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 연구사
1. 광복 전의 연구
광복전의 한국사 연구는 주로 일본인들에 의해 추진되었다. 반면, 한국인은 자료 이용, 연구 주제의 선택, 내용의 서술면에서 제약을 받았다. 게다가 관심 분야도 고대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개항 이후 시기에 대한 한국인 학자의 연구는 저조하였다.
한말에 우리 나라 사람이 저술한 동시대사로서는 정교(鄭喬)의 『대한계년사 大韓季年史』, 황현(黃玹)의 『매천야록 梅泉野錄』 등이 있었다. 이들은 각각 강목체(綱目體)와 편년체(編年體)로 서술된 전통적 역사서였다.
1915년에 저술된 박은식의 『한국통사』는 한국근대사를 일제의 침략과 이에 대한 한국민족의 저항에 초점을 맞추어 쓴 최초의 근대적 역사서였다. 이외에도 1928년 이능화(李能和)의 『조선기독교급외교사』, 1945년 문일평(文一平)의 『한미 50년사』 등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한국근대사 연구 중에서 주목할만한 저술로는 1940년 다보하시(田保橋潔)의 『근대일선관계의 연구』, 1944년의 『근대조선에 있어서의 정치적 개혁』과 시가다(四方博)의 『조선에 있어서의 근대자본주의의 성립과정』 등이 있다.
이들의 저술은 일본이 한국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고 근대화를 조장시켜주었다는 시혜론(施惠論), 혹은 한국사의 타율성론·정체성론 등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 또, 1940년 미국인 해링턴(Harrington, F.H.)의 『하나님, 부의 신, 그리고 일본』은 이 시기의 한미 관계를 알렌의 활동을 중심으로 고찰한 책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2. 광복 후의 연구
광복 후 그때까지 열람이 어려웠던 많은 관공문서가 공개되고, 연구 및 저술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한국사가들에 의한 한국사 연구가 활발해졌다.
광복 후 한국사학계는 일제의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한국사상을 비판, 극복하고, 그대신 한국사의 주체적인 발전의 모습을 드러낸 한국사상(韓國史像)을 정립하는 것을 연구 과제로 삼았다. 따라서 개항 이후 시기에 대한 역사 연구는 다음 세 가지 문제에 집중되었다.
첫째 제국주의 열강들, 특히 일본의 한국 침략 및 지배 과정을 밝히는 것,
둘째 그 같은 침략에 대한 한국인의 대응 또는 저항을 구명하는 것,
셋째 위의 두 작업을 기초로 개항이전에 자생적으로 나타난 근대적 맹아가 정치·사회·경제·사상면에서 어떻게 계승, 발전되었는가를 구명하여 한국 사회의 내재적 발전 논리를 추구하는 작업 등이 그것이었다.
특히 일본 및 서구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사를 위주로 한 대외관계사 연구, 척사위정운동·의병·동학농민의거 등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저항 운동, 갑신정변·갑오경장·독립협회·애국계몽운동 등 내재적 개혁 운동, 그리고 우리 나라의 자본주의 발전에 관련된 경제사적 연구가 그 중심 테마를 이루었다.
[통시적 연구]
개항에서 강점까지의 시기를 총괄하는 통사는 많지 않다. 이선근(李瑄根)이 1961년에 낸 『한국사―최근세편―』과 1963년에 낸 『한국사―현대편―』은 이 시기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서술로서 한국·일본측의 많은 사료를 이용한 실증적 연구서이다. 이 저서는 광복 이후 근대사 연구의 지침이 되었다.
최근 1981년에 간행된 이광린(李光麟)의 『한국사강좌』는 1980년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를 종합한 위에 저술한 대표적 통사이다.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는 1960년 콘로이(Conroy, H.)의 『일본의 한국강점 The Japanese Seigure of Korea』과 1967년의 유진 킴(Kim, C.I. Eugene)과 김한교 공저의 『한국과 제국주의 정치학 Korea and the Politics of Imperialism』이 있다.
이 밖에 이 시대 한국인의 저항 및 개혁 운동을 정치·사상면에 중점을 두어 연구한 것으로 1970년 강재언(姜在彦)의 『조선근대사연구』와 1977년의 『조선의 양이와 개화』, 1972년 최창규(崔昌圭)의 『근대한국정치사상사』, 1975년 김영작(金榮作)의 『한말내쇼날리즘연구』 등이 있다.
1975년 안병태(安秉珆)의 『조선근대경제사연구』, 1977년의 『조선사회의 구조와 일본제국주의』 등 한국 근대경제사를 정치사와 관련시켜 체계화한 저서도 있다.
또, 한말의 민족 운동을 근대 민족국가의 정립 과정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체계화한 1978년 강만길(姜萬吉)의 「대한제국의 성격」, 1982년 정창렬(鄭昌烈)의 「한말변혁운동의 정치·경제적 성격」 등의 논문이 있다.
경제사·언론사·종교사·교육사 등 특수 분야에 대한 통시대적 연구서로서는 1973년 조기준(趙璣濬)의 『한국자본주의 성립사론』, 1960년 최준(崔埈)의 『한국신문사』, 1962년 유홍렬(柳洪烈)의 『한국천주교회사』(1975년, 수정증보판)가 있다. 또 1971년 김양선(金良善)의 『한국기독교사연구』, 이듬해 민경배(閔庚培)의 『한국기독교회사』 등이 있다.
특히 1981년에 저술한 이만열(李萬烈)의 『한국기독교와 역사의식』은 한말 기독교와 일반사를 관련시켜 연구한 저서이다. 교육사 연구도 활발해 1964년 오천석(吳天錫)의 『한국신교육사』, 1972년 차석기(車錫基)의 『한국민족주의교육의 연구』, 1980년 손인수(孫仁銖)의 『한국개화교육사』 등이 나왔다. 또, 이 시기 정치·지식·기업의 지배층에 대한 실증적인 사회사적 연구로서 1972년에 쓴 김영모(金泳謨)의 『한말지배층연구』가 있다.
[시기별 연구]
① 1876∼1894년 조선이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로부터 근대적 국제 질서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일본 등 외세의 조선 침략사를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1966년 김의환(金義煥)은 『조선대일교섭사연구』를, 1973년 조항래(趙恒來)는 『개항기 대일관계사연구』를, 1977년 백종기(白鍾基)는 『근대한일교섭사연구』 등을 저술하였다. 이 연구서들은 개항 후 일본의 조선 침략에 초점을 맞추어 이 시기 외교 관계를 다룬 것이다.
1965년 신국주(申國柱)의 『근대조선외교사연구』, 1977년 도힐러(Deuchler, D.)의 『유교신사와 야만사절 Confucian Gentleman and Barbarian Envoys : The Opening of Korea, 1875∼1885』, 1980년 김기혁의 『동아시아 세계 질서의 최종국면 The Last Phase of the East Asian World Order』, 같은 해 동덕모(董德模)의 『한국의 개국과 국제 관계』 등은 모두 개항 초기 한국의 국제 관계 및 국내 상황에 대한 연구서이다.
1979년 김원모(金源模)가 『근대한미교섭사』를, 1981년 박일근(朴日根)이 『미국의 개국정책과 한미외교 관계』를 펴냈다. 이들 저서는 신미양요와 한미조약 체결을 전후한 초기의 한미 관계를 다룬 것이다.
1885∼1894년 간의 시기는 청나라가 조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로서, 1967년 신기석(申基碩)이 저술한 『한말외교사연구』는 이 시기의 한중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이다. 같은 문제를 위안스카이에 초점을 두고 다룬 중국인의 연구로는 1970년에 저술된 린밍더(林明德)의 『원세개와 조선』이 있다.
개항을 전후해 외국과의 통교를 거부하면서 나타난 위정척사사상에 대한 연구로는 1975년 홍순창(洪淳昶)의 『한말의 민족사상』, 1977년 이이화(李離和)의 「척사위정론의 비판적 검토」 등 논저가 있다. 개화사상·개화파·개화운동 등은 광복 후 한국사학계가 역점을 두고 개발한 큰 주제였다.
이 방면의 연구로서는 1969년 이광린의 『한국개화사연구』, 1973년의 『개화당연구』, 1979년의 『개화사상연구』 등 일련의 연구서와 1973년 강재언의 전게서 외에 『근대조선의 변혁사상』, 그리고 1981년 전봉덕(田鳳德)의 『한국근대법사상』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1972년에는 김영호(金泳鎬)가 「실학과 개화사상의 연관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개화운동에 대한 연구는 개화사상 형성의 내적·외적인 요인, 개화당의 성립 과정, 갑신정변 등의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이 각국과 근대적 외교·통상조약을 체결한 이후 자본주의가 침투하는 상황과 그 영향에 대한 연구로는 1970년 한우근(韓㳓劤)의 『한국개항기의 상업연구』, 1975년 이현종(李鉉淙)의 『한국개항장연구』, 1976년 최태호(崔泰鎬)의 『개항전기의 한국관세제도』 등이 있다.
개항 후 조선의 수입 상품은 면제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청·일에 의한 영국산 면제품의 유입과 그 영향, 그리고 한말 직물수공업의 실태에 관한 연구로는 1968년 권병탁(權丙卓)의 『이조 말기의 농촌직물수공업연구』와 1977년 가지무라[梶村樹秀]의 「이조말기 면업의 유통 및 생산구조」 등이 있다.
조선시대의 화폐 정책과 관련한 개항 후의 유통구조 분석으로는 1975년 원유한(元裕漢)의 『조선후기 화폐사연구』가 있다. 개항 초기 외국 통화의 유통 현상과 인플레이션, 그로 인한 농업 공황 및 한말의 화폐정책 문제를 다룬 것으로는 1977년 김준보(金俊輔)의 『한국자본주의사연구(Ⅲ)』가 있다.
또한, 1876∼1894년간 조선 정부의 대외 차관문제에 대한 연구로서 1976년 김정기(金正起)의 「조선 정부의 청차관도입」 등과, 불평등조약으로 박탈된 조선의 관세권 회복문제에 관한 연구로서 1972년 김경태(金敬泰)의 「개항직후의 관세권회복문제」 등이 있다.
② 1894∼1910년 동학농민의 봉기와 이를 계기로 발발한 청일전쟁의 와중에서 갑오경장이 추진된 1894∼1896년의 시기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기였다. 특히 이 시기 동학농민의거에 대해서는 매우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1971년 한우근의 『동학난기인에 관한 연구』, 1973년 신복룡(申福龍)의 『동학당연구』, 1974년 김의환의 『전봉준전기』, 1975년 김상기(金庠基)의 『동학과 동학난』, 1980년 최현식(崔玄植)의 『갑오동학혁명사』, 1983년 한우근의 『동학과 농민봉기』 등의 저서, 1958년 김용섭(金容燮)의 「전봉준공초의 분석」 등의 논문이 있다.
동학농민의거는 근대 한국민족주의의 근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심 대상이 되었으며, 동학사상과 봉기의 관련성 문제가 주요 연구주제였다.
이 밖에 갑오경장에 대해서는 1971년 강재언의 『근대조선의 사상』, 1982년 박종근(朴宗根)의 『일청전쟁과 조선』, 1990년 유영익(柳永益)의 『갑오경장 연구』 등이 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해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갑오경장 타율론이 극복되고 제한적인 갑오개혁 자율론이 주장되었다.
1896년 아관파천 이후 조선을 들러싼 러·일의 정책과 대립에 대한 연구로는 1958년 말로제모프(Malozemoff, A.)의 『러시아의 극동정책 Russian Far Eastern Policy, 1881∼1904』과 1972년 김의환의 『조선을 둘러싼 근대노일관계연구』가 있다.
1896∼1904년의 시기에 대한 연구는 독립협회와 광무개혁에 집중되었다. 1976년 신용하(愼鏞廈)의 『독립협회연구』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형성·조직·사회 사상·실천 운동을 구체적·실증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또, 독립협회의 정치 이념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으로는 1977년 한흥수(韓興壽)의 『근대한국민족주의연구』, 찬드라(Chandra, V.)의 『19세기말 한국에서의 제국주의·저항 및 개혁―개화와 독립협회―Imperialism, Resistance, and Reform in late Nineteenth-Century Korea:Enlightenment and the Independ-ence Club』 등이 있다.
대한제국 시기의 상공업 발달에 대한 연구로는 개항 이후 한국인 기업가들의 활동을 소개한, 1973년 조기준의 『한국기업가사』, 한국 자본주의의 주체적 발전 과정을 경제 사상·상공업·교통·통신 등의 발달에 중점 둔 1978년 고병운(高秉雲)의 『근대조선경제사연구』, 또, 상공업에 대한 개괄적 연구 논문인 1973년 강만길의 「대한제국시기의 상공업문제」가 있다.
이 시기의 농업사 연구로는 1975년 김용섭의 『한국근대농업사연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대한제국 시기의 농업 정책·농업 개혁론 등이 분석되었다.
이 시기 개혁 운동의 주류를 독립협회 운동으로 파악하는 신용하의 주장과 대한제국 집권층의 개혁 정책으로 파악하는 김용섭·강만길의 주장이 대립, 이른바 광무개혁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일본의 조선금융 침투에 대해서는 1972년 고승제(高承濟)의 『식민지금융정책사의 사적분석』이 있다. 조선이 을사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한 다음 국권 회복을 위해 의병투쟁과 애국계몽운동이 일어났는데, 의병투쟁에 대한 연구로는 1974년 김의환의 『의병운동사』를 비롯한 일련의 논저와, 1968년 박성수(朴成壽)의 「1907∼1910년간의 의병전쟁에 대해」등의 논문이 있다.
애국계몽운동에 대한 포괄적 연구로는 1980년 신용하의 「한말의 애국계몽사상과 운동」이 있다. 1972년 조항래(趙恒來)의 『한말사회단체사논고』와 1966년 이현종의 「대한자강회에 대해」 등의 논문은 애국계몽 단체에 대한 연구이다.
애국계몽 사상가에 대한 연구서로는 1981년 신일철(申一澈)의 『신채호의 역사사상연구』와 1982년 신용하의 『박은식의 사회사상연구』, 그리고 1990년 이만열(李萬烈)의 『단재신채호의 역사학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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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