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僞造) 화폐(동전과 지폐)는 진짜 화폐와 비슷하게 만든 가짜 화폐이다.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조화폐를 만드는 행위와 유통은 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용질서를 파괴하여 나라를 망치게 하는 것임으로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고 중범죄로 다스리게 되어 있다.
이 가짜 돈을 만드는 것 자체는 화폐가 나온 역사와 같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나온 위조 금화(金貨)가 남아 있는데, 구리에 금을 도금해서 위조동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위조지폐는 역시 세계 최초로 종이로 돈을 만들어 사용했던 나라답게 중국 송(宋)나라에서 나왔고, 원(元)나라 말기에는 반원파(反元派)들이 일부러 많이 만들어 경제를 혼란시키는 수법으로 썼다고도 한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도 조지 워싱턴의 호위병이였던 토마스 힉키(Thomas Hickey)라는 자가 뉴욕 시내에 위조지폐를 뿌리고 다녔다고 했고, 우리의 조선시대 말기에도 흥선대원군이 당백전을 발행하자 곧 이의 위조화폐가 만들어졌으며, 당연히 잡히는 대로 사형에 처해졌다고 했다.
위조화폐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나치 독일이 세운 베른하르트 작전, 즉 영국의 파운드화를 위조하는 작전이었다. 작전의 이름은 해당 작전의 책임자인 친위대의 베른하르트 크루거 중령의 이름에서 따 왔다는데, 이것은 1980년대까지 영국을 괴롭혔고, 이 독일산 위조 파운드 덕분에 1960년대 결국 12진법 파운드를 10진법 파운드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이 작전이 일으킨 영국 화폐 체제의 후폭풍은 1990년대 동서독 통일 이후에야 차츰 안정됐다고 한다.
따라서 위조화폐의 제작 기술도 날로 발전을 거듭해 왔음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지폐교환기도 인식 못 하는 위조지폐가 나왔다는 뉴스도 보인다.
반면에 이러한 가짜 지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한때 우리나라 외환은행 광고에도 나왔던 서OO이란 분은 세계에서도 첫 손꼽는 위폐 감별가로 유명했다. 덕분에 서OO 씨는 FBI와 CIA에서 수 차례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 심지어는 미국 연방은행이 위폐로 감정한 지폐가 사실은 진폐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중학교 중퇴인 학력과 카투사 경리경력이 전부인 그에게 당시 대학 졸업장을 가진 이들과 명문 상고 출신이나 들어갈 수 있던 은행은 가당치 않은 문(門)이었지만,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그는 우여곡절 끝에 학력의 벽을 뚫고 1969년 한국외환은행에 임시직으로 입사하였다. 그는 대부분의 직원이 귀찮게 여기는 동전이나 헌 잔돈 지폐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정리하는 동안에 진폐(眞幣)와 위폐(僞幣)를 손 감각으로 느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1년에 발생한 '미화 200만 불(弗) 사건'에 의해서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 FRB(미연방준비은행)에서 수입한 200만 불이 모조리 위폐임을 밝혀내면서 매스컴에 크게 주목받았다. 이것은 공항에서 범인들이 바꿔치기 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그는 우리나라의 외화감식 수준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물론 청백봉사상을 수상했고, 미국 FBI 및 USSS(미 국토방위청 산하 비밀수사국) 위조지폐 정보교환 요원으로 위촉되어 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하였다. 그는 반생의 경험을 살려 [위조지폐 가려내는 법]이라는 책을 후배들을 위해 펴내기도 했다.(자료 인터넷에서 인용)
이런 거창하고 위험한 일을 내가 직접 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경위는 이렇다.
대서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1978년 일본 국적선 히로시마마루(宏島丸) 선장으로 1년 이상을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유럽 등지를 누비고 마지막 항차로 냉동화물을 만재(滿載)하고 일본으로 회항(回航)하기 위해 대서양의 스페인령 라스팔마스항에 머물고 있을 때었다. 아프리카 라고스항에서 양하를 마치고 공선(空船)으로 라스팔마스항까지 오는데 도착 3일 전부터 저기압을 만나 죽을 고생을 했다.
[밤새 치고 두들기고 흔들어 댄다. 시골 자갈밭 길 위로 쇠바퀴의 소구루마 탄 듯이 배를 딛고 선 몸 전체까지 털어준다. 그렇게 큰바람은 아닌데 워낙 공선(公船)이다. Ballast 항해가 그래서 어렵다는 것이다. “바람님! 좀 주무시지요, 예”. 어구야-.]
[현지시간 13:00시 Las 외항에 닻을 내렸다. 역시 천신만고 끝이라고 하겠다. 상냥한 Pilot Officer 아가씨가 선내 시간보다 2시간 앞서간다고 알려준다.] 일기의 구절들이다
닻을 내리기 20분 전까지만 해도 골탕을 먹었었는데 외항에 도착하자 현지 시간을 알려주는 항만국의 보드라운 아가씨 목소리만 들어도 언제 그랬나 싶게 눈 녹듯 녹는다. 모두를 퀭한 눈들이지만 휘황찬란한 시가지 쪽을 향한 체 오래 머문다.
이렇게 해서 5월 21일부터 시작된 적하(積荷) 일정이 6월 22일 출항할 때까지 한 달 동안은 해야 할 일도, 해결한 일도 많았다. 이제 이 항구를 떠나면 바로 일본으로 직항, 도착하면 만기교대하여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기에 너나없이 모두 마음이 벌써부터 들떠 있었기에 더더욱 바쁜 시간들이었다.
관광휴양지 라스팔마스의 해변
6월 7일,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현지 머물던 강(姜) 선장과 산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자정 가까운 시간에 귀선(歸船)하자 2등기관사가 위조달러를 사용했다고 경찰에 고발당해, 한국 영사관에서도 연락이 갔는데 영사(領事)가 육(陸) 선장에게 한 번 가봐달라고 연락을 받은 듯 본선을 방문하고 갔다는 것이었다.
* 강(姜), 육(陸) 선장 : 수대출신의 어선 선장으로 라스팔마스에서 귀국하지 않고 개인사업을 위해 머물고 있던 분들로 육 선장은 본선의 용선자인 칸팩스(Canpex)사의 직원으로 개인적으로 친밀했던 사이였음.
위조달러라니! 충격적이다. 그 동안 본선에서 선원들이 용선자의 요청으로 계약하고 했던 작업비를 이번에 모두 정산(精算)하여 받아 나누어 주었는데 적지않은 액수들이었다. 한 주일 전에 그 돈으로 2등기관사가 인도인(印度人) 상점에서 쇼핑을 했고, 오늘 다시 갔더니 전에 받은 100달러 지폐가 가짜라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일단 내일 오전 10시까지 조사를 위해 선장이 직접 2등기관사와 함께 경찰서에 오라는 전갈이었다. 내가 나누어 준 돈이라면 두 가지다. 하나는 선주가 선용금(船用金)으로 보낸 것을 Bilbao Bank(스페인의 은행)에서 찾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 용선자인 Canpex사(社) 사장인 인도인(印度人) Mr. Tikam에게서 받은 작업비인 것이다. 일단 은행은 믿는다지만 Mr. Tikam의 돈은 출처를 모른다. 가짜가 맞다면 여기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출처가 명확한 이상 쓴 사람이야 큰 문제없겠지만 여간 귀찮은 문제가 아니다. 위조지폐는 경제사범으로서는 중죄가 아닌가? 특히 관광지로서 우리가 거쳐 온 곳이 아프리카의 Lagos이라는 것을 이놈들이 모르고 있을리는 없을 것이고-. 일단 사실대로 출처를 밝히고 둘러대면 될는지 모르겠다만 어디까지나 쓴 사람이 우리 선원이고 돈을 준 사람이 내 자신인 이상 만약의 경우 신문에라도 실리는 날이면 국가적으로도 개망신이다. 이미 영사관에도 보고 되었다니-.
아무튼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질 않는다만…. 일단 부딛쳐 보자. 내 스스로가 잘못이 없는 이상 별일이야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커먼 놈들도 맞닥트렸는데 그래도 이곳은 우리보다 선진국이 아닌가. 하기야 신사(紳士)인척 하는 흰놈들이 몇십배 친절하고 인권입네 하고 우대하는 척 하지만 교활하고 빈틈없이 할테니 서뿔리 대할 수는 없다고 마음을 가라앉혔다.(계속)
첫댓글 세계를 누비다 보니 별의별 사고를 당하게 되네요.
한 곳에 조용히 머물고 있는 것이 어쩜 축복일 수도 있군요.ㅎ
이런 저런 사연을 보면서 한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늑점이님의 세계가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어 대처 방법의 지혜를 쌓게 되는 것 같지만
개인적 소견으로 소시민으로 무탈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람새가 생의 후반기를 산골에 살면서 갖게 되는 생의 철학(?)입니다.ㅋㅋㅋ
그러나
늑점이님의 고생 덕분에 앉아서 다양한 삶을 가슴으로 체험하게 되었으니 바람새에겐 횡재 운입니다요.ㅋㅋㅋ
참 세상은 너무 지저분합니다. 선보다 악이 더 난무하는 것 같아서요.ㅠㅠ
우리 집구석도, 내마음도 지저분한 곳도 있고 깨끗한 곳이 있으며, 애들처럼 순진한 데가 있는가 하면 늑대처럼 으뭉하고 꾸릿꾸릿 한 데가 있슴다.
잘 살펴보소. 그게 세상이고 사람사는 곳이란 생각임다. 건강하소. ㅎㅎㅎ 부산넘
@늑점이 푸항^^
세상 이치가 양과 음이 있듯이?
맘뽀 넓은 완수님처럼 살고파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솜씨가 너무 좋아 소설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