(3만원). 백령도산 홍어와 돼지수육, 그리고 목포댁의 자택인 화곡동 화단에 묻은 3년 된 묵은지 세트다. 구하기도 힘들고 값도 엄청난 흑산도산 홍어는 아니지만, 절반 이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칠레산이나 절반의 절반 가격으로도 살 수 있는 아르헨티나산은 쓰지 않는다는 게 목포댁의 자부심이다.
-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홍어집에서도 일품요리로는 먹기 힘든 홍어탕(7000원)도 일품이다. 홍어애(내장)에 보리싹, 쑥, 미나리, 다진 파, 마늘 등을 더해 끓였는데, 눈물이 날 만큼 톡 쏘기보다 적당히 장을 자극하는, 나름대로 배려 깊은 버전이다.
국산 홍어가 비싸다 보니 한 접시에 담아내오는 양은 박한 편. 그래서 홍어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물김치와 국수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홍어로는 양이 차지 않을 테니 배라도 부르도록"이라는 게 목포댁의 인심. 그런데 이 김치말이 국수가 예술이다. 갈아넣은 양파와 대추로 단맛을 낸 물김치다. "칠레산과 아르헨티나산은 쓰지 않는다"는 첫 번째 자부심처럼, "인공조미료와 설탕은 넣지 않는다"는 게 목포댁의 두 번째 자부심. 돌돌 만 자그마한 국수사리 두 덩어리가 기본 서비스 분량이지만, 남기지 않는다는 서약만 지킨다면 끝없이 말아준다. 홍어 주문 없이 별도로 시키면 1인분 4000원.
목포집을 찾는 당신에게 또 하나 필요한 덕성이 있다. 잊지 마시라. 목포댁은 혼자 일한다는 것. 그리고 돼지수육과 국수도 주문을 받은 뒤 삶기 시작한다는 것. 따라서 이 집주인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참을 인(忍)자 세 개는 기본이다. 40년 된 헌책방인 영천시장 골목책방의 맞은편에 있다. 연중무휴. 단, 목포댁이 파마하는 일요일에는 쉰다. 물론 언제 파마를 할지는 목포댁의 마음. 주차 절대불가.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것. (02)363-5010.
맛 ★★★☆
분위기 ★
서비스 ★★★
만족도 ★★★☆
(별 다섯 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