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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이조년 梨花(이화)에 月白(월백)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 제,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냐마, 多情(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드러하노라. ☞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어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그것이 병인양,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 이해와 감상 1 고려 후기 이조년의 이 시조는 ‘다정가(多情歌)’라고도 불리는데, 고려 시조 가운데에서도 표현 기법이나 정서적인 문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밝은 달 아래 배꽃이 새하얗게 피었고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소리 들리는 봄밤이다. 달밤에 나뭇가지에 서린 봄내음과 같은 작가의 마음을 자연 현상과 연결시켜 절묘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춘심(春心)은 곧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충절의 마음이기도 하다.
■ 이해와 감상 2 봄날의 한밤중을 배경으로 하여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눈물을 머금은 듯한 배꽃, 어디선가 피를 토하듯 두견의 울음소리가 더욱 애상적인 정서를 안겨 주는데, 어이 다정 다감한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잠을 이룰 수 있으랴. 한 가닥 지향할 수 없는 애상적인 봄밤의 정서는 '梨花 月白 銀漢' 등의 백색(白色) 언어와 자규에 연결되어 작자의 충정이 청빈 고독함을 나타내 주면서 모든 시상이 '春心'에 집중되고 있다. 제재로 등장하는 '梨花'는 청초(淸楚) 결백(潔白) 냉담(冷淡) 애상(哀傷)의 속성을 지니면서 '子規'가 지니는 처절(悽絶) 애원(哀願) 고독(孤獨)의 속성과 잘 어울리면서 더욱 애상적인 정한을 나타내 주고 있다. '다정가(多情歌)'라고도 부르는 이 노래는, 그 표현 기법이나 정서면에서 그려 시조 가운데 문학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겠다. ■시간적 배경과 이미지
시간적 배경을 짐작케 하는 시어는 ‘이화, 월백, 삼경’이다. 이러한 시어를 종합할 때,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달이 밝은 봄날 한밤중’이다. 그리고 백색의 이미지를 지니는 시각적 심상 ‘이화, 월백, 은한’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백색 이미지가 처절하고 고독한 이미지를 지니는 청각적 심상 ‘자규’등의 시어와 어울리고 있으며, 이러한 모든 이미지와 정서는 모두 중장의 ‘춘심(春心)’으로 집약된다 할 수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평시조, 단시조 ▮성격 : 다정가(多情歌) ▮표현 : 의인법, 상징법 ▮주제 : 봄날 밤에 느끼는 애상적인 정감 ▮작가 : 이조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