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낭송진흥회 통영 문학기행 후기
일시: 2014. 5. 12(월) ~15(목)
5월 12일은 한시진이 문학기행을 가는 날이다, 그런나 주말 비바람이 몰아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궂은 날 여행을 하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지냈다. 잠을 설치며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더니 날씨가 맑았다. 나뭇잎이 비바람에 씻겨, 말끔히 새 옷을 갈아 입었고, 태양은 나뭇잎 사이로 눈이 부셨다.
마음 속 콧노래를 불렀다. 떠날 준비를 마치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교수님과, 회원들을 만나러 옥산휴게소로 향했다.
파란 하늘과 싱그런 나뭇잎은 환호 하는 듯 차창 밖으로 밀려갔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통영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옥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은 벌써 통영에 도착해 있었으며 오랜만에 일상에서의 해방을 느꼈다.
휴게소에 들러 교수님이 싸온 김밥을 맛있게 먹고, 김구완 선생님의 부드러운 운전 솜씨에 마음 편히 목적지에 도착하자 호반의 도시,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르는 통영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잘 정돈된 한 폭의 동양화처럼 느껴져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온 가족이 다시 한 번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목적지는, 시인 김춘수 선생의 유품 전시관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기휴관으로 관람할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다시 박경리기념관으로 향했다. 그곳 역시 휴관으로 문이 닫혀 있었다. 그렇지만 기념관 뒷편으로 박경리 선생의 묘소가 있어, 둘러보기로 했다. 가는 길은 시골의 정취가 묻어 나는 풀잎이 많아 자세히 보며 걸었다. 묘 앞에 이르니 박경리 선생의 시비(바위)도 있어 기념 사진을 찍고. 아쉬운 발길을 돌리며 E.S리조트로 향했다.
창밖으로 통영시내를 구경하는 동안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 도착했다. E.S리조트는 매우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먼저 짐을 풀고 숙소 밖을 다시 구경하였다. 교수님께서 찍어 주시는 사진 세례까지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저녁 시간이 부족하였다.
어두워질 무렵 우리는 횟집으로 출발하였다. 상큼한 횟감은 몸을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오랜만에 부드럽고 연한 회를 먹었다. 포만감을 안고 숙소에 돌아왔다.
아직도 숙소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베란다에 나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바다가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간단히 몸을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그동안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그날 밤은 사춘기 아이들처럼 이유 없이 웃었다. 음식을 다 먹을 무렵 시낭송을 하였다. 불빛 아래서서 기분 좋게 큰 소리로 낭송하였다. 낭송 장소가 달라서 인지 느낌도 새로웠다.
그렇게 첫 째 날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일어나니 아침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평소보다 많이 움직인 탓일까, 온 몸이 피곤해 문선영 부회장님과 요가로 몸을 풀었다. 그러는 동안 아침이 되어 식사를 했다. 북엇국이 참 시원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김춘수 선생의 유품 전시관으로 갔다. 그곳에는 김춘수 선생이 생전에 쓰던 물건과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그중 “꽃“이란 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이 김춘수 선생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윤서정, 윤옥희, 문선영, 김구완 시낭송가(한국시낭송진흥회 통영 문학기행) 동피랑마을
다음으로 동피랑마을에 들러 길거리 벽화 그림을 감상했다.
뿌연 시멘트 벽들에 형형색색 그림을 그려서, 길거리는 아름다운 동화 같았다. 이곳저곳 그림과 하나되어, 사진을 찍었다. 동피랑 아래로는 통영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 왔다.
다음날, 유치환 선생의 『청마문학관』을 찾았다. 도착하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의 시가 확성기를 통해 낭송되고 있었다. 이 마을은 청마 선생 덕분에 시향 속에서 살겠구나 싶었다.
전시실에 들어가니, 시화가 전시되어 발걸음을 멈추게 되였다. 눈에 익은 작품들과 처음 보는 작품도 많았다.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시집을 구입해 읽어 보기로 하고 전시실을 나왔다.
교수님께서 유치환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것을 권해 전시관 바로 앞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각자 두 편씩 낭송하였다.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금방이라고 유치환 선생이 오셔, 반겨 줄 듯 하였다. 낭송을 마치고, 선생의 시세계를 장식했던, 청마 우체통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인의 생가로 향했다. 생가는 마당에 우물도 있었고, 집안이 아늑해 보였다. 이곳에서 선생이 살았구나 생각하니, 발 닿는 곳마다 소중한 느낌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야채와 삼겹살을 샀다. 충무 김밥도 먹어보았다. 김밥과 같이 먹는 시원한 무김치 맛은 별미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여정도 나누고, 꿀 맛 같은 삼겹살을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또 다시 태양은 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서 차에 실었다. 아쉽지만 숙소를 뒤로하고, 다음 장소인 전주 한옥마을 향해 달렸다. 가볼 곳은 많은데 체력은 부실했다. 전주에 도착하여 송광사 부근 민박에서 여장을 풀었다. 보성녹차마을 방문 중 문선영 선생님께서 주신 떡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전주로 송광사로 발길을 돌렸다.
송광사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민박집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윤서정 선생님이 일찍 일어나 운동하며 알아 놓은 시골 식당은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준 음식인 듯 맛있게 식사한 후 송광사에 들렀다.
오래된 나무, 풍경소리, 불경소리, 시원한 바람, 초파일에 달아두었던 등, 송광사는 웅장한 에너지가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는 나무 그늘에서 시를 낭송했다. 시낭송은 풍경, 불경 소리와 어우러지며,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기품 있는 절이 아닐까, 생각하며 송광사를 나왔다.
다음은 전주 덕진 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못의 연꽃을 감상하였다. 큰 연못엔 연잎이 가득하였다. 꽃이 필 때 쯤,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오고 싶었다.
이젠 한옥마을을 둘러보기로 하고 전주 시내로 달렸다. 처음 길이라 조금 헤메었지만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바로 돌담길을 걸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 있었다. 우리나라의 한옥은 따뜻하고 정이 가는 집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문화 유산어서 외국인들도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길거리에 노점상들이 많았다. 그래서 거리는 잡다한 음식냄새와 무질서, 장사하는 곳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었다.
우리는 전주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전주에 사는 최은우(홍보국장) 선생님을 만났다. 근무하는 전북대학교 보건진료소에 잠시 들러, 가벼운 건강체크를 받았다.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음료를 마신 후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음식점에 갔다. 음식점은 오랜 동안 전통을 이어 온 곳이었다.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식사 후 담소를 잠시 나누다 도착시간을 생각하며, 최은우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돌아오는 길은 긴장도 풀리고, 잠이 쏟아지기도 하였다. 우리는 잠이 오면, 잠시 눈을 감을 수 있지만, 운전을 맡으신 김구완 선생님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잠을 깨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차안에서 소리지르며 노래를 불러 본적은 없었다. 얼마나 떠들고 웃었는지 모르겠다. 잠은 언제 왔느냐며 사라지고,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3박4일의 문학기행은 긴 여정이었다. 지금처럼 일상을 떠나 마음을 쉬는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남편이 한 마디 할까 생각 되었다. 그러나 체력이 좀 남아 있을 때, 추억의 여행을 한 것 같다. 박운초 교수님을 비롯해서 회원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먼 길 안전운전에 애쓴 김구완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우리 협회가 한층 더욱 단합되고 큰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2014. 5. 12(월) ~ 5. 15(목)
여행후기: 윤옥희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