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혹 없는 '아메리카 낙타'… 화나면 퉤퉤, 냄새 고약한 침 뱉죠
라마
코로나 발생 초기, 미국 텍사스대 제이슨 매클렐런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셀(Cell)에 라마의 항체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어요. 연구팀은 라마가 과거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서 연구 대상으로 삼았는데요. 세포 실험 때 라마의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 단단히 달라붙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항체가 돌기에 먼저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체내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거든요.
라마는 약 4000만년 전 북아메리카 중앙 평원에서 유래한 동물로 '아메리카 낙타'라고도 해요. 실제 낙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등에 혹이 없고 바나나처럼 귀가 삐쭉하지요. 300만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돼요. 안데스산맥은 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등에 걸쳐 있어요. 지금은 라마가 야생에 살지 않고 모두 인간에게 길든 사육 개체뿐이에요.
라마의 키는 보통 1.7~1.8m이고, 체중은 130~200㎏, 수명은 15~25년이에요. 풀, 이끼류, 나무껍질, 나뭇가지나 연한 나뭇잎을 먹는 초식동물이지요. 결장(대장의 일부)도 길어 수분을 많이 저장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건조한 기후에서도 물을 적게 마시고 생존할 수 있어요.
라마는 보통 무리 지어 생활하는데, 우두머리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 사회를 이룹니다. 확실한 서열이 있어서 우두머리 수컷이 종종 하위 서열 수컷에게 침을 뱉거나 몸을 부딪치고 다리를 차는 행동을 보이지요. 여기에 반발하는 하위 수컷과 우두머리 수컷이 싸움도 자주 벌여요. 암컷은 보통 무리 내 다른 암컷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침을 뱉어요.
실제 라마의 침 뱉기는 아주 유명한데요. 침 냄새를 맡아보면 라마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해요. 라마가 흥분할수록 깊숙이 있는 위에서 냄새 고약한 침을 끌어내 뱉기 때문이에요.
라마는 식성이 까다롭지 않고 갈증에 대한 지구력이 강해서, 해발 2300~4000m의 고산지대에서 사람의 짐을 운반하는 데 큰 도움이 돼 왔어요. 짐 20~35㎏을 등에 짊어지고도 하루 30㎞ 넘게 이동할 수 있답니다. 온순해서 대체로 사람을 잘 따르지만, 짐이 너무 무거우면 바닥에 드러눕거나 침을 뱉고 주인을 발로 걷어차기도 해요. 라마 고기는 식용이기도 하고 지방은 양초 재료로도 이용합니다. 가죽은 공예품, 털은 고급 의류 소재가 되기도 해요