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0년대 세계 오페라의‘황금 콤비’를 이뤘던 주세페 디 스테파노(왼쪽)와 마리아 칼라스.
천상(天上)의 화음을 천상에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Callas)와 가장
어울렸던 단짝 성악가인 명(名)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가 지난 3일
이탈리아
밀라노 북부의 자택에서 86세로 별세했다. 디 스테파노는 2004년 12월 케냐에서 절도범의 흉기에 머리를
맞은 뒤 투병을 거듭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디 스테파노는 194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으로
데뷔한 뒤 1965년까지 이 극장에서만 112차례 노래한 최정상의 가수였다.
그는 1953년부터 1957년까지 칼라스와 '세계 최고의 황금 콤비'로 호흡을 맞춰 빼어난 오페라 음반을 남겼다.
디 스테파노가 카바라도시 역을, 칼라스가 토스카를 각각 맡았던 오페라 '토스카'(EMI) 음반 등은 지금도 젊은
남녀 성악가들에게 교과서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칼라스의 목소리가 '쇳소리'로 불릴 정도로 억셌다면,
디 스테파노는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로 맑은 영혼을 노래하는 듯해 오히려 어울렸다"고 했다.
사실 디 스테파노는 평소 칼라스와 자주 언쟁을 벌였고, "저 여자와 다시는 공연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가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하기 위해 칼라스를 떠난 뒤, 크게 상처받은 칼라스를
따뜻하게 위로해 준 사람도 디 스테파노였다.
디 스테파노와 칼라스는 1974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내한 공연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