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 벗과 함께
약간의 아슬아슬함은 기분 좋은 정신적 긴장을 가져다줍니다.
설산 위에서의 캠핑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 봅니다.
밤 늦게 도착한 캠핑장은 길을 쉽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올라가다가 뒤로 미끄러지기를 여러 번,
끝내 돌고래님이 체인과 견인바를 장착하고 나서야 집 지을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대낮이라면 속력을 내서 치고 올라갔겠지만
밤이라 그럴 수도 없고 해서 널찍한 캠핑장을 목전에 두고 그 아랫동네에 둥지를 틀기로 했습니다.
이제 고즈넉한 산동네에서 이틀을 묵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천성이 게으른 저와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돌고래님이 어찌 같이 캠핑을 할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저도 그런데.....^^
오랜 벗이 있어 좋았습니다.
나란히 화목난로를 설치하고 나서 두 굴뚝에서 아지랑이가 오르는 하늘을 쳐다보는 맛을
이 두 집은 정말 즐기고 싶어하니까요.....
몇 년 동안을 캠핑장에서 자란 아이들의 친밀도는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는 아이들보다 분명 높을 겁니다.
누군가 고안한 놀이(대개 캠핑장 밖에서는 쳐주지도 않는 망치로 얼음깨기 같은 것)에 참여하여,
세상 이것밖에 없다는 듯이 노는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자면,
이 아이들은 분명 야생의 생활에서만큼은 다른 아이들을 압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을 즐길 줄 알고, 그 속에서 생활할 줄 아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물 소리는 마음 속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디 물소리 뿐이겠습니까.
인위적으로 잘 닦여진 캠핑장보다 자연 그대로가 한껏 살아있는 캠핑장의 매력은,
인간이 진정으로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는 것일 테죠.
그래서 차 바퀴 미끄러져 가며 이번 주에는 국망봉에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2. 사진 이야기
길이 미끄럽고, 밤길이라 맨꼭대기 야영장에 텐트를 못치고,
바로 아래, 산막 주차장에 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팩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꽁꽁 언 바닥, 쨍 소리라도 들릴 듯한 차가운 날씨.
많은 캠퍼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겨울입니다.
지훈이는 일어나자 마자 천연 눈썰매장에서 썰매를 타네요.
돌고래님 말마따나 애들 눈썰매 탄 것 만으로도 본전 다 뽑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 국망봉도 겨울에는 물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군데 군데 얼지 않은 곳에서 물을 떠서 물 문제를 해결했죠.
3월까지는 눈도 녹지 않아 개방을 안한다고 하네요.
왜 저는 이런 문제로 개방을 하지 않으면 꼭 가고 싶어지는지 모르겠어요.
걱정하시는 부장님께 "예, 저희가 알아서 물 문제, 화장실 문제 해결할 거구요."
"아, 글쎄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이 말 할 때의 좋은 기분 아시는 분은 아시죠? ^^
나무 하러 가는 길, 오토캠핑 장소에 들렀습니다.
넓다란 곳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바닥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야단들입니다.
눈은 개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예전에 텐트 쳤던 자리 옆으로 짐승 발자국이 보입니다.
발의 크기로 봐서는 토끼가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눈 쌓인 산에서 토끼 잡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나는데,
토끼 잡자고 하면 한 소리 들을까봐 꾹 참고 나무 하러 갑니다....
화목을 구하다 보면 아이들 조막손도 귀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잔가지라도 주워 모아오면 불 피울 때 한결 수월하거든요.
저와 돌고래님이 산에서 헤매는 동안 어디까지 갔다 왔는지 아이들이 지지배배 떠들며 내려옵니다.
나무 구하는 데 안지기도 예외일 수는 없죠.
이 모습을 보니 상이라도 주고 싶어지는데요.....^^
누구일까요?
허리띠를 풀러 어깨에 나무를 들쳐메고 내려가는 저 이는....
참, 아름다운 모습이죠? ㅎㅎ
앞에 사진 속 주인공의 부군이시군요....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저지만 이 부부의 부지러한 행보에는 사실 손발 다 들었습니다....
나무 모아두기 1차 지점에 모여.... 간만의 수다를 떨어봅니다.
여기서 나무 잘라서 싣고 가려고 했는데, 지선생님(관리부장)이 어느새 4륜 트럭을 몰고 나타나셔서 말하십니다.
"자, 뒤에 막 실어요."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분의 인생살이 얘기가 또 듣고 싶어지네요.
(파전 부쳐먹으며 들은 젊은 시절 무전여행기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일까지 땔 장작 다 해놨으니 이제 맘 편하게 쉬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주의사항.... 난로 안에 빈틈 없을 정도로 가득 나무를 넣었더니
웅웅 소리를 내며 난로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습니다.
불구멍 서둘러 닫으며 생각합니다, 과하지 말아야지, 과하지 말아야지.....^^
아이들 계곡 내려가는 거 도와달라고 소리쳐서 갔다가 세 번이 미끄러졌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까르르 숨이 넘어가는데,
얼마나 아프고 창피한지..... 꼭 이렇게 나이 먹어가는 티를 내야하나.....^^
저는 이 비싼 카메라 들고 여기까지 안 내려옵니다.
저 파인더 속에 아이들을 담고 싶어서 내려오는 돌고래님이 위태위태 합니다.
웃고 떠들고, 한잔씩 홀짝거리다 보니 또 밤이 깊었습니다.
9시 반쯤 되니 눈이 감기네요...... 오랫만에 이른 취침입니다.
땡벌님이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그 소리도 못 듣고 참 오랫동안 잤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아이들 얼음 썰매를 태워주자고 약속했기에 서둘러 짐을 쌀 생각입니다.
눈밭 위의 텐트를 다시 한번 담아보고 이제 아침밥 얼릉 서둘러 먹어야겠습니다.
그러나 동장군 축제는 2년 전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입니다.
그때는 한적하게 놀다왔는데 몇 킬로 남은 지점부터 차가 꽉 막혀 있습니다.
대략난감.... 그런데 우연히 차를 뺀 곳에 구세주가 있었습니다.
낚시터를 막아 송어낚시 체험을 하는 곳 옆에 빙판이 있네요.
아이들은 급실망의 표정이지만 어른들은 속으로, "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니까" 하는 표정입니다.
축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허접한 빙판에 철근 팩으로 썰매를 밀면서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시범조교 담이네....
물론 아시죠, 강습생 담이는 들은 척 만 척인 거.....
왜 말 잘 듣고 집중하는 제자를 선호하는지 스승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아해들은 그저 신날 뿐이죠.
빙판에서 썰매 끌어주며 뛰느라고 다리 후들거리는 거 녀석들이 알아나 줄라나.....^^
돌아오는 길 그 유명하다는 조랭이 떡국집에 들렀습니다.
다른 메뉴도 많은데 먹어본 이 떡국도 일품이더군요.
포천 등지에서 캠핑하시다가 한 번 들러보세요.... 특히 밤풍경이 더 좋다더군요.
떡국 먹고 배 두드리며 나오면서,
이번 캠핑 정말 잘 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둘째날은 10시간 가까이 잤나 봅니다.
온 몸의 피로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느낌.... 가끔씩 잠 실컷 자는 캠핑도 좀 해봐야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캠핑 때 올라와 아직 아산 집으로 못 내려간 담이네 드림.
첫댓글 하하...오래 계시네요....1월9일인가....아상 스파비스 갔었는데 서울 계신다고 하셔서 전화 안드렸어요 ㅎㅎㅎ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산 스파비스가 국내 스파 중 수질 가장 안좋답니다. 그래서 저는 처가가 아산 인근이지만 그곳에는 잘 안갑니다. ㅜ.ㅜ
흐 아까비... 아산 스파비스 지역 주민은 할인 되는데, 4명까지... 설 쇠고는 내려가야죠... 집 어떻게 생겼었나 까먹었습니다...ㅎㅎ
ㅎㅎㅎ 우리네들은 나무 너무 쉽게 구해 휴식에 휴식을 더하다 왔는데 국망봉 올 겨울 가기 전에 오랜만에 또 가봐야 겠습니다.
하여간 엔진톱 가진 캠퍼와 동행해야 편하다니까요... 꼬지님 언제 함 뭉칩시다....ㅎㅎ
어디루 가셨나 했더니.. 조용히(?) 좋은 곳에 또 다녀오셨구만요... 아산엔 언제 가시나요? ㅎㅎ~ 담번엔 국망봉 같이!
설 쇠면 바로 내려가야지... 아산 옮긴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집이 보고 싶구만 그래....ㅎㅎ
화목만 보면 자꾸 땡기니 큰 일입니다...국망봉 겨울 목록에 추가...^^
땡기는 게 왜 큰일입니까, 화목 필요할 때마다 소장님 콜 하면 될 텐데요....ㅎㅎ
그러긴 미안해서 혼마 하나 사서 김소장을 줄려고 합니다...한 켠에 셋방 주라고 하니 답이 없네요ㅎㅎㅎ
김소장님 같은 분이 화목난로 때는 거 걱정 없는 1호 아닙니까... 저 같으면 고민도 안합니다...^^
여전히 좋은 느낌.. 좋은 후기...
멤버들 후기가 일취월장입니다... 아무래도 후기 결&겸 전담이 될듯....ㅎㅎ
국망봉에 계셨군요^^....저두 겨울캠핑가야할곳에 목록 올리겠습니다..수도가 않되도 전기가 않되도 자연속이라면...ㅎㅎㅎ
필히 체인 챙겨 가시길... 왜 헛바퀴가 도나 봤더니 눈 쌓인 아래가 다 얼음이더군요... 겨울 준비물... 스노체인... ㅎㅎ
아직 아산에 안내려가셨네요 아산집 보일러 얼지않았을까요.ㅎㅎㅎ
얼었으면 녹을 때까지 내려가지 말아야 하나 고민이네요...ㅎㅎ 날 풀리기 전에 배낭 챙겨주삼...ㅎㅎ
이번주가 마지막이구만.....가기전에 얼굴 함 봐야쥐...!
그래야지... 몸은 그런데 좀 나아진겨 어떤겨....?
후기사진 보단 정성들여 써내려간 글이 너무 좋네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음... 역시 사진은 별루란 말씀이시군요... 좀더 정진해봐야겠습니다... ㅎㅎ
눈이 많이 왔다하면.. 4륜아닌차는 국망봉가지마세요. 4륜이라도 체인이 있는게 좋을 듯 합니다. 담이네님... 아까 쌍용가서 차 수리했어요.. 흑흑.. 재생으로다가~~~ 그래도 거금이 깨졌습니다.. 못살어..진짜.
헉~ 결국.....!! 내 차는 그 날 이후로는 4륜 잘되네, 거 참....^^
꼭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약간은 부족한 것이 캠핑을 제맛인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넘치지 않고 부족한듯 살고 싶은데 맘처럼 잘 안되더군요...^^
전 담이네님 하면 한 번도 직접 뵌 적이 없지만..후기를 보기 전부터 나무 하시는 장면이 연상이 되고..생나무 특유의 그 냄새가 나고..가지 치기 따윈 하지 않고 자라는 나무 그대로를 바라보듯 그렇게 사는 삶이 떠오르고........진정한 나뭇꾼이십니다그려.......
나무 하기 싫어서 꾀도 많이 부리고 합니다.... 전만큼 나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두어 시간만 산속 헤매면 한 가족 따뜻하게 지내고 올 수 있으니 남부러울 게 없죠... 범탱님 후기 읽는 맛도 있었는데... 자주 올려주세요... 제자들과의 사연이면 더 좋구요....^^
베어스타운 근처에 김치말이국수 잘 하는곳이 있는데... 독수공방의 즐거움...삼삼합니다^^
김치말이 국수는 담맘이 별로 안좋아해서 패쓰~~입니다. 독수공방의 즐거움 오늘 같이 나눠보실까요? ㅎㅎ
필!이 팍오는 후기 잘보고갑니다. 그래도 항상 안전이 최고입니다.늘즐캠하세요
네, 안전이 최고죠... 조용한 곳 찾아가는 취미는 있지만 심한 모험은 별로 안 즐깁니다...^^ 세월님도 늘 즐캠하세요...
늘 좋은곳 다니시네요. 저는 요즘 영 꼼짝 못하고 있네요. 부렵삼~~~
회사 일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 가는 게 제 맛이죠...^^
온가족 데리고 가볼라고 화장실까졍 준비해 놨는디 하필 가는날이 장날이군요...ㅎㅎ 하루 종일 눈위에서 즐기셨네요.^^ 설연휴 잘 보내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스키는 원 없이 타셨어요? 나중에 기회될 때 같이 가시죠... 설 연휴 지나서 나우네 국수 먹으러 갑시다, 연락할게요....^^
와~ 마지막시진 그림 너무 좋습니다.... 후기 잘보고가요 담이네님////
저도 마지막 사진 같은 장작 아주 좋아라 합니다.... 저 정도 장작이면 일주일도 나가서 잘 수 있겠는데요....^^
언제든 달려가면 두팔 벌려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큰 행운이라는 생각입니다....그래서 때마다 행운을 주는 두분에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한아름입니다..^^
올해도 잘 놀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