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冥王星, Pluto)
-제천시장 이근규
며칠 전, 한수면 월악산양파축제 전야제 행사로 '찾아가는 금요힐링콘서트'를 송계계곡 오토캠핑장에서 가졌다.
긴 가뭄의 단비가 내린 끝이라 더욱 맑은 밤공기가 유난히 상쾌한 한 여름 밤이었다.
1000명이 채 안되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한수면 이야기에 젖어 올려다 본 밤하늘에서는 참깨를 쏟아낸 듯 엄청난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투명하게 맑은 산골마을 아니면 볼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 지구를 출발한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14일 저녁에 태양계의 맨끝 명왕성에 다다른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명왕성과 1만2500km까지 근접하게 되는데, 서울~뉴욕거리(1만1080km)에 불과하니 광할한 우주에서야 코앞의 일이 아닌가.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인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지 85주년이 되는 올해 마침내 우리들의 눈앞에서 그 신비로운 베일을 벗게 된 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가 시속 5만km의 속도로 명왕성을 스쳐지나가면서 보내오는 사진자료들에는 장엄한 우주의 대서사시가 있다.
나사(NASA)에서 탐사선에 보내진 명령은 빛의 속도로 날아가 9시간이 지나서야 답신이 오게된다.
명왕성(冥王星)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저승신 'Pluto'의 이름을 딴 것으로, 카론(Charon), 닉스(Nix), 히드라(Hidra) 등 대표적인 3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
플루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하세계의 왕을 일컫는 하데스(Hades)의 다른 이름으로 티탄족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제다.
크로노스가 죽은 뒤 제비뽑기를 통해 플루토가 지하세계왕국을 맡게 되어 지옥의 신들과 죽은 자들을 다스렸다. 명왕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이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다가 2006년 행성에서 퇴출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되면서 '134340'라는 번호를 가게 됐다. 1978년 미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크리스티와 로버트 해링턴이 발견한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은, 지옥의 강에서 배로 영혼을 건네주어 플루토에게 심판받게 하는 신화 속 뱃사공의 이름이다.
2005년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앨런 스턴 등 연구진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처음으로 발견한 히드라와 닉스는 뉴호라이즌스의 머리글자 N과 H를 따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어둠의 여신 닉스와 지하세계를 지킨다는 아홉 개 머리가 달린 뱀 히드라로 이름 지어졌다.
한편 '새로운 지평선'이라는 뜻의 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1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초속 16.26km로 발사된 무인 우주 탐사선으로,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물체이다.
명왕성을 지난 탐사선은 카이퍼 벨트에 들어가 계속해서 태양계의 맨끝,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게 된다.
태양계 맨 끝을 벗어날 즈음, 탐사선의 초고성능 카메라는 눈을 돌려 우주 저 머나 먼 곳에서 자신이 떠나온 지구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주 짧은 그 순간, 지구에서의 우리네 인생 백년살이가 어떻게 보여 질 것인가.
혹시 생명체의 존재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여겨지지나 않을지...
이렇듯 신화 속에서 만나던 명왕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온통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빛나던 월악산 계곡이 꿈결 같다. 별은 꿈이다. 신비를 향하는 무한한 도전이요, 가슴 벅차오르는 이상이다.
가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이요, 마음이 시린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