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아침 일찍 세탁소 문을 열면
밤새 눅눅하게 젖어든 냄새가
나를 맞아준다.
어젯밤 널어놓은 빨래들을 걷어
꼼꼼히 다리고 포장해서
한가득 자전거 뒷 바구니에 싣고
배달을 나간다.
아침 준비로 바쁜 분위기가
주차장 까지 흘러나오는 아파트 단지와
줄에 묶인 채 조용히 누워 있는 커다란 개가 있는
넓은 정원의 단독주택.
갑갑한 공기가 가득한
원룸 빌라,
그리고 나와 같이 바쁜 아침을 준비하는
여러 가게들을 지나 돌아온다.
이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사람과 만날 수 있다.
아침 일찍 꼬깃꼬깃한 와이셔츠를
잔뜩 들고 오는 대학생.
누른 얼룩이 묻어 있는 커튼을
안고 들어오는 앞치마 차림의 주부.
때깔 곱고 비싸 보이는 핸드백을
가지고 오는 젊은 여자.
흙이 잔뜩 묻어있는 등산화를
검정 봉투에 담아 가져오는 중년 남자.
쉰내 나는 이불을
리어카 한가득 실어 가져오는 할머님.
한손에는 유명한 브랜드의 새 정장을 들고 내일 아침까지 되냐면서
옆선이 뜯어진 구두를 가져오는 젊은 남자.
한밤중에 딸의 손을 잡고
그 딸 만한 크기의 커다란 인형을 들고
곤란 한 표정으로 찾아오는 지쳐 보이는 아저씨와,
점심시간에 체육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찾아와서 지금 바로 수선 되냐고
물어 보며 뜯어진 교복 바지를 내미는 학생.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빨아주고 꿰매주는 일밖엔 없지만
깨끗해진 이불과 커튼, 신발과 가방
말끔하게 고쳐진 교복과 구두 그리고 인형과
깔끔하게 펴진 셔츠를 받아들고
웃으며 인사 해주는 그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