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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로게이머는 누구일까.' 프로게임리그가 시작된 지 4년이 넘었다. 국내 최초의 프로게이머 신주영, '쌈장' 이기석,
'히드라' 국기봉 등 한때를 풍미한 고수들을 떠올리는 게이머는 이미 '올드팬'이다. 현재의 프로게임리그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테란의 황제' 임요환(23·오리온)으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프로게임리그는 불과 2개에서 6개로 불어났다. 인기선수들을 꼽자면
10명을 넘어선다. 절대강자가 없는 것이 바로 프로게이머들의 특징. 3개월 간격으로 2개씩 벌어지는 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선수는
정말 찾기 힘들다. '천재테란' 이윤열(20·KTF)만이 딱 한차례 올해 초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BC게임 스타리그를 모두 석권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누가 최고인지' 팬들간의 공방도 치열하다. #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현재 성적만을 가지고 말하자면 올해 초 온게임넷과 MBC게임 2개 리그에서 모두 우승한 이윤열이 단연 선두다.
이윤열은 지금까지 2,650만원을 따내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를 잇는 선수는 '폭풍저그' 홍진호(22·KTF). 2,5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하며 이윤열을 바짝 뒤쫓고 있다. 우승 없이 준우승만 수차례 기록하며 얻어낸 상금이어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얼핏 보면
홍진호와 이윤열이 선두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시즌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자인 '퍼펙트테란'
서지훈(20·슈마지오)이 2,100만원으로 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1,300만원을 획득한 조용호(20·소울)와 1,000만원으로 공동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임요환과 강민(22·슈마지오)도 포기할 수 없는 상금왕 후보다. 가장 큰 변수는 총상금
1억2,000만원이 걸린 KT·KTF '프리미어리그'다. 이 대회는 우승상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경기마다 승리수당(30만원)과
연승수당(100만원)이 지급된다.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한 20명의 선수들은 선수당 총 11경기를 펼치는데, 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할 경우
5,000만원의 상금을 한꺼번에 차지할 수 있다. 현재 3주차까지 진행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홍진호·이윤열·서지훈이 3연승을 올리며 각각
290만원을 차지했다. 결국 이 '프리미어리그'의 우승자가 2003년 '연봉킹'에 오를 전망이다. #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연예인에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프로게이머들은 종종 팬클럽
회원숫자로도 비교된다. 황제 '임요환'의 다음 팬카페에는 무려 33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웬만한 탤런트나 영화배우도 꿈꾸지
못하는 회원 숫자다. 뒤를 잇고 있는 게이머는 홍진호. 다음카페 회원수가 11만명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이어 이윤열·박정석 등도
3만∼5만명의 회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1∼4위까지가 바로 프로게임리그의 최고 스타인 이른바 '4대천왕'. 최근에는
지방팬까지 등장해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달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전'이 부산 경성대에서 개최됐다. 부산 출신 게이머인 '박정석'은 경성대
8강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여명의 게이머가 박정석을 연호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낸 것. 당시 8강전에서 박정석의
상대로 나섰던 서지훈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기가 눌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5분여 만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그래도 공식집계가 중요〓한국프로게임협회(KPGA)가 집계하는 10월 프로게이머 공식 순위에
따르면 이윤열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홍진호. 항상 2위 자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지 상금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KPGA 공식순위의 특징은 순위발표 시점부터 1년 전까지만 성적을 집계한다는 것. 3위 임요환, 4위
조용호, 5위 박정석 순으로 등수가 매겨졌지만 11월부터는 순위가 크게 변동할 전망이다. 지난해 가을시즌에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MBC게임
스타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박정석이 가을시즌 이후 올해 중순까지 심각한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임요환 역시 온게임넷 프로리그를 제외하고는 우승이
없어 11월부터는 5위권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올해 말 5위권 진입이 확실시되는 선수는 강민과 서지훈. 모두 슈마지오 소속
선수들이다. 지난시즌 두 선수는 각각 MBC게임 스타리그와 온게임넷 스타리그 정상을 나눠 가졌고, 강민은 현재 진행 중인 마이큐브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에 올랐다. 한편 코믹한 행동과 말로 인기를 끌고 있는 KOR의 전태규(20)도 올해 말에는 5위권에 근접할 전망.
올시즌 큰 대회에는 모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별취재팀〓황재훈·이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