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이구곡을 가다 ⑥ 월영담
월영담(月影潭)
이계 홍양호가 구곡을 선정한 우이동은 전체가 도선사로 오르는 '청담로'에 의해 크게 훼손되어 있다.
그나마 우이동계곡의 공식 등산로(소귀천계곡-대동문)는 할렐루야 기도원 내에서도 우이계곡을 따르며 영빈관(할레루야기도원에서 운영하는 식당)까지 이어졌는데, 영빈관부터는 할렐루야 사택과 개나리 산장에 의해 5곡 옥경대와 6곡 월영담 사이의 계곡엔 석축이 쌓이고 시멘트가 발라졌다. 청담로도 이 두 건물을 피해 계곡에서 멀리 떨어져 산허리를 돌게 한다. 선운각-고향산천-할레루야기도원으로 이어진 종교단체와 음식점인 '개나리 산장'이 왜 아직 국립공원안에 존재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늘어나는 차량으로 부터 등산객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청담로'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이 두건물만 없앤다면 계곡을 따라 즉, 우이동구곡을 찾아 걷는 멋진 등산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청담로’는 60년대 도선사의 주지로 있던 청담 스님(1901~1971)과 고 육영수 여사(1925~1974)의 인연으로 인해 닦였다고하는데 자료에 의하면 청담 사후에 착공 완공된 듯하다.
청담로를 닦기 전에 우이동 유원지 길을 먼저 포장한듯...
불교신문에는 청담로(버스종점에서 도선사까지)가 1975년 봄에 개통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비록 선운각-금수강산-할렐루야 기도원 건축으로 인해 계곡이 틀어지고 협소해졌지만, 월영담이 어디 쯤인지는 이계의 우이동구곡기의 ‘여러 봉우리들이 둘리어 있는 사이로 골짜기의 하늘이 탁 트이며 앞으로 수락산 도봉산 등 여러 산들이 하늘 높이 솟아 빼어남을 드러내니, 마치 그림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다(羣峰環擁。洞天褰敞。前望水落,道峰諸山。排空獻秀。如列畫障。)’는 구절에 인해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의 물흐름은 이계구곡기의 앞부분 '물은 오곡(옥경대)에서부터 꺾어져 북으로 가서...'를 충족해야 한다. 우이동구곡기에는 ‘조금 북쪽으로 가면..’으로 묘사되는데, 이때 '북(北)은 ‘우이동구곡은 말미에 '구곡은 재간정에서 끝나고 동쪽으로 흘러 너른 들을 적신다’고 기록한 것이 실제로는 東西였듯이 ‘조금 북으로 가면’은 ‘조금 북동으로 가면’으로 읽어야 한다.
우이계곡에서 도봉과 수락이 보이는 곳은 어디 일까?
버스종점에서 선운상회를 지나기 전까지는 고도가 낮아서, 그 이후에는 도선사를 오르며 청담로 우측의 능선(아래 지도상의 능선A) 때문에 우이계곡에서 도봉 수락이 보이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월영담은 물흐름 방향이 바뀌고 도봉과 수락이 보이는 곳이며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지금의 할렐루야기도원 영빈관 아래, 옛 선운각 별채 옆에 놓인 다리 아래다.
할렐루야 기도원 별채(영빈관 식당아래 옛 선운각 별채 옆 다리)
이계와 관암이 달 빛을 즐겼을 둥근 潭은 이젠 없다.
2014년 7월 영빈관 아래 선운각 다리 위에서 바라본 도봉
2013년 4월 같은 장소
이계와 관암의 월영담을 보자.
月影潭
牛耳洞九曲記, 홍양호(洪良浩) 1724~1802)
自此稍北。水伏流不見。至數里許。白石盤陀四布。明淨可鑑。中成圓泓。濶可半畝。羣峰環擁。洞天褰敞。前望水落,道峰諸山。排空獻秀。如列畫障。尤宜月下觀影。使人神淸。名曰月影潭。是爲第六曲。
(옥경대)여기서부터 조금 북쪽으로 가면 물이 잠복하여 흘러 보이지 않는다. 몇 리쯤 가면 흰 돌이 울퉁불퉁하며 사방으로 퍼져있고 맑고 깨끗한 물이 거울과 같다. 가운데는 둥그런 깊은 못을 이루고 있는데, 넓이가 반 이랑쯤 된다. 여러 봉우리들이 둘리어 있는 사이로 골짜기의 하늘이 탁 트이며 앞으로 수락산 도봉산 등 여러 산들이 하늘 높이 솟아 빼어남을 드러내니, 마치 그림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다. 달빛 아래서 그림자를 살피기에 아주 적당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맑아지게 한다. 이름 하여 월영담이라 하니 이곳이 제 6곡이다(고 김윤우 산서 19호(2008.12.)).
耳溪九曲記 (홍경모(洪敬謨) 1774년∼1851년)
水自五曲折而北。行出尾下。爲泜爲沚爲潬爲汧。或觸石闘狠。或抱岸縵回。至數弓而忽又奮激。瀉出于兩岸之間。盖至此山低地夷故也。左右盤石。一高一低。瑩錯晶磨。中成圓泓。濶可半畒。上無崩厓。下無堆沙。故水亦斂怒。曠然以澄。融然以和。不齧石而爲暴也。山容之澹冶。水石之明凈。爲九曲之最。而潭如月之圓。尤宜於月下觀影。是爲第六曲。名曰月影潭。
물은 오곡(옥경대)에서부터 꺾어져 북으로 가서 꼬리 부분에서 개울도 되고 섬도 되며, 바위와 사나움을 다투기도 하고, 벼랑을 안고서 늘어지듯 돌기도 한다. 몇 마장을 가자 갑자기 다시 날 뛰어 격렬하게 두 벼랑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데, 이는 대개 산이 여기에 이르면 나지막해지고 땅이 평평해지기 때문이다. 좌우의 반석은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은데 옥이나 수정을 갈아놓은 듯 깨끗하다. 가운데는 둥그스름한 소를 이루는데 넓이가 수십 보 정도 된다. 위에 무너진 벼랑이 없고 아래에 쌓인 모래가 없어 이 때문에 물이 또한 노기를 거두어 텅 빈 채 맑고 어우러져 조화롭게 되며, 바위를 물어뜯어 폭포가 되지도 않는다. 산의 모습이 담박하게 단장하고 물과 바위는 말고 깨끗하여 구곡 중에 최고이다. 소가 둥근 달처럼 생겨서 더욱 달빛 아래 그림자를 보기에 알맞다. 이곳이 제6곡으로 월영담이라 한다(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
月影潭
溪水自此折而北。伏流不見。轉數里。山低地夷。盤陀白石四布一洞。中成圓泓。石之大遜於玉鏡而潭倍之。水至此亦斂怒。波澄黛蓄。遆相親媚。山容殊閒雅淡冶。而洞天軒豁。水落道峰。排空競秀。似與遊者娛。潭似月影之圓。又宜於月下觀影。故名之月影潭。是爲第六曲。佳木異卉叢生於左右。垂陰相蔭。時取花片松鈴。擲以觀折旋奔舞。而坐臥石上。不覺至西林。使人形開神徹。目增而明。天增而朗。濁慮之縱橫數年。淘汰而不肎淨者。一朝皆逃遁去也。
관암은 우이구곡중 월영담기를 남길 만큼 월영담을 아낀듯하다. 협곡 사이 둥근 못에 달그림자가 비치니 왜 흥이 절로나지 않겠는가...
月影潭記(冠巖全書冊十五 記)
耳溪九曲。曲曲可遊。而萬景以下數曲。處山之深。幽嶮奧僻。在澗之上。數曲處洞之外。淺露荒散。惟月影潭一曲處於中。窈而奇曠而夷。爲九曲之㝡。故人之遊是溪者。舍是潭而不之他。余之廵筇。亦日再焉而不以爲疲也。潭盖溪之第六曲而小歸堂之外洞也。洞天褰敞。巖谷開朗。盤陀白石全一壑彌亘。左高右低。中拆溪道。水自萬景洞來。至溪頭而稍斂怒。微湍細流。從亂石間濺濺瀉下。少洄而沸。橫流於盤陀之間。瓊跳雪飛。滚墜于地。散而爲潭。如月之圓如鑑之開。演漾澄瀅。可盥可濯。穹巖峭壁左右騈羅。天光雲影上下徘徊。而背後三角蒼翠如可掇。山城粉堞橫繞雲際。高下屈折。乍隱乍現。南望水落諸峯。縹緲於杳靄之中。簇簇若管城子蛻甲而逬其尖。此皆㢠照於潭。以成潭之眼界者也。山容水意別是一種趣味。而崇邱急瀑。可列名山。奇峯恠石。堪入畵圖。有松數十株欝欝挺立。踈密皆有古意。翠甲赤鱗。滿地垂陰。雖不風自然有空籟。根老穿地以走。蜿若盤虬遊龍。新霜初染。萬葉通紅。得夕陽回射。輕臙淡脂。弄色爭姸。間之以黃花翠嵐。爛然爲五彩障。此皆環潭而立。以助潭之勝趣者也。乃與二三子。匡坐石上。飮酒樂甚。撚山菊煎糕。㪺溪水添杯。取楓枝松鈴擲以觀泅洑翔舞之節。低仰酒政。較柳州投籌尤奇韻。仍坐卧松陰泉聲之間。不覺至西林。少焉天氣澄霽。東峰吐月。隱映樹梢。乍近乍遠。及稍稍轉升。巖洞水石。無不恰受其彩。而於潭而尤玲瓏洞澈。底裡皆透。千形萬影。各隨其體。潭得月而景益奇。月得潭而光益彰。此潭之㝡奇者。而不于夜者不能知也。時夜將半。四顧無人。但聞溪聲琮琤如玉珮之儺。山鳥格格飛鳴。使人形開神澈。濁慮之幾年淘汰而不肎凈者。皆逃遁去也。於是諷誦王右丞明月松間照淸泉石上流之句。緩步㱕來。泠然有超物表之意。盖人之遊是溪者。知潭之占勝爲多。而若其得月爲㝡勝吾知之。月與潭知之。是乃潭之以月爲名而爲九由之㝡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