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날입니다. 설은 겨울을 견디며 가슴에 봄을 심는 희망의 아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의 난독증에 휘둘리며 먼 옛날 설레임의 메카였던 설날의 풍습들을 잊고 사는 건 오히려 미덕이 된 듯도 합니다. 동네 방앗간의 가래떡 기계는 고향 마을로 마실 오지 않을 것이고, 시루마다 이불을 켜켜이 덮고 기다리던 아이들의 풍경도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시대의 설은 돌아오지 못함의 또 다른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중에도 우리는 푸근한 서정으로 서로를 보듬고 소통하며 설날을 기다립니다. 골프타임즈에서 연재를 시작한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을 통해 자신 몫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즐거운 배회 나누시고 행복한 설날 되시길 바랍니다.
소한
저녁이 열리자 가마솥 하나가 어머니의 훈계를 들으며 바빠지기 시작한다 사랑채에선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가 쿵쿵 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맛의 안쪽을 상상한 군침 한 모금을 삼켰다 세상의 모든 호기심은 함부로 숯이 되어선 안 되는 일 소한을 만나 어머니가 푸른 연기 속에서 엿을 고고 있다 며칠 게으름에 빠진 방학숙제는 어떻게 줄여야 할까 한낮에 구멍 낸 스폰지 잠바의 비밀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아무리 줄이려 해도 줄여지지 않던 걱정 너머에서 어머니의 훈계는 점점 더 분주해지고 앙금이 되지 않고는 더 이상 단맛이 되지 못하던 한겨울 풍경 그 시절 겨울의 한복판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거대한 가마솥과 만난다 고민의 반대쪽 치아 하나가 다 넘어갈 쯤이면 증조할아버지의 제사가 지나치는 그 알 수 없는 풍습과 뒤란 댓잎들이 흰눈에게 푸른 상처를 그어주던 한낮의 풍경 사이에서 어머니가 겨울의 끝 더는 숯이 되어선 안 될 단맛의 안쪽을 뒤적이는 것이다 할아버지 헛기침은 한겨울 고요와 떨어지지 않았고 엿은 한겨울을 위로하는 아교였다.
시인 김영미는 2003년 문예사조 시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경기 광주지회 9대 지부 회장을 역임, 시와수상문학 감사로 문학 저변을 위해 적극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버린다’ 착각의시학 제1회 시끌리오 문학상,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순암 문학상을 받았다.
첫댓글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이제서야 인사드려서 민망합니다.~^^
아닙니다...
바쁘신 건 참 좋은 일입니다.
항상 응원의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쭈욱~ 건강한 걸음 걸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