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맛 제1편-여우농장 유기농토마토

[비단생]

농사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

15년 전 영월에 들어올 때 여름철 감자가 한창 나올 때면 1박스에 1만원이던 것이 지금도 여름철 감자가 나올 철이면 한박스에 1만원을 왔다갔다 한다. 15년 동안 생산비는 자재비,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등 2배 이상 올랐음에도 최종 농산물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으니 농사일로 돈 번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농사일에 기업회계를 적용해보면 보다 극명하게 적자구조가 드러난다. 본인들 인건비는 고사하고 적자구조 속에서 빚이 늘어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 구조는 1차산업이 국민총생산의 10%도 안되는 현실에서 정부로서는 2차·3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도시근로자들의 임금을 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필품가격을 억제해야 하며, 따라서 농산물 소비자가격은 최대한 누르고 눌러야 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기본을 형성하기에 발생한다.

도시민들의 지난 10여년간 물가상승률 대비 상대적으로 싼 농산물 가격은 이런 농민 생산자들의 적자구조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세금으로 농업 생산에 대한 지원사업은 보다 더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WTO나 FTA협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접 지원 금지 규정을 피해가며 해야 하다 보니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이런 현실속에서 영월이 고향도 아니면서 영월에 뿌리박고 지난 20년 동안 농사라는 한우물을 파고 있는 부부가 있다.

이름하여 <여우농장>, 여씨 성을 가진 여자(여혜선, 서울 출신)와 우씨 성을 가진 남자(우해구, 경북 봉화 출신)가 1994년 영월에서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토마토와 감자농사를 일구고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동기라고 한다. 84학번인 이들은 80년대의 대학 운동권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영월로 내려와 터를 잡았다.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농사는 절대 낭만이 아니다. 구조적인 적자문제와 싸워가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냉엄한 현실이다. 솔직히 존경스럽다.

여우농장 큰아들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다. 우리 아들도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시골 생활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도시민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잘 키운다는 것이 늘 헷갈리는 문제다.

20년 전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집사람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아들은 영어, 수학 관계없이 대학 잘 갈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별 고민없이 대전에서 영월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우리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하면 3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영어, 수학의 중요성은 그대로이며, 일류대학도 모자라서 이제는 <In 서울>이냐, 지방이냐로 치열한 경쟁이며, 교육의 평등은 재학생 학원 금지 시절이던 30년 전보다 오히려 못해져서 이제는 학원과 과외 아니면 학교 교육만으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교육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어 있다.

이런 구조속에서 시골에서 소신있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인지 영월 어머님들의 치맛바람도 매우 매섭다.

암튼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아들도, 여우농장 아들도 소위 지방대학에 진학했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 아들 수고했다고 합격 발표 나던 날 소고기 사주었다. 여우농장네도 그다지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각설하고, 이번에 여우농장의 대표작물인 토마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10여년 유기농인증을 이어오고 있는 유기농토마토이다. 매년 그 집에서 몇 박스씩 사먹지만 여느 토마토와는 확연히 다르기에 다른 곳에는 눈길도 가지 않는다.

페친들께 자신있게 권할 수준이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며, 이 글은 어떤 댓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사진 마지막 부분의 잘 익은 토마토 사진도 그저께 제값 주고 한박스 사가서 찍은 것입니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네요. 그나마 농사의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자 소비자 직거래거든요. 잘 여문 여우농장 유기농 토마토를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여우농장으로 직접 연락하시면 됩니다.

홈피 주소 : yeawoof.co.kr 핸펀 : 010-2366-9489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쓰]

좋은 채소, 좋은 직거래 구입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