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차.141204.수. 온산산업단지/에스오일건설정문-방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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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차.141204.수. 온산산업단지/에스오일건설정문-방어진

23:50 동서울발 버스가 울산에 03:45에 도착한다. 대합실에서 한 시간 반을 빈둥빈둥 보내고 시내버스 정류

장으로 이동하여 05:50경 527번 버스를 탄다. 06:15에 에스오일건설정문에서 하차하여 바로 걷기를 시작한

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는 않지만 어두운 공장지대를 지나니 마음이 썰렁하다. 이른 새벽임에도 통행 차량

이 엄청나다. 어둠 속을 걷는 일이란 언제나 답답하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면서 밝아오기 시작하는데도 여전

히 공장지대를 헤매고 있다. 출근길에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통근버스로 출근하는 모양이다. 10:3

0경 약간의 눈발이 날리다가 곧 그친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오른쪽 대퇴부 쪽이 수시로 욱신거린다. 그리

고 졸리고 피곤하다. 10일간의 공백기간 동안의 술 때문에 그리고 심야버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

일 게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걷는 일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쉬었다 가면 더 아프고 괴롭다. 양쪽 발

뒤꿈치까지 수상하다. 다섯 시간 그리고 반이 지나서야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에서 바다가 보이고 배들이

보인다. 여기 저기에 고래고기 식당들이 보이지만 전혀 관심이 가지질 않는다. 잠시 바다 맛을 보고 나서 바

다는 숨어버린다. 이어 태화강을 만난다. 태화강변의 아름다운 갈대 숲 사이로 평일임에도 많은 자전거들이

달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몽땅 사라진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한가로이 ㅡ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당사자들은

살기 바쁘겠지만 ㅡ 물가에 떠 있는 물새들을 감상하며 곧게 뻗은 길을 걷는다. 오늘 잠자리를 방어진에 있는

‘해 뜨는 해수월드’로 정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이번 일주일 간의 여행 중에는 몽땅 찜질방에서 자기로 하고

배낭도 바꾸고 침구류인 텐트 침낭 매트리스를 모두 빼놓고 왔는데도 간식거리를 많이 챙겨서인지 무게가 그

리 가볍지 않다.  10Kg이나 된다. 공장 주변마다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에 놀란다. 다행이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 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바다가 보이고 부서지는 파도가 달빛을 받아 화려함을 보이고 파도소리

가 오케스트라 연주소리로 들리는 아주 낭만적인 찜질방이다. 그리고 조용하다. 당일 공장지대를 순찰한 대

가로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자게 된 것이다. 불과 12시간인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눈에 보였던 순간들은

대충 기억이 나지만 순간 순간의 감정들은 순식간에 몽땅 지워진다. 내일부터라도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고

메모를 해야겠다. 발걸음의 진도가 늦어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