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미만 폐사율 30~60%로 급등… 농약 사용 증가, 단일 작물 재배 등이 원인
프랑스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태어나서 1년 이내에 죽는 폐사율이 예전엔 1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30%를 넘는다. 미국에선 40%에 달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꿀벌 살리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농약 사용과 함께 단일 작물 경작으로 인한 먹이 감소, 외래종 기생충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는데도 프랑스 정부는 살충제 사용 제한에 머뭇거린다.
엘렌 페브리에 Helene Fev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 | ▲ 프랑스 낭시의 양봉농원에서 한 양봉업자가 벌집을 옮기고 있다. 최근 꿀벌이 급감하면서 프랑스 양봉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REUTERS |
1억2천만년 동안이나 인류에게 봉사해온 꿀벌이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인가? 프랑스의 경우 예전에 10% 미만이던 꿀벌의 폐사율(태어나서 1년 이내에 죽는 비율 -편집자)이 최근에는 30%를 웃돌고 있다. 평균 5년을 살던 여왕벌은 요즘 2년도 살지 못한다. 여왕벌의 번식률도 감소했다. 미국 양봉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폐사율이 평균 40%에 달하며, 심지어 어떤 주에서는 무려 60%의 꿀벌이 매년 폐사하고 있다.
이같은 꿀벌 개체 수 감소 추세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 식생활의 3분의 1이 꿀벌을 비롯한 화분 매개 곤충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곤충들이 없다면 인류는 과일과 채소를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이며 초콜릿·커피와도 안녕을 고해야 한다. 꿀벌 개체 수 감소는 벌꿀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양봉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프랑스의 벌꿀 생산량은 1만t으로 생산량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만2천t에 달했던 1995년에 비하면 약 70%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꿀벌의 높은 폐사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이 ‘칵테일 효과’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문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994년 이후 사용돼온 네오니코티노이드(저독성 농약으로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살충제 -편집자) 계열 살충제가 문제의 핵심이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작물 보호 목적으로 사용되는 이 신경독성 살충제는 꿀벌의 신경체계를 공격하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꿀벌이 이 살충제에 노출되면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더 이상 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최근 들어 유럽연합(EU)은 몇몇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살충제 사용은 프랑스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년 전 프랑스 농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 신경독성 물질의 소비는 16% 증가했다.
꿀벌 폐사의 주범 네오니코티노이드
| | | ▲ 환경단체 회원들이 2015년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꿀벌 보호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사용중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
또 다른 요인은 단일 작물의 집약적 경작이다. 단일 작물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꿀벌은 다양한 양질의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해당 작물의 개화기가 끝나면 꿀벌이 더 이상 먹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 위생 안전청(ANSES)의 연구에 따르면, 단일 작물 재배에 따른 먹이의 결핍 역시 꿀벌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꿀벌을 살충제, 바이러스, 기상 조건 악화 같은 ‘스트레스’ 요인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이른바 ‘잡초’를 없애기 위한 제초제 사용과 목초지 및 야생화 감소도 꿀벌의 먹이 부족에 일조했다. 사실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에 따르면, 인간이 무익하다며 없애버리는 잡초가 꿀벌 먹이의 약 3분의 1을 구성한다. 또한 ‘바로아 응애’(Varroa mite) 같은 새로운 기생충의 득세도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에서 기원한 바로아 응애는 1982년 처음 프랑스에 출현했다. 바로아 응애는 꿀벌의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꿀벌의 피에 주입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되고 있는 꿀벌 개체 수 감소에 직면해 프랑스 정부는 양봉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초기에는 유럽산 여왕벌과 꿀벌 떼 수입을 장려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정부는 지속 가능한 양봉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토종 여왕벌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에서 직접 여왕벌을 기르는 전문 양봉업자 수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양봉업자들은 수입한 여왕벌로 벌꿀을 생산한다.
남부유럽이나 남반구 국가들에서 수입한 여왕벌의 마리당 가격은 10~20유로(약 1만2500~2만5천원)인 데 비해 프랑스 국산 여왕벌의 가격은 20~30유로로 외국산의 가격경쟁력이 국산보다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왕벌 수입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국내 양봉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여왕벌 수입은 보건위생 측면에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길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왕벌이 소포우편 형태로 수입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검역 당국이 바이러스의 유입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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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수립한 ‘지속 가능한 양봉업 발전 계획’의 목표 중 하나는 양봉업자들에게 좋은 꿀벌을 선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봉업자들은 생산성이 높고 질병 저항성이 강화된 꿀벌을 육성할 수 있다. 현재 국립농학연구소(INRA)는 이런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바로아 응애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연구가 한창이다. 어떤 꿀벌들은 벌집에서 바로아 응애를 찾아내 스스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만약 이 유전적 특징을 따로 분리해 개발할 수 있다면 현재 유일한 진드기 박멸 방법인 벌통 전체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바로아 응애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 농업기업인 몬샌토는 2011년 인수한 ‘비로직스(Beelogics) 연구소’를 통해 향후 5∼7년 안에 바로아 응애 처치법을 개발해 상업화할 예정이다. 몬샌토가 개발 중인 바로아 응애 처치법은 마치 우리가 모기를 쫓기 위해 레몬 시럽을 마시는 것처럼 꿀벌에 소량의 RNA(DNA가 담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고분자 화합물-편집자) 분자를 주입해 바로아 응애의 체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몬샌토 그룹의 꿀벌 연구 책임자인 제리 헤이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로아 응애가 꿀벌의 피를 빠는 순간 꿀벌에 주입된 특수 RNA가 바로아 응애에 작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꿀벌이 영향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양봉협회는 몬샌토그룹의 바로아 응애 처치법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쓰였던 고엽제 사용이 금지되자 몬샌토 그룹이 친환경제품이라고 홍보하며 출시한 뒤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은 농약 성분의 잔류로 인해 식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라운드업은 슈퍼 잡초를 키워 토양 오염을 유발하는 등 오히려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로아 응애 처치법도 외관상으로만 환경친화적일 뿐 사실상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Green Washing)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의 생물학자들도 꿀벌의 어떤 유전자가 화분 매개 곤충의 특정 행위를 담당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꿀벌을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 연구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유전자 변형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INRA 아비뇽 지사의 이브 르 콩테 연구원은 “어떤 유전자를 꿀벌의 체내에 주입할 때 그 유전자가 꿀벌 유전자 지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입된 유전자가 꿀벌의 다른 유전자와 상호작용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꿀벌 없는 세상에 대비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어떤 연구자들은 인공적으로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 로봇인 ‘로보비’(RoboBee)를 개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리오넬 가르네리 연구원은 “첨단 기술에 투자하기 전에 농업경영 방식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프랑스 토종 꿀벌인 흑벌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흑벌은 몇몇 수입종이나 잡종 꿀벌에 비해 벌꿀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저항력이 높고 양봉업자의 손이 덜 간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오늘날 흑벌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앞으로 15년 이내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꿀벌의 높은 폐사율에 대처하기 위해 꿀벌을 대량 수입하면서 종간 잡종 교배가 증가했고 흑벌의 면역체계가 약화됐다. 수입종과의 교배로 흑벌의 순종 유전자가 오염돼 흑벌의 환경적응력도 떨어지게 되었다. 가르네리 연구원에 따르면, 예를 들어 2008년 세벤지방에서는 꿀벌의 38%가 잡종 교배로 탄생했다. 하지만 1998년만 해도 이 비율은 극히 낮았다. 프랑스의 몇몇 지역에선 교배 꿀벌의 비율이 2006년 50%에서 2014년에는 71%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순종 꿀벌의 감소는 일반적인 꿀벌의 개체 수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프랑스와 유럽 도처의 흑벌 관찰센터들은 순종 꿀벌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0여개의 관찰센터가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수입종이나 교배종 벌집이 센터 근처에 자리잡는 순간 언제라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흑벌 관찰센터들은 이 때문에 센터 주변의 ‘성역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 소득은 없다.
중요한 것은 (살충제 과다 사용과 야생화 감소 등)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의존적인 유전자 변형 꿀벌이나 로봇 꿀벌 개발부터 토종 꿀벌 육성 등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꿀벌을 살리기 위해 인간이 시도하는 모든 방법들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잡종 교배로 약화된 토종의 면역력
| | | ▲ 인류가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꿀벌 등 곤충의 수분 활동을 필요로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어 인류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REUTERS |
이 분야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실망스러울 뿐이다. 농업의 환경적 영향을 더 신중히 고려한 2014년 유럽 공동농업정책 개정안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살충제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프랑스정부의 2008년 약속은 2015년 새로운 정부 정책의 도입과 함께 2025년으로 연기됐다. 마지막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6대 농약 중 클로티아니딘·이미다클로프리드·티아메톡삼 3종에 대해 2013년 도입된 한시적 사용금지 조치가 2015년 12월에 풀린다.
물론 2015년 5월 농업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은 3종 농약의 사용금지 조치 연장에 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 3월 생태계 다양성 법안 논의 과정에서 2016년 1월1일을 기준으로 프랑스에서 모든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는 의회 쪽 개정안을 거부하는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유럽 공동농업정책상 회원국의 일방적이고 엄격한 살충제 사용금지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 상원도 살충제 전면 금지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꿀벌은 아직도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5년 11월호(제351호) Sauver les abeilles: on fait comment?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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